항목 ID | GC056B02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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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마을/마을 이야기 |
지역 | 전라남도 화순군 동면 오동리 천운 마을|복암리 구암 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양라윤 |
화순 광업소 전성기 | 1988년 - 화순 광업소 석탄산업 종사자 수만도 2,175명이었으며,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최고의 번영을 구가했던 시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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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광업소 3교대 실시 | 1980년대 - 1980년 화순 광업소 생산량이 전성기였던 시절 이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갑방, 을방, 병방으로 3교대 근무를 했고, 24시간 쉬지 않고 채탄 작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
화순 광업소2교대 실시 | 1990년대 - 1990년대 들어 화순 광업소 채탄량이 감소하였다. 이에 노동자들의 근무 형태가 기존 3교대에서 2교대 근무로 변경되었다. |
마을지 | 대한석탄공사 화순 광업소 - 전라남도 화순군 동면 복암리 893-3(35.032410, 127.067758) |
[탄맥을 찾아 더 깊은 곳으로]
현재 대한 석탄 공사 화순 광업소의 생산부는 동생산부와 복암 생산부 두 곳으로 나눠져 있고, 그곳을 통해 갱도로 들어갈 수 있다. 탄광 노동자들은 갱도를 따라 300m를 걸어가 인차(人車)를 타고 일터로 내려간다. 일터까지는 수직과 수평을 번갈아 갈아타고 내려가기 때문에 1시간이 소요된다. 화순 광업소 갱의 구조는 지하 1층을 파 채탄 작업을 하고 모두 파내면 지하 2층을 파는 식이다. 화순 광업소는 탄맥의 범위를 확장하기보다 지하로 계속 파내려가는 방법으로 채탄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탄광 노동자들의 일터는 시간이 갈수록 땅 밑 깊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고, 탄을 모두 캐면 새로운 탄맥을 찾아 더 깊이 파고 들어간다.
화순 광업소의 갱도 구조는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사갱’이라고 하고, 각 층의 통로를 ‘편’이라 한다. 현재 화순 광업소는 17편을 파고 있다. 각 편 사이에는 붕괴위험을 줄이기 위해 30~50m의 공간을 둔다. 이 때문에 17편이라고 하더라도, 평지에서 가장 아래쪽 갱까지의 수직거리는 600m에 달한다고 한다. 탄광 노동자들은 매일같이 지하 17층으로 내려와 탄을 찾는 굴진반이 탄맥을 찾고, 채탄반이 탄을 캐며, 캐낸 탄은 운반조에 의해 이동된다. 이들은 각 층의 통로인 편에서 거미줄처럼 갱을 뚫어 채탄 작업을 하는 것이다.
[열기 가득한 한낮의 어둠]
1980년대 화순 광업소가 전성기였던 시절에 탄광 노동자들은 오전 6시, 오후 2시, 10시 등 하루 세 차례 ‘막장’이라 부르던 작업장을 드나들었다. 이 시기에는 갑방, 을방, 병방 등 3교대 근무로 24시간 쉬지 않고 채탄이 이뤄졌다. 1990년대부터 2013년 현재까지 화순 광업소는 2교대 근무다. 오전반은 아침 7시 30분에 들어가서 4시에 나오고, 오후반은 3시 30분에 들어가서 밤 12시에 나온다. 한번 들어가면 8시간을 땅 밑 어둠과 함께 갱도 밑바닥에서 지내야 한다. 탄광 노동자들의 일터는 땅에서 수직으로 600m 내려간 공간이다. 검은 갱도를 따라 내려가면 언제나 그곳은 밤이다. 그래서 탄광 노동자들에겐 밤과 낮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겐 한낮의 어둠이 익숙하다.
갱 안은 빛 하나 스며들 틈 없이 어둡고, 땅 밑으로 들어갈수록 덥다. 100m 내려갈 때마다 3도씩 올라가 여름철 막장 안은 열기로 가득하고, 탄광 노동자들은 시커먼 탄가루와 땀범벅이 된다고 한다. 탄광 노동자들은 어둠과 열기가 가득한 지하 갱도에서 작업을 하고, 탄가루 묻은 밥을 먹으며,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다. 8시간이 지나 땅 위로 나오면 검은 능선 자락에 다시 밤이 찾아온다. 까만 밤, 까만 석탄을 캐는 까만 얼굴에 검은 땀방울이 빛난다. 그렇게 탄광 노동자들은 하루를 마친다.
[땅속에서 보낸 인생]
최병철 씨는 화순 광업소에서 근무한지 30년이 넘었다. 그는 갑방일 때는 오전 7시30분에 입갱한다. 갱도 입구에서 인차(人車)를 타고 검은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600m지하가 그의 작업장이다. 경력 30년이 넘은 그에게 이제 어둠은 익숙하다. 오후 4시가 돼야 그는 다시 햇빛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하루 8시간을 땅속에서 보낸다. 점심은 갱도 안에 마련된 지하 작업장 휴게소에서 싸온 도시락을 동료들과 함께 먹고, 쉬는 시간에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급한 볼일은 화장실이 없어서 갱도 배수로에서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어두운 갱도에서 그는 함께 작업하는 동료들과 랜턴 불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보통 한 갱도에서 세 명이 작업을 하는데, 규모가 좀 큰 데는 다섯 명이 작업하기도 한다. 한번 작업팀이 구성되면 최소 1년 동안 함께 일한다. 작업 중 손발이 맞지 않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팀원을 쉽게 교체하지 않는다. 그래서 직원들 간의 정이 형제보다도 끈끈하다고 한다. 작업팀에는 순번이 있는데, 맨 나중에 들어간 사람이 5번, 조금 더 기능이 좋은 사람이 4번, 그 보다 나은 사람이 3번, 2번부터는 기능이 좋고 화약을 만질 수 있는 사람이며, 1번은 그 작업팀을 관리하는 작업반장이다. 탄광 노동자들은 어둠 속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생사고락을 함께한다.
[갱도 안 그들만의 신호]
어두운 갱도에서는 헤드 랜턴의 불빛과 채탄 작업을 하는 굉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그래서 광부들은 캄캄한 지하에서 그들만의 신호로 대화를 나눈다.
“막장에서 대화를 많이 나누지는 않지만 랜턴으로 신호를 하지. 머리에 있는 불을 돌리면 가라, 옆으로 흔들면 위험하니까 오지마라, 고개 끄덕이면 오라는 신호지. 말을 크게 하면 대화야 가능하지만 캄캄하니까 소용이 없고 불을 사용해서 대화하지.”(최병철)
막장은 갱도의 맨 안쪽 끝부분으로, 언제 깔려 죽을지 모르는 가장 위험한 곳이다. 그래서 탄광 생활을 산전수전 다 겪고 마지막에 찾아오는 ‘인생 막장’이라 했고, 탄광 노동자들의 삶을 ‘막장 인생’이라 불렀다. 하지만 막장에서 이들이 흘린 검은 땀은 한때 ‘산업역군’으로 불렸으며, 고되고 힘든 노동으로 자식들을 키워냈으니 이들이야 말로 어둠에서 희망의 불을 킨 것이 아닐까.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