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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8700010
한자 - 神秘- 溪谷, -
분야 지리/자연 지리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산내로 1647[삼양리 23-1]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성환

[정의]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에 있는 여름에 얼음이 어는 신비의 골짜기.

[개설]

밀양 얼음골천황산[재약산 사자봉, 1,189m] 중턱 해발고도 600m 지점의 계곡에 약 9,000여 평의 면적에 펼쳐진 너덜지대에 자리 잡고 있으며, 1970년 4월 30일 얼음골을 포함하여 일대 국유지 11만 9460㎡[약 3만 6000평에 해당]가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되었다[2021년 6월 29일 「문화재보호법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정 번호가 삭제되었다]. 밀양 영남루, 표충사, 재약산 등과 함께 밀양을 대표하는 주요 관광지이며 ‘여름에 얼음이 어는 밀양 얼음골’은 ‘국난이 있을 때 땀 흘리는 표충비’, ‘두드리면 종소리 나는 만어사 경석’과 함께 밀양의 3대 신비로 잘 알려져 있다.

[밀양 얼음골의 명물 ‘얼음골 사과’]

밀양시 산내면은 1,900여 가구 중 농사를 짓지 않는 공무원이나 회사원, 상공인을 제외한 1,700여 농가가 800여㏊에서 2만여 톤의 사과를 생산하여 7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과 산지가 되었다.

밀양얼음골사과’는 상품의 특정 품질, 명성 또는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근원에서 비롯되는 경우 해당 지역 또는 지방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임을 명시하는 제도인 지리적 표시제에 2006년 제24호로 등록되었다. 밀양얼음골사과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특수한 지형적 영향과 생육기가 타 지역보다 긴 특성으로 사과의 품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인 당도가 타 지역에서 생산된 사과보다 높아서 달고 산도가 낮아 신맛은 상대적으로 덜하며 과육이 큰 특징을 나타낸다.

1960년대 정부에서는 생산성이 낮은 천수답을 밭과 과수원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소득 작물을 재배하도록 권장하고 장려하였다. 1960년대 정부 시책에 부응하여 밤낮의 기온 차이가 크고 중산간지대라 미맥농사에 불리한 전답이 많은 산내면에서는 정부에서 권장하는 전전환(田轉換) 사업으로 소득이 높은 밭작물을 재배하여 판매하면 얼마든지 식량을 사 올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취지로 우선 가족 식량 생산에 필요한 논만 남기고 수리불안전답에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용암산 자락에서 가지산 기슭까지 논밭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축산업을 하던 초지까지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밀양의 명물이자 그림 같은 얼음골사과 주산단지가 탄생된 것이다. 이른바 밀양얼음골사과는 맛과 품질도 훌륭하지만 여기에 담겨 있는 지역 주민과 지도자들의 발상의 전환과 실천 의지를 보여 주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름답다. 당시 전환기 농촌에서 현실에 안주하며 과거만을 답습하지 않고 변화를 모색하였던 것이다.

[‘얼음골’이라는 이름과 분포]

‘얼음골’은 고유명사이자 일반명사로 두루 불리는 명칭이다. 즉, 고유명사로서 ‘얼음골’은 대개가 밀양 얼음골을 가리키며 밀양 얼음골과 같이 여름철에 얼음이 어는 것과 같은 특이한 기상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을 학술적으로는 ‘풍혈’ 또는 ‘풍혈지’라 부른다. ‘풍혈(지)’은 여름철에 너덜지대[지형학적으로 분류하면 애추(崖錐)[테일러스(talus)]] 사면의 암괴 틈에서 찬 공기가 스며 나오고 결빙 현상을 보이는 등의 국소적 저온환경을 형성하는 지역을 가리키며, ‘얼음골’, ‘하계동결현상지’라고도 부른다. 여기서 ‘풍혈’과 ‘얼음골’을 같은 개념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풍혈 연구의 대부분이 밀양 얼음골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풍혈’보다 ‘얼음골’이라는 용어가 일반명사로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얼음골’, 즉 풍혈지대는 테일러스와 같은 지형경관과 특히 하계결빙과 같은 기상현상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희소성 높은 자연자원이자 관광자원이다. 이러한 풍혈은 지역 주민들에게 ‘천연냉장고’, ‘천연에어컨’으로 이용되어 문화·역사적 가치도 뛰어나다. 그 밖에 ‘하계동결현상지’, ‘얼음굴’, ‘냉혈’, ‘빙혈’ 등이 지역에 따라 ‘얼음골’과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밀양과 청송 지역처럼 테일러스가 나타나며 계곡에 존재하는 곳은 대체적으로 ‘얼음골’이라 부르고, 강원도 정선의 북평면 장열리와 신동읍 운치리처럼 찬바람이 새어 나오는 바위틈이 동굴성 공간을 형성할 경우 ‘얼음굴’이라 부르는 경향이 있다. 경상북도 의성의 경우 찬바람이 불어 나오는 곳은 ‘풍혈’, 얼음이 어는 곳은 ‘빙혈’로 구분하여 사용하지만, 천연기념물 목록에는 의성 빙계리 얼음골이라 등록되어 있다. 진안은 ‘풍혈냉천’이라 부르는 등 각각의 지역에서 지형적 특성 및 형태에 따라 서로 다른 용어로 부르고 있다. 모두 여름철에 돌 틈에서 찬바람이 나오거나 결빙현상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명칭에 있어서는 지역마다 뚜렷한 기준이 없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떻게 여름에 얼음이 얼까? 얼음골의 신비]

여름철에 얼음이 어는 현상[하계결빙]의 원리에 대해 다양한 이론이 제시되었지만 얼음골을 이루는 지형인 너덜지대[테일러스] 내부와 외부의 온도 및 압력 차에 의한 결과로 얼음이 생성된다는 것에 대하여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밀양 얼음골의 원리에 대한 기상학적 연구에서도 단열팽창설, 기화열설, 자연대류설 등 하계결빙 원리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 제시되고 있어, 통일된 견해는 없는 실정이다. 지형학적으로 밀양 얼음골의 하계결빙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시도는 다음의 연구들이 대표적이다. 테일러스 지형을 구성하는 암설의 크기가 대략 1~2m로 돌과 돌 사이의 공간이 충분하여 겨울철 눈이나 얼음이 쉽게 유입되어 저장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더구나 북사면에 위치하여 일사량이 적고, 기온이 낮은 곳에 있다는 특성을 근거로 테일러스 내에는 비열이 큰 냉원이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정창희[1992]의 연구가 있다. 그리고 애추사면과 같은 두터운 거력 퇴적층이 높은 곡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일사량이 매우 적고 사면향 역시 일사량이 적은 북사면상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전영권[2001]의 연구가 있다.

[밀양 얼음골의 자연환경]

밀양 얼음골이 자리 잡은 계곡은 북·동·서쪽의 3면이 수십 m에 달하는 급애 사면으로 되어 있으며 북쪽으로 향하여 열린 골짜기이다. 이러한 절벽을 이루는 암석은 중생대 말엽에 분출한 안산암(安山岩)이다. 이러한 암석에 생긴 틈서리가 얼음골의 성인과 관계가 깊다. 얼음골의 바위틈에서는 초여름인 6월 중순부터 얼음이 맺히기 시작하다가 7월말에서 8월 초 사이에 가장 많은 얼음이 생긴다. 가을에 들어서면서 얼음이 녹기 시작하며, 날씨가 서늘해지면 얼음이 완전히 녹고 얼음이 달렸던 바위틈에서 따뜻한 공기가 뿜어 나온다. 겨울 동안 이 현상은 지속되며 계곡의 물도 얼지 않는다. 이렇게 결빙현상이 계절과 정반대인 까닭에 밀양의 신비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한여름에는 피서지로 이름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암석 속에 틈이 많이 생겨서 일어나는 것이다. 여름에는 공기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지하에서 냉각되고 곳곳에서 좁은 곳을 통과할 때마다 단열팽창이 일어나서 온도가 0℃ 이하로 떨어져 수증기와 물이 얼게 되는 것이다. 겨울에는 공기가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면서 15℃ 내외로 따뜻해지며 구멍으로 새어 나온다.

근래에 들어 이상기후로 인하여 비 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얼음이 얼어 있는 기간이 예전만큼 길지 않지만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 소름이 돋을 듯한 시원한 바람은 크게 변함이 없다. 얼음이 어는 바위틈은 여름 평균기온이 0.2℃이며, 계곡을 흐르는 물은 평균 수온이 4~8℃여서 웬만큼 참을성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계곡에 발을 담그고 2분 이상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얼음골 일대의 지형 경관에 대하여 전영권[1997]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하였는데, 첫째, 얼음골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노출기반암 급애지 사면, 둘째, 곡저가 넓고 깊은 얼음골 골짜기, 셋째, 많은 수의 애추[너덜지대] 등으로 구분하였다. 얼음골을 완전히 둘러싼 급애면은 외관상으로 보아도 주변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특징적이다. 특히, 바닥이 비교적 넓은 골짜기인 얼음골로 여러 개의 좁은 계곡이 합류하는 경관은 산지계곡의 일반적인 형태로 보기에는 매우 특이하다. 왜냐하면 얼음골의 곡저 폭은 약 150m 내외로서 주변 지역의 곡저 폭이 수 m에 불과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대조적일 뿐만 아니라 주 골짜기에 해당되는 얼음골로 합류하는 계곡의 경우도 곡저 폭이 수 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얼음골 주변의 지형은 얼음이 어는 너덜지대와 계곡을 중심으로 하여 동·북·서 3면으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장엄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얼음골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상부승강장에서 재약산 사자봉까지 편도 1시간, 재약산 수미봉까지 편도 1시간 40분, 능동산까지 편도 1시간, 사자평 억새까지 편도 2시간 정도 소요되어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사자평 억새밭을 거쳐 고사리분교-표충사 코스를 이용하는 등산객도 있다.

[밀양 얼음골의 다양한 가치]

밀양 얼음골과 같은 풍혈지대는 하계저온 및 결빙이라는 특이한 기상 현상이 나타나는 고기후 환경을 지시해 주는 테일러스라는 지형으로 희소성 높은 지형경관 자원이다. 이러한 기상학적 현상에 지형적 특성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지질공원 또는 지질명소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얼음골[풍혈지대]에서 관찰되는 주요 지형으로 너덜지대[테일러스]를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테일러스 지형은 한반도가 주빙하적 기후환경에 놓여 있을 당시 형성된 것이며, 암설의 풍화 정도, 식생 침입 등으로 미루어 보아 현재는 활동성이 없는 화석지형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지형의 형성과 관련하여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급애면의 절리와 틈 사이에서 동결·융해 작용으로 분리된 암설들이 중력에 의해서 자유 낙하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구성 암설이 대체로 유문암, 석영안산암, 안산암 등의 화산암이라고 보고되었지만 석회암이나 화강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석에서도 테일러스 지형은 발견되고 있다. 화산암의 경우 절리가 규칙적으로 발달하고 같은 크기의 암설을 생산하여 적당한 간극을 가지는 암설층을 이루며, 이러한 간극이 풍혈현상의 조건을 만드는 것으로 여겨진다. 밀양 얼음골도 화산암의 일종인 ‘밀양 안산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얼음골 지형은 현세의 기후상태에서는 더 이상 형성되지 않는 화석지형이며, 일반인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하계저온 및 하계동결 현상과 같은 기상현상을 보이는 지형이므로 지질명소로서 희소성 측면에서도 매우 가치가 높다. 이들 테일러스 지형의 형성 및 발달 과정과 이러한 특별한 지형 조건에서 하계결빙현상과의 관계를 설명함으로써 단순한 피서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술교육적인 명소로서 의미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얼음골은 저온환경에 의하여 북방계 희귀식물이 격리 분포하는 독특한 식생 경관이 나타남으로써 식물지리학적인 가치도 뛰어날 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활과 오래 전부터 밀접하게 관련되어 문화역사적 가치도 뛰어나다. 풍혈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대개 ‘천연냉장고’, ‘천연에어컨’이라 불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풍혈을 가리키는 ‘Nature's Ice Box’, ‘Nature's Refrigerator’라는 별칭이 있으며, 인디언들과 초기 유럽인 정착민들이 여름에 상하기 쉬운 음식의 저장고로 사용하였다는 보고도 확인된다. 일본에서도 풍혈을 채소절임의 보관에 이용하거나 메이지 시기부터는 잠종용 냉장고로 활발히 이용하면서 ‘풍혈업’, ‘풍혈잠종업’이라는 말이 정착되었다고 전해진다. 얼음골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전통적인 인식과 역사적인 기록, 전설 등은 풍혈지대와 관련된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기 쉽게 하여 관광 전략 측면에서 지역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여 관광자원으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얼음골은 단순한 지질학적 가치뿐 아니라 지형과 문화역사적 가치도 지닌 자연경관 자원이자 관광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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