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0003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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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祈豊 |
영어의미역 | Prayer for Good Harvest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남도 논산시 |
집필자 | 김효경,강성복 |
[정의]
충청남도 논산 지역에서 음력 정월부터 삼월까지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세시풍속.
[개설]
농사를 근간으로 하여 생활하던 농민들에게 농사의 풍흉(豊凶)은 무엇보다 관심의 대상이 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고 풍년을 기대하며 다양한 형태의 의례를 베푼다. 특히 농사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하늘의 힘에 의존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늘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하늘의 뜻을 미리 예견하는 점을 쳐 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그 뜻을 유도하기 위해 정성껏 의례를 베풀기도 한다.
음력 정월은 그 해의 첫 시작으로 관심과 기대가 응집된 시간이다. 처음이라는 시간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외감이 공존하므로, 이를 긍정적이고 설명 가능한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월은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직접적인 풍흉 의례를 베푼다. 따라서 ‘농군의 명절’인 정월 대보름날로부터 이월 초하루에 이르기까지 농사를 준비하는 첫 시발점의 시간들에 부지런을 권면하는 의례들이 베풀어진다.
[내용]
풍년을 기원하는 의례로는 음력 정월 열나흗날과 보름날에 행하는 잠자지 않기, 김쌈 먹기, 찬물 마시지 않기, 칼질하지 않기, 보름밥 많이 먹기, 용알[龍卵] 뜨기, 영등 위하기, 콩 볶기, 키 작은 사람 집안에 들이지 않기, 꿩알 줍기 등이 있다.
1. 잠자지 않기
정월 열나흗날 밤에는 잠을 자지 않는다. 여럿이 모여 밤을 지새우면서 대보름을 맞이한다. 대보름날 일찍 일어나면 그 해 농사를 지을 때 부지런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2. 보름밥 많이 먹기
열나흗날 저녁에는 보름밥과 묵은 나물을 마련해서 일찍 먹는다. 또한 “보름밥은 아홉 번 먹고, 남자는 지게질을 아홉 번 하고, 여자는 길쌈을 아홉 번 한다.”라고 한다. 아홉이라는 숫자는 최대를 의미하므로 될 수 있는 한 많은 일을 하는 부지런한 생활 태도를 견지하라는 것이다.
3. 용알 뜨기
대보름날 새벽에는 일찍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온다. 남 보다 먼저 길어야 그 해 농사에 장원(壯元)을 한다고 하여 서두른다. 이 물을 ‘용알’ 혹은 ‘정화수’라 하는데, 농사의 중요한 도구인 물을 확보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들 의례는 모두 논산 시민의 부지런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풍흉의 최대 조건이 농군의 부지런함임을 보여준다.
4. 김쌈 먹기
대보름날 아침에는 쌀밥을 지어 먹는다. 이 쌀밥은 김으로 싸서 먹는다. 김쌈은 그 해에 생산할 볏섬을 상징하는 것으로, 많이 싸 먹으며 풍년을 맞이하게 된다.
5. 찬물 마시지 않기
보름날 아침에는 논일을 할 때에 소나기를 맞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찬물을 마시지 않는다.
6. 칼질하지 않기
보름날에는 칼질을 하지 않는다. 칼질은 벼의 모가지를 자르는 것으로 간주되기에 금한다.
7. 콩 볶기
풍년을 희구하는 마음에서 농사에 지장이 될 만한 일들을 제거하기도 한다. 음력 이월 초하루에 이러한 일들을 베푼다. 새벽에 콩을 볶으면서 “새삼 볶자! 근잠 볶자!”라고 왼다. 근잠은 논에 나는 풀이며, 새삼은 밭에 나는 풀이다. 새삼과 근잠을 모두 볶아 없앴으니 풍년이 들 것이라고 믿는다.
8. 키 작은 사람 집안에 들이지 않기
오전에는 대문을 열어 놓지 않는다. 삼베는 키가 커야 좋은데 이 날 아침에 키가 작은 사람이 먼저 들어오면 그 사람의 키를 닮아 삼베의 키가 크지 않게 된다. 미리 키가 큰 사람에게 부탁해서 아침 일찍 들러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9. 영등 위하기
이월 초하룻날은 본격적인 농사를 앞두고 농사에 영향을 미치는 바람과 비 등의 자연을 점쳐 본다. 이 날 즈음에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는데, 이때 비가 내리면 풍년이고,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 때문에 이 날에는 비와 바람을 관장하는 영등(이월)할머니에게 치성을 드림으로써 한해의 풍년을 소망한다.
[생활민속학적 의의]
농사의 풍흉은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지만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다. 노력하지 않은 채 불운을 당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여 삶을 희망으로 이끌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은 음력 정월부터 이월 초에 집중되어 나타난다. 이들 시간은 처음에 해당되는 것으로, 한해를 시작하며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담은 의례가 베풀어지기에 적당하다. 특히 대보름은 그 해의 첫 번째 만월(滿月)이 뜨는 날로, 충만함을 나타낸다. 이월 초하루는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시점인 동시에 이월의 첫날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때문에 보름과 이월 초하루가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종교적인 시간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반면에 풍흉을 점치는 점풍 의례는 정월 대보름과 봄의 기운이 완연한 삼월에 집중된다. 대보름은 일 년 중 가을로 관념되므로 풍흉을 점치기에 적합하다. 삼월은 실제 봄의 시작으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삼월이 되어 처음 눈에 띠는 제비와 까치는 일찍부터 영물(靈物)로 간주되었기에 그 모습과 관련한 의례가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