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5015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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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河水盆- |
영어의미역 | An Inexhaustible Fountain of Wealth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경기도 안산시 |
집필자 | 이현우 |
[정의]
경기도 안산 지역에서 신기한 바가지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화수분 바가지」는 화수분처럼 쓰고 또 써도 줄지 않는 바가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히 세간에서는 쓰고 또 써도 줄지 않는 것을 화수분이라고 하는데, 그 단어의 유래는 이러하다. 옛날 중국의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의 일이다. 회를 개려면 굉장히 많은 물을 써야 하는데, 일일이 길어다 쓸 수가 없었으므로 높은 봉우리 위에 구리로 큰 동이를 하나 만들어 놓고 군사 10만 명을 풀어 날마다 황하수를 길어 그 동이에 채우게 하였다.
각 공사장에서 쓰는 물은 그 동이에서 끌어다 썼는데 워낙 많은 군사들이 길어다 채우는 물이라 아무리 써도 바닥이 드러날 날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황하수(黃河水)를 길어다 붓는 분(盆)[동이]이라 하여 하수분(河水盆)이라 하던 것인데, 이것이 와전되어 화수분이 된 것이다. 「화수분 바가지」는 다리가 부러진 새끼 제비를 주워 정성껏 돌보아 주고 그 보은으로 신기한 박씨를 얻은 「흥부전」의 흥부처럼, 개구리를 살려 주는 은혜를 베풀고 그에 대한 보은으로 신기한 바가지를 얻은 유씨 가족이 흉년의 고비를 넘겼다는 동물보은담이다.
[채록/수집상황]
1972년 한국문화도서출판사에서 발행한 『한국의 전설』에 수록되어 있다. 이를 1988년 시흥군지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시흥군지』와 경기도에서 발간한 『전설지』에 전재하였고, 1999년 안산시사편찬위원회에서 간행한 『안산시사』 중권에 다시 전재하였다.
[내용]
옛날 안산(安山) 땅에 이름은 안 알려진 유씨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해 몹시 가물다가 늦게야 큰물이 지나갔다. 그리하여 벌을 내다보아야 거둬들일 것이 하나도 없는 무서운 흉년이 들었다. 유씨 집도 온 식구가 여러 날 굶어 이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느 날 유씨가 지쳐 쓰러진 아이들 곁에서 멀거니 천정을 쳐다보고 누워 있는데, 부인이 머리에 수건을 쓰고 들어왔다. “아이구 여보, 저 꼴들을 어떻게 보겠소? 여기 내 머리를 몽땅 깎아 이렇게 타래를 매 놓았으니 이걸 가지고 나갔다 오슈. 쌀이든 잡곡이든 주는 대로 좀 바꿔다가 저 죄 없는 것들이 마지막으로 한 끼라도 달게 먹는 거나 보고 죽읍시다.”
유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부인이 시키는 대로 머리 타래와 자루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그리하여 장에 가서 평소 같으면 상당한 값이 나갈 그 타래를 단지 쌀 서 되와 바꾸었다. 남의 어려운 때를 틈타 불의의 이득을 보려는 심사는 밉지만 도리가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마침 동네 뒷도랑을 건너려다 보니 같은 동네 박서방이 얼굴이 누렇게 부황이 나 가지고 한 손에 바가지를 들고 있었다. “박서방 게서 뭘 하나?” “엉? 아무 것도 아냐.”
아무 것도 아니라지만 유씨는 기운 없는 중에도 가까이 가 보았다. 그랬더니 박서방이 비실비실 뒤로 물러나면서 마치 뭐나 들킨 것처럼 당황해 했다. “아무 것도 아냐.” “아무 것도 아니라니?” 유씨가 바짝 다가가 보니, 오죽했으면 그러랴마는 때려잡은 개구리들이 바가지에 그득했다. 이거라도 먹고 목숨을 잇겠다는 생각인 모양이었다. “에그, 끔찍하고 가엾어라! 여보게 이거 쌀인데, 자네 이거 나하고 바꾸세.” “아니, 자네네도 귀한 쌀을…….” “아냐, 난 괜찮아.”
억지로 쌀자루를 떠맡기고 바가지를 빼앗았다. 그리고 개구리를 하나하나 맑은 샘가에 나란히 엎어놓았다. 그랬더니 회초리 한 대에 잠깐 까무러쳤던 모양인지 그 중 한 놈이 물 냄새를 맡고는 곧 생기가 돌아 툭탁 일어나서 뛰었다. “옳지, 하나 살았다!” 유씨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였다. “옳지, 또 하나! 옳지, 요것도…….”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할 무렵까지, 그 많던 개구리들은 거의 다 살아나 뛰어갔다. 그런데 영영 살아나지 않는 마지막 몇 마리가 있었다. “너무 호되게 맞아서 아주 죽었나? 혹 밤이슬이라도 맞으면 살아날는지.” 그는 나머지들을 가지런히 엎어놓고 끙 하고 일어섰다. 그런데 무심코 앞을 보니 아까 내던진 바가지가 떠내려가지 않고 거기서 맴돌고 있었다.
‘이게 왜 떠내려가지 않을까?’ 하고 물 한복판에 띄워 봐도 바가지는 그 자리에 그냥 둥둥 떠돌 뿐 흘러 내려가지 않았다. “이상도 하다…….” 유씨는 별 생각 없이 바가지를 집어 들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굶어 늘어져 있는 아이들 생각을 하니 한심한 노릇이었다. 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가지는 벽장 속에 던져 놓고 아이들이 쓰러져 있는 사이에 끼어 멀거니 천장을 쳐다보고 누웠다.
드디어 문이 벌컥 열리면서 부인이 들어왔다. “쌀 팔아 온 거 어쨌수?” “으음.” 유씨는 다른 말 않고 고개만 가로 저었다. 방 안을 휘 둘러보고 쌀자루가 없자 부인은 벽장문을 열고 들여다보았다. “여기 쌀을 갖다 놓고도 괜히 그러셔.” “무어?” 유씨가 엉거주춤 일어나 앉는데, 부인의 손에는 쌀이 찰찰 넘치는 바가지가 들려 있었다. 얼마나 급했으랴? 부인은 반을 덜어 나가 밥을 지었다. “거 밥은 하지 말고 죽을 쑤게. 지금 이 뱃속에 밥 들어갔다간 큰일 나.”
그러고 돌아다보는데 이런 희한한 일이 있나? 쏟아 낸 바가지에 또 쌀이 가득했다. 그날 저녁 두 양주는 마주 앉아 상의를 하였다. 필연코 개구리를 살려준 것을 용왕이 고맙게 여기고 그랬으리라는 것. 이 어려운 고비에 우리만 잘 살려고 드는 건 죄받을 짓이라는 것. 그리하여 밤새도록 둘이서 받아낸 쌀을 이튿날 날 밝는 대로 동네 집집에 나눠 주었다.
흉년 고비를 간신히 넘긴 두 양주는 다시 상의를 하였다. “이만큼 은혜를 받았으면 그걸로 만족할 줄 알아야지 제 분복을 생각하지 않고 욕심을 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둘이는 바가지를 고이 씻어 잘 간직해 두었다. 그리고도 가끔 들여다보는데 제삿날이 되면 으레 하얀 쌀이 가득해지곤 하더라는 것이다. 그 후 세월이 오래 지나고 난리도 여러 번 치러 이 화수분 바가지는 내내 그 행방을 알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화수분 바가지」의 주요 모티프는 ‘머리 타래를 쌀과 바꿈’, ‘쌀로 개구리를 살림’, ‘쌀이 넘쳐나는 바가지 얻음’ 등이다. 이는 박서방이 때려잡아 먹으려고 하였던 개구리를 부인의 머리를 잘라 바꾼 쌀을 주고 살려줌으로써 그에 대한 보은으로 용왕이 화수분 바가지를 주어서 유씨 가족이 굶주린 생활의 고비를 잘 넘겼다는 이야기이다.
즉, 개구리 같은 하찮아 보이는 생물의 목숨도 소중히 해야 하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복을 받는다는 동물보은담이다. 또한 흉년의 고비를 넘긴 것에 기뻐하면서 과욕을 부리지 않고 바가지를 씻어 잘 보관했다는 점에서 보면 매우 현명한 부부임에 틀림이 없다. 안산 지역에는 이외에도 같은 모티프를 가진 설화가 있는데 바로 「와리와 개구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