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502260 |
---|---|
한자 | 說話 |
이칭/별칭 | 이야기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남도 천안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강영순 |
[정의]
충청남도 천안 지역에서 옛날부터 민간에 구전되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설화란 20세기에 태동한 학술적 용어로 ‘민간 서사’, ‘옛날이야기’ 등의 개념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일정한 구조를 지닌 이야기이다. 일상사나 역사적 사실 등은 설화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승자의 인식과 주인공에 따라 ‘신화’, ‘전설’, ‘민담’으로 구분하나 서로 넘나들며 바뀌기도 한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 그리고 이야기판이 필수 요건이다. 구연 당시의 분위기와 듣는 이들의 반응에 따라 교훈과 흥미, 정서가 반영되어 집단적 성격을 띠며, 전승 집단의 가치관과 문화적 욕구 등이 내재되어 있다.
[천안의 설화]
천안시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는 단국 대학교 나손(羅孫) 김동욱·최운식이 조사 및 정리한 『천원군지』[천원군지 편찬 위원회, 1984]에 수록된 약간의 설화를 비롯해 상명 대학교 김동욱·구비 문학 연구회의 『천안의 구비 문학』[1994, 천안 문화원], 민병달·이원표의 『천안의 민담과 설화』[천안 문화원, 1998], 강영순의 『천안의 구비 설화』-직산읍 편[성환 문화원, 2010], 주경미의 『천안의 구비 설화』-성환 편[성환 문화원, 2010] 등에서 학술적 자료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왔다. 특히 1970년대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이 전국적으로 조사한 『한국 구비 문학 대계』에서 천안시가 누락되어 있기에 이들 자료가 더 소중하다. 『천원군지』와 『천안의 구비 문학』은 그나마 이른 시기의 전승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신화]
천안시에서 채록된 설화는 전설과 민담이 주류이다. 그러나 민담 가운데에는 신화의 특성을 지닌 것도 있어 신화의 옛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예를 들어 천지창조 신화라고 할 만한 「천지일월을 창조하신 단국장 할아버지」와 대홍수 설화의 흔적을 지닌 「이 빠진 산 유래」 등이 있다. 「천지일월을 창조하신 단국장 할아버지」은 단국장 할아버지가 하늘과 땅뿐 아니라 천륜과 인륜까지도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빠진 산 유래」은 대홍수 때 배가 산꼭대기에 걸려서 이가 빠지듯이 정상이 쑥 들어갔고, 떨어져 나간 부분은 다른 지역으로 떠내려갔다는 이야기이다.
[전설]
특정한 증거물로 진실임을 입증하는 전설로는 지명 유래와 인물 전설이 천안시에 다수 존재한다. 특히 역사적으로 삼남(三南)을 오가는 교차로였던 천안은 경기 민요인 「천안 삼거리」를 탄생시킨 곳이다. 따라서 민요의 배경 이야기와 함께 천안 지역에 능수버들이 많은 이유, ‘능수버들’이라는 어휘 발생에 대한 민간 기원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만남과 이별, 떠남과 남겨짐의 애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능수버들’의 ‘능수’는 여주인공 ‘능소’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도 한다.
지역과 관련된 김시민(金時敏)[1554~1592], 김치(金緻)[1577~1625], 김득신(金得臣)[1604~1684] 등의 인물 전설은 구전과 함께 문헌 설화로도 전승되고 있다. 한편 「도끼 정승 원두표」를 보면, 조선 후기 야담에서 자주 보이는 여성 지인담 「이기축(李起築)의 처」 유형이 천안 지역에서는 원두표 인물 설화로 구전되고 있다. 또 이순신(李舜臣)[1545~1598]과 관련된 황세득 장군 전설은 마정리의 특정 증거물과 함께 인물 전설로 전승되고, 이순신과의 경쟁담을 담고 있는 허 장군 전설은 비룡 고개라는 지명과 용화사 미륵불이라는 특정 증거물과 함께 전승되고 있다. 또 천안시 동남구 북면 은석산(銀石山)[약 455m] 정상 부근에 있는 병조 판서 박문수(朴文秀)[1691~1756]의 묘소는 장군대좌형(將軍臺座型)이라 하여 이와 관련된 풍수 설화가 함께 전승되기도 한다.
한편, 천안시에는 백제의 첫 도읍지인 위례성(慰禮城)이나 마한(馬韓), 왕건(王建)[877~?]의 고려 건국 등과 역사적 관련이 있는 전설이 다수 전승되고 있다. 남산(南山)[약 51m]의 아기 장수가 마한의 시조라든지, 온조왕의 신하인 조씨가 이곳 직산 조씨의 시조라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남산 아기 장수와 마한 건국」이 마한을 건국한 영웅상을 보여 주었다면, 「비룡 고개 허 장군」은 실패한 아기 장수의 비극적 최후를 보여 주고 있다. 또 천안시의 안산(案山)이라 할 태조산(太祖山)[약 250m]은 예전에는 왕자산(王字山)으로 불렸으며 왕건과 관련된 지명 전설을 지니고 있다. 이 외에 성거산(聖居山), 유량동(留糧洞), 유왕골(留王-) 등도 왕건과 관련된 지명 유래담이다.
또 사건이나 사적과 관련하여 전설이 전승되기도 한다. 인조(仁祖)[1595~1649]가 이괄(李适)의 난 때 공주로 파천하면서 천안에서 하루 묵을 당시 만들어 바친 떡이 ‘인절미’였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이와 관련한 「팥떡 판관 우덕화」가 전해지고 있다.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직산 전투나 일제 강점기의 직산 금광 이야기 등은 야사와 전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전승의 자료가 되고 있다.
[민담]
민담은 민중의 능력과 지혜를 특별한 증거나 역사적 상황에 구애하지 않고 보여 주는 이야기어서 설화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야기이다. 천안에 전승되는 민담으로는 효행담, 지혜담, 이인담 등이 눈에 띤다. 효행담은 「고려장 이야기」가 여러 편 채록되고, 「아들 바쳐 부모 살린 내외」, 「호랑이에게 업혀 간 남편 구한 열녀」, 「시어머니 눈뜨게 한 효부」 등의 이야기들도 있다.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의 내면적 지혜를 보여 준 이야기들도 전해진다. 「중국 황후가 된 정 진사 딸」은 여성 이인담으로서 편폭이 길고, 여성의 능력으로 가문과 나라를 구함으로써 민중의 숨겨진 희망을 반영하는 희귀한 사례의 민담이다.
조선 후기 야담집이나 재담집 등에 수록된 문헌 설화가 설화로 구전되는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문헌과 구비의 변이 양상을 추적할 수 있어 요긴한 자료로 주목할 만하다. 사례로는 일종의 소화(笑話)라 할 수 있는 「상좌승을 골린 행자승」과 「정렴의 아들」과 유사한 유형인 「원수 갚으러 아들로 태어난 구렁이」 외에도 「고부 사이 좋게 한 아들」, 「도둑 감복시킨 홍기섭」 등이 있다.
또 천안시에서는 전국적으로 분포된 이른바 광포 설화 유형도 다수 채록되었다. 예로 「사람으로 태어난 여우」, 「구룡사 빈대」, 「말하는 골방 쥐」, 「흑성산 오뉘 힘내기」, 「혼 쥐 이야기」 등이 있다. 광포 설화 유형은 증거물이 있는 전설로 변용되기도 하고, 민담 그 자체로 전승되기도 한다. 풍수 설화도 여러 편 채록되었는데, 좋은 묏자리는 적선(積善)과 적덕(積德)을 하면 얻게 된다는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의의와 과제]
천안시는 현재 역사적 배경이 조금씩 다른 여러 지역이 통합된 지역이다. 그럼에도 전문화된 연구자들의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실시되는 전국적인 설화 조사에서는 빠져 있다. 지역의 향토 사학자나 대학교의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조사된 것이 전부인 실정이다. 현재 조사된 자료보다 훨씬 풍부하고 다양한 설화들이 전해 올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최근 들어 급속한 도시화와 공업화로 외지인들이 대량 유입되고 있어 도시 지역의 조사 및 채록은 점점 더 어렵게 되었다. 전모가 밝혀지지 못했으니 기존에 채록된 자료라도 더듬어 짐작하는 수밖에 없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도시화되지 않은 지역의 설화 전승자들이 생존해 있을 때 더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이를 통해 역동적인 천안의 모습과 전통을 지키는 천안의 모습이 함께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