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나가는 대구 섬유산업
메타데이터
항목 ID GC40000046
한자 世界 - 大邱 纖維産業
분야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대구광역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박은경

[정의]

대구광역시 섬유 산업의 역사와 전망.

[대구 섬유 산업의 개요]

1918~1920년대의 대구는 명주로 먼저 유명해진다. 명주란 원래는 명(明)나라에서 생산한 견직물(絹織物)을 가리킨 것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주로 견사(絹絲)를 사용하여 짠 직물을 말한다. 일본의 양잠업은 상주 등 경북 각처의 풍부한 원료를 이용하여 명주실 공장을 세워 일본으로 대량 운반하였다. 이때 하급품이 국내로 흘러들었으며 보부상에 의하여 대구 명주가 전국 각지로 전해지자 타 도시 공장들도 명주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하였다.

이 시기에 일본 계열의 조선방직·대한방직·삼호방직 대구 지사가 생겨났다. 지역 토착 섬유 자본은 달성공원을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일본은 침산동, 동인동 등 대구의 중구·남구 쪽을 주로 공략하였다. 당시 20여 개의 한국계 직물공장이 있었다. 하지만 공장의 규모 면에서는 대구가 서울과 부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전국 최고의 조선방직은 610대의 직기를 갖고 있었다. 1947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공업 방식의 역직기(力織機) 전국 보유 대수는 1만 2000여 대였다. 하지만 6·25전쟁이 한국 섬유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바로 제일모직과 코오롱이 등장하면서였다.

모직의 제왕 ‘제일모직’, 나일론의 황제였던 ‘한국 나이론[코오롱]’. 어마어마한 두 공룡기업의 출발지는 대구이다. 일제강점기의 대구 섬유는 서울과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하였다. 섬유산업의 무게 중심은 서울의 경성방직[경방]과 부산의 조선방직[조방]이었다. 제일모직과 코오롱은 베틀에 의존한 재래식 섬유 직물 시대를 단번에 종식하였다. 나일론보다 몇 수 위의 변화무쌍한 질감을 선보였던 꿈의 섬유 폴리에스터 직물[1968년]까지 품으면서 대구를 한때 세계 최강[1985년 한국이 일본을 넘어섬] 화학섬유 직물 수출 전진기지로 만들었다.

그러나 한 세기를 넘긴 대구의 섬유는 영광과 좌절을 동시에 맛보게 된다. 대구 섬유는 ‘메가트렌드(megatrend) 섬유 시대’를 인지하지 못하였다. 해외시장 개척, 첨단기술, 패션 감각, 중국의 급성장 등에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한심하게도 부동산 투기 반사이익으로 그 위기를 돌파하려는 사장들도 생겨났다. 그리고 맞춤옷에 기댄 패션 디자이너들과 양복점·양장점도 1970년대 반도패션에서 2000년대 유니클로로 이어진 기성복의 맹공을 견뎌내지 못하였다.

특히, 1997년에 한국을 강타한 IMF 외환위기는 대구 섬유산업을 절망에 빠뜨리게 된다. 대구의 대규모 섬유공장이 줄줄이 도산하기 시작한다. 동국방직의 경우를 살펴보면 동국방직은 서문시장의 원단 장사로 자본을 모아 1975년 동국무역그룹 계열사 동국방직을 설립하였고 1977년에는 5만 추 규모의 면방공장을 준공하였다. 1978년에 지역 업체로는 처음으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였다. 1994년 삼경섬유공업을 흡수 합병하였고, 면사포·혼방사포·화학섬유 제품의 제조 및 가공 판매업 등에 진출하였다. 1999년 7월 기업 내 구조조정으로 동국합섬과 함께 동국무역에 합병되었다. 동국무역은 2002년 4월 완전 자본 잠식으로 상장이 폐지되었다. 대구 섬유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던 동국무역도 결국에는 2008년 TK케미칼에 흡수되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대구 섬유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대구를 이탈리아의 밀라노 같은 세계적인 패션 산업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하여 정부와 대구광역시 섬유업계가 공동으로 섬유산업 육성 계획을 추진하였다. 대구광역시는 첨단섬유 도시건설 특별위원회와 섬유산업 발전전략 기획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구체적인 실천 작업에 들어갔다. 1998년부터 5년간 68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구·경북 섬유산업 육성 방안’, 일명 ‘밀라노 프로젝트(Milano Project)’를 추진하였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섬유제품 고급화 및 고부가가치화[6개 사업], 패션디자인 산업의 활성화 기반 사업[3개], 섬유산업 인프라 구축[2개], 기술개발 및 생산성 향상 지원[6개] 등 4개 분야 17개 사업으로 구성되었다.

밀라노 프로젝트(Milano Project)는 시제품 생산과 신제품개발을 통하여 생산 현장에 적합한 공정 기술을 지원하게 될 신제품개발센터, 섬유업체의 신제품개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중소업체들에 지원하는 섬유 정보 지원 센터, 섬유제품 고부가가치화의 핵심 요소인 염색 디자인 및 색상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염색 디자인 실용화 센터와 니트 시제품 가공 공장, 패션쇼 전용공간을 마련하여 섬유 패션과 디자인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패션디자인 개발 지원 센터, 지역 중소섬유업체들의 전시 및 판매 공간 확보를 통한 수출 기반 고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섬유 종합 전시장 등이 핵심사업이다. 밀라노 프로젝트를 통하여 R&D[연구개발]를 기반으로 하는 섬유 관계 기관들이 설립되기도 하였다.

[국내 내수에서 해외시장 판로 개척]

우리나라의 경공업은 1960년대 이후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발달하였다. 1960년대 초반에는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섬유 공업을 비롯한 식료품 공업, 인쇄·출판업 등 경공업이 발달하였고, 1960년대 후반에는 이러한 노동 집약적 경공업이 수출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의 임금 상승으로 인하여 노동비가 저렴한 개발 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여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비율이 늘고 있으며 사양 산업이 되어 생산을 포기하고 수입품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한 섬유산업은 밀라노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통하여 관련 연구 시설 개원 및 인프라가 구축되었으나 뭔가 하나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해외 마케팅이다. 기존의 섬유산업은 내수시장 및 OEM 방식 위주로 오더를 통한 생산이 이루어지다 보니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비싸지 않았다. 가성비는 소비자 혹은 고객이 낸 가격에 비하여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능이 소비자나 고객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낸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섬유제조업체는 1세대에서 2세대로 세대교체가 서서히 이루어지는 시기를 맞이하였다. 이러한 세대교체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섬유제조업체들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업체들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기존 OEM에서 ODM으로의 고부가가치 섬유 생산으로 전환하기 시작하였다.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저렴한 중국산 섬유로 만들어진 봉제 옷들의 수입이 늘어 대구에서 재직한 섬유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였다.

대구에서 재직하는 원단은 주로 우븐 화섬[목재,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으로부터 화학적 공정에 의하여 만들어 낸 방직 섬유를 통틀어 이르는 말.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이 대표적인 예이다]으로 친환경 소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구 섬유는 기존 의류용 소재에서 특수·산업용, 첨단 스마트 등 고부가가치 아이템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의류용 소재는 중국산과의 가격 차이뿐만 아니라 중국산 소재의 다양성 및 일부 아이템의 소재에 대해서는 한국산보다 질 좋은 소재 개발 등으로 국제 시장에서 한국산의 위치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

[해외시장 다변화를 통한 대구 섬유의 해외시장 진출]

국내외 섬유 시장 정보 수집 제공 및 판매시장 확대를 위한 섬유산업의 마케팅 사업을 추진하여 섬유산업 활성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구의 섬유 제조업체는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가장 비중이 큰 마케팅 방법 가운데 첫 번째는 전시회 참가이다. 섬유 관련 국제 전시회는 주요 섬유 및 패션 산업이 발달한 국가별로 개최된다. 그중 대구의 섬유제조업체들이 참가하는 주요 전시회로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Premiere Vision[S/S 시즌 2월, F/W 시즌 9월], Texworld Paris[S/S 시즌 2월, F/W 시즌 9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Intertextile Shanghai[S/S 시즌 3월, F/W 시즌 9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Texworld USA[S/S 시즌 1월, F/W 시즌 7월] 등이 있다. 또한, 섬유 원단으로 봉제하는 봉제 시장인 베트남, 인도 등에서도 전시회가 개최되기도 한다. 이러한 전시회는 각 섬유소 재의 용도나 기능 등에 따라 산업용 전시회, 홈 텍스타일 전시회, 아웃도어 전시회 등으로 세분되어 전 세계에서 개최된다.

대한민국의 섬유 관련 관계기관에서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기에 대구의 많은 섬유 제조업체들이 해외 전시회 참가를 통하여 신규 바이어 발굴 및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은 기존 거래 바이어와의 상담을 가능하게 하고 신규 바이어 발굴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마케팅 방법으로는 판매 출장을 가는 것이 있다. 전시회를 거쳐 확보된 바이어에 대한 그레이딩(grading) 작업을 통하여 거래를 희망하는 바이어와의 직접 상담이 필요할 경우 판매 출장을 활용한다. 전시회장에서 상담하는 것보다 집중적이고 신중한 상담이 가능하기에 이미 거래하고 있는 바이어뿐만 아니라 거래를 희망하는 바이어와의 실질적인 오더를 위한 판매 출장을 많이 활용한다. 특히 대구의 섬유제조업체는 아버지 세대에서 2세대를 거치며 2세 대부분이 외국어, 특히 영어가 가능하여 기존 생산된 아이템에 대하여 로컬[서울의 무역상] 판매 영업 방식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시장 및 트렌드를 확인하여 바이어와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여 결정함으로써 오더를 메이드(made)한다.

대구에서 생산된 원단들은 전 세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미국과 유럽의 브랜드인 ZARA, H&M 등의 SPA 브랜드에서부터 시작해서 BURBERRY, BOSS, ARMANI, CHLOE, MARC JACOBS, MICHAEL KORS, BCBG 등 우리가 아는 유럽과 미국의 명품 브랜드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원단을 구매하는 시장은 주로 다국적 브랜드로의 직접 판매와 호울세일러(wholesaler)를 통한 소·도매상 판매로 구분된다. 다국적 브랜드로의 직접 판매는 제직한 원단 대부분이 중국이나 동남아의 봉제공장으로 선적되어 옷으로 만들어지며 호울세일러를 통한 판매는 구매한 호울세일러 시장에서 현지의 소도매상들이 재구매하여 현지 마켓의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판매된다. 이처럼 대구 섬유는 전 세계에 판매하지만,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섬유는 대구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

대구에서 생산되는 원단은 대부분 화학섬유(化學纖維)[chemical fiber]이다. 화학섬유는 화학적인 가공에 따라 인공적으로 만드는 섬유의 총칭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기질의 인조 섬유를 가리킨다. 재생 섬유[비스코스, 큐프라], 반합성 섬유[아세테이트, 폴리믹스], 합성 섬유[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비닐론, 아크릴] 등이 있다.

대구 섬유제조업체의 시설을 한꺼번에 모두 바꿀 수는 없지만, 글로벌브랜드의 요구와 시민들의 의식 개선으로 지속 가능[sustainable] 관련 섬유에 대한 개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전 세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미국의 브랜드 및 봉제 업체와의 상담을 통한 신규 시장 개척이 가능하다.

대구의 섬유 소재의 해외 마케팅을 위해서는 앞으로 대두될 지속 가능한 리사이클(recycle) 친환경 소재에 대한 개발도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지구촌은 지식 정보화, 세계화, 개방화로 예전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류의 지구촌화 사회에 살고 있으며, 각국의 서로 다른 다양한 문화의 특성은 인터넷, 모바일 등의 연결로 이전보다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구 섬유는 섬유 제조, 디자인 및 신소재 개발을 통하여 해외의 새로운 판로 개척과 신소재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예전의 명성에 힘입어 다시 한번 도약할 것이다.

대구 섬유산업은 소비자들의 친환경 요구에 유의한 친환경 섬유 신소재를 개발하고 부각시켜 섬유제조업체의 국내외 소재를 차별화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세계 섬유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대구 섬유산업의 재도약은 섬유제조업체만의 노력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대구광역시도 섬유산업 중흥을 위하여 섬유제조업체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섬유 클러스터(cluster)를 위한 민관학 중심의 RNBD[사업화연계기술개발] 사업을 지속하여야 한다. 섬유제조업체들은 대구의 다양한 섬유 관계 기관들과의 연계를 통하여 대구 섬유산업의 방향성을 다양한 분야로 특화하는 정책을 추진하여 대구 섬유산업의 상생효과도 노려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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