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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 신앙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102080
한자 家神信仰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경상북도 영천시
집필자 이은정

[정의]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가신(家神)에게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민간 신앙.

[개설]

민간 신앙은 크게 마을 신앙과 가신 신앙[가정 신앙], 무속 신앙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마을 신앙은 마을 단위의 안녕과 풍작을 기원하는 공동체적인 신앙인 데 비해, 가신 신앙은 가족 구성원의 안녕과 무사를 기원하는 개별적·개인적인 신앙이다.

경상북도 영천시에서 모셔지는 가신으로는 성주·조왕·영등할매·삼신·시준·터주대감·측신 등이 있다. 이 외에도 가내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서 정기적인 의례를 올리기도 하는데, 영천시에서는 설날 차례 전에 가신에게 음식을 올리는 설고사와 성주고사라고 하는 안택 고사(安宅告祀)가 있다.

[성주]

성주는 가정 신앙의 여러 대상 신 중에서 가장 높은 가신(家神)으로 여겨진다. 성주신은 집안의 모든 일을 관장 하며 가옥신(家屋神)이기 때문에, 집을 새로 짓고 나서 성주고사를 모시는 경우가 있다.

영천시에서는 주로 성주를 ‘성주단지’ 형태나 한지(韓紙)에 수숫대를 실에 매어 마루기둥에 붙여 놓는 형태로 전승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는 이러한 물질적인 형태가 없는 ‘건궁성주’를 모시는 가정도 더러 있다.

영천시의 농촌 지역에서는 아직도 성주를 물질적인 형태로 모시고 있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성주를 모셨던 여성 노인들이 돌아가시면서 그 전승의 맥은 단절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성주단지’를 대물림 해주고 나서, 성주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간단한 의식을 통해서 성주를 없애는 것이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삼신]

영천시에서는 삼신을 주로 ‘삼신할매’로 많이 부르는데, ‘삼신할매’는 집안에서 아이의 출산과 성장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는 가신(家神)이다. ‘삼신할매’는 아이를 점지해 주며, 태어난 아이가 크는 동안 탈 없이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몸에 몽고반점이 많으면 엄마 뱃속에서 늦게 나간다고 ‘삼신할매’한테 맞아서 멍든 자국이라는 속설도 있다. 그리고 아이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지는 ‘삼신할매’가 돌보아 주기 때문에 넘어지거나 다쳐도 큰 탈이 없을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영천 지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주로 시어머니나 시할머니가 안방에 삼신상을 차리고 빌게 된다. 삼신상에는 미역, 쌀 한 그릇, 물 한 그릇을 올리고 물은 날마다 갈고 쌀은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삼신상을 차린 후에 산모에게 첫국밥을 주며, 첫국밥은 아이를 낳고 처음 먹는 국밥으로 밥과 미역국을 가리킨다. 7일 동안은 삼신상을 그대로 두고, 삼칠일까지 매 칠일마다 미역국과 밥, 물 한 그릇으로 삼신상을 차려 빈다.

가정 신앙의 대상 신으로서 삼신은 다른 가신(家神)에 비해서 전승력이 강한 편에 속한다. 최근에 아이를 낳은 젊은 산모들 사이에서도 삼신에 대한 신앙은 과거와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지속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조왕]

영천시에서는 조왕이 부엌 전체, 가마솥, 부뚜막의 신(神)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가정의 재물을 관장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신체(神體)는 주로 조왕중발이라고 하여 정화수(井華水)를 한 그릇 떠놓는 것을 말하는데, 신체가 없는 것은 ‘건궁조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조왕은 섣달그믐에 하늘에 올라가서 천제에게 자신이 은거하고 있는 집안에서 일 년 동안 일어난 일을 보고하고 그믐날 밤에 제 자리에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다. 따라서 섣달그믐날 가정에서는 부엌의 큰 솥 위에다가 불을 밝히는데, 이것은 조왕의 길을 인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조왕 고사는 정월 14일에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안택고사나 지신밟기를 하면서 함께 의례를 행할 때도 있다. 또는 평상시에는 약식으로 매일 정화수 물을 갈아 놓고 비손함으로써 간단하게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촌의 전통 가옥에서 주거할 때는 가정주부가 이른 아침에 밥을 짓기 전 부뚜막에 촛불을 켜고 정화수를 한 그릇 떠 놓고 조왕에게 가정의 평안을 비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20세기 후반에 주택이 개량됨에 따라 아궁이와 부뚜막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조왕은 많은 가정에서 흔적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고, 따라서 전승력이 미약해진 실정이다.

[영등할매]

영천시에서는 음력 2월 초하룻날 비바람을 일으키는 영등할매가 내려온다고 여겨, 이를 달래기 위해 영등할매 모시기를 해왔다.

영천시 금호읍 석삼1리에서는 영등을 ‘이월할머니’라고 일컬으며, 샘이 많은 바람신으로 여기고 있다. 하늘에서 영등할매가 내려올 때 바람이 불면 딸을 데리고 내려오는 것이고, 비가 오면 며느리를 데리고 내려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바람이 불 때 딸의 치마가 나부껴서 예뻐 보이라는 뜻과 비가 올 때 며느리 치마가 젖어 얼룩지게 하는 것이라는 속설이 있다.

석삼1리에서는 2월 초하루에 하는 영등할매 모시기는 성주에게 먼저 고한 후 시작하는데, 제수를 차려 놓고 빌 때에는 “영등할매요 지신네요, 우야든동 우리 아들 잘 되구로 해주시오”라고 축원을 하며 소지도 올린다고 한다.

영등할매의 세시로서의 의미를 찾아본다면 농경 사회에서 바람과 기상에 대한 적응 과정에서 정착된 생태 민속의 전형성을 드러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황]

영천 지역의 가신 신앙 전승력은 급격히 약화되어, 현재는 적은 수의 가정에서만 모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가신 신앙이 미신이라는 인식, 새마을운동으로 인한 의식 변화, 가옥의 개량, 탈농경 사회로의 진입 등을 들 수 있다.

생업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논농사를 주업으로 하다가 밭농사로의 전환되는 양상 속에서 성주 신앙은 급격히 줄어들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추수를 감사하며 햇곡식으로 지은 밥은 성주에게 올리고 성주 단지에 햇곡식을 갈아 주던 것이 생업 환경 변화로 인해 그 의미가 축소되게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삼신의 경우는 현대 사회에서도 수용·지속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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