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300015 |
---|---|
한자 | 永遠- |
분야 | 문화·교육/문화·예술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심재욱 |
[정의]
영월 지역에서 촬영하여 영월을 널리 알린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 스타」에 대한 이야기.
[철 지난 것과 변방의 것에 빛을 비추는 영화, 「라디오 스타」]
「라디오 스타」는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안성기, 박중훈, 최정윤, 정규수, 정석용, 안미나, 노브레인 등이 출연한 코미디 드라마 장르 영화다. 2006년 9월 28일 개봉되어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고르게 받았으며, 각종 영화제에서 연기상[안성기, 박중훈]과 음악상[방준석] 등을 수상하였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라디오 스타」는 철 지난 유명가수 ‘최곤’이 영월의 한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맡으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게 되고 매니저와의 돈독한 관계도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이다. 변방으로 밀려난 철 지난 것이나 한 번도 주목받아 본 적 없는 자들의 존재성, 그리고 그런 것들에 의하여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찬란한 삶의 순간들을 조명하고자 하는 의도에 걸맞게 강원도 영월이라는 지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영월 올로케이션으로 대부분의 장소를 실제 모습 그대로 담아내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특히, 「라디오 스타」는 영화의 내적인 차원에서는 유쾌하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사랑스러운 영화이고, 외적인 차원에서는 완성도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를 얻은 웰메이드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영월에 대한 대중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왕년의 전국구 록스타 영월 라디오 방송 DJ 되다-줄거리]
1988년 ‘가수왕’이었던 최곤은 대마초, 폭행 사건 등으로 추락한 왕년의 록스타다. 이제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지만 최곤은 아직도 스타처럼 행동하며 살아간다. 최곤의 옆에는 한결같이 가수왕 시절의 최곤으로 대접하여 주는 매니저 ‘박민수’가 있기 때문이다. 최곤과 매니저 박민수는 파랑색 구형 벤츠를 타고 다닌다. 오래되었지만 흠 하나 없이 잘 관리된 고급 클래식카 같은 벤츠는 최곤을 정성껏 돌봐온 매니저 박민수의 지난 세월을 보여 준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최곤은 자신과 시비가 붙은 사람들에게 차례로 주먹을 날리고 유치장에 갇힌다. 이에 박민수는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한다. 결국 지역 라디오 방송 DJ 자리를 맡으면 돈 문제를 해결하여 주겠다는 MBS방송국 CP의 제안으로 최곤과 박민수는 영월로 향하게 된다. 최곤과 박민수는 3개월 후 원주방송국과의 통폐합만을 기다리는 ‘지국장’, 막말 파문으로 좌천된 라디오 ‘강PD’, 10년간 제작이 아니라 중계 업무만 해 온 엔지니어 ‘박 기사’와 함께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을 시작한다.
하지만 지역 방송국의 라디오 DJ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최곤은 첫 방송부터 대형사고를 친다. 최곤은 PD가 준비한 대본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방송을 진행한다. 게다가 방송 중 후배 가수와 전화 연결을 시도하였다가 채무관계에 얽힌 이야기로 말싸움을 벌인 것이 그대로 전파를 타게 되었다. 최곤은 다음날에는 방송 중에 DJ 부스에서 커피를 배달시켜 먹는다. 그러다가 다방 종업원 ‘김 양’에게 마이크를 건넨다. 또 한 번의 방송사고가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이 일은 뜻밖의 결과를 낳는다. 김 양이 전하는 명랑한 생활인의 사연과 엄마를 향한 진솔한 목소리가 제작진뿐 아니라 청취자들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지역 밀착형 방송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DJ가 청취자의 사연을 대신 읽어 주는 것이 아니라 청취자가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는 고유한 포맷이 마련된 것이다. 실업 청년의 황당한 구직 중개 요청부터 할머니들의 고스톱 규칙 정리 요청까지, 사소한 것과 중요한 것을 구별하지 않고 지역민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담아내는 방송으로 호응을 얻는다.
한편, 최곤의 광팬인 영월 지역 유일의 록밴드 ‘이스트리버’가 다시 듣기가 가능한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을 계기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다. 이에, 이 프로그램과 최곤의 상품적 가치를 눈여겨본 서울 중앙방송국과 대형 연예기획사의 개입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박민수는 최곤의 재기를 위하여 최곤의 곁을 떠나기로 하고, 프로그램은 서울 이관으로 결정난다. 하지만 박민수가 자신을 위하여 희생을 선택하였음을 알게 된 최곤이 영월에 남아 방송을 이어 가게 되면서 모든 계획은 백지화된다.
그리고 집을 나갔던 한 아이의 아버지가 방송을 듣고 난 뒤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화 연결을 통하여 들려온 날, 박민수 또한 신중현의 「미인」을 흥얼거리며 최곤 앞으로 돌아온다.
「라디오 스타」 영월 촬영지
「라디오 스타」는 별도의 세트장을 제작하지 않고 영월 올로케이션으로 제작된 영화로서, 영화의 주무대인 영월방송국뿐 아니라 영월의 실제 장소가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1. [구]KBS 영월방송국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MBS 방송국 영월지국으로 등장하는 장소는 실제로는 KBS 영월방송국으로 쓰였던 건물이다. 1965년 7월 10일 KBS 원주방송국 영월중계소로 개소하였다가 1976년 4월 5일 영월방송국으로 개국하였지만, 2004년 10월 31일에 지역방송국 기능 조정 통폐합 정책에 따라 폐지되었다. 영화 제작 시기에도 AM 중계소 건물로 쓰였던 만큼 실제 모습과 영화 속 모습이 거의 일치하는 촬영지라고 할 수 있다.
봉래산의 끝자락, 동강변에 한적하게 자리하고 있는 방송국 건물은 영화에서 처음 등장할 때는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황폐한 장소로 보여진다. 하지만 극중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이 점차 지역 밀착형 방송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부터는 정감 있는 아늑한 장소로 그 이미지가 변모한다. 무엇보다 영월방송국 입구는 박민수와 최곤이 재회하며 서로를 향한 깊은 유대감을 확인하는 엔딩신 배경이었다는 점에서 아름답고 정감 있는 장소라는 이미지를 품고 있다.
2. 별마로 천문대
별마로 천문대는 2001년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봉래산 정상에 건설된 국내 최대 규모의 천문대이자, 대전에 이어 한국에서는 두 번째로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시민 천문대이다.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을 가진 별마로 천문대도 실제 명칭과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영화에 등장한다. 먼저,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100일 기념 공개방송이 진행되는 장소가 바로 별마로 천문대다. 바로 지역밀착형 방송으로서 DJ를 비롯하여 제작진이 청취자들과 직접 만나는 상징적 장면이자 가장 활기 넘치는 장면이다. 다음으로 매니저 박민수가 최곤의 재기를 위하여 곁을 떠나기 직전 찾아가는 장소로 별마로 천문대가 등장한다. 여기서 매니저 박민수는 최곤에게 “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라고 말하는데, 영화의 주제이기도 한 아름다운 대사 덕분에 별마로 천문대는 관객의 뇌리에 깊게 각인되어 있다.
3. 청록다방
영화에서 박민수와 최곤이 즐겨 찾는 장소인 청록다방도 세트가 아닌 실제로 ‘청록다방’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던 영업장이다. 게다가 극중에 다방 사장 역할로 잠깐 얼굴을 비추는 분 역시 실제 다방 사장이다.
특히, 청록다방은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이 청취자들의 사랑을 얻게 되는 계기를 만든 김 양이 근무하는 장소이자, 최곤이 오랜만에 사인 요청을 받게 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영화에서 남다른 비중을 차지한다.
4. 청령포 모텔
박민수와 최곤이 묵는 청령포 모텔 역시 동명의 이름으로 실제 영업 중인 숙박업소이다. 단종문화제가 열리는 수변공원의 전망을 가진 모텔인데, 영화에서는 그런 경치보다는 평범하고 소박한 생활 감각을 환기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실제 청령포 모텔은 외관도 지극히 평범하다는 점에서 영화 이미지와 잘 맞는 장소이다.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의 첫 방송 첫 곡으로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가 흘러나올 때, 영월 서부시장의 역동적인 모습부터 읍내 미용실, 버스터미널 등이 등장한다. 100일 기념 공개방송 중 이스트리버가 「아름다운 강산」을 부를 때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바라본 영월 전경부터 시작하여 동강 풍경으로, 그리고 동강 래프팅, 다슬기 채취, 강 낚시 장면 등이 나오면서 영월의 생활과 문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라디오 스타」 속 영월 이미지와 영 월드(Young World) 홍보 효과 ]
「라디오 스타」는 영화의 내용 자체가 보는 사람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주는 영화이며, 한국의 국민배우이자 명콤비인 안성기와 박중훈의 훌륭한 연기 호흡을 바탕을 완성된 웰메이드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의 서사적 배경인 영월이 얻은 홍보 효과는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1.‘좋은 영화, 최고의 한 컷, 최고의 음악영화’라는 찬사와 함께 회자되는 영월
영화 「라디오 스타」는 영화를 만든 이준익 감독부터 출연배우 안성기 등 유명인들을 통하여 ‘좋은 영화’로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월을 널리 알리는 홍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천국』 54호에서 배우 안성기는 ‘나의 영화 10편’에 「라디오 스타」를 꼽으면서 “수식어가 필요 없는 ‘사랑스러운’ 영화”, “따뜻함이 너무나 좋은 영화”로 평한 바 있다. 감독 이준익은 영월방송국 현관 앞에서 매니저 박민수와 가수 최곤이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재회하는 영화의 엔딩신을 ‘배우 안성기의 베스트 컷’으로 꼽은 바 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는 『영화천국』 발간 10주년 기념판 ‘한국영화 걸작’에서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를 아날로그, 감수성, 음악이라는 라디오 방송의 매체적 특징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영화이자, ‘최고의 음악영화’로 평한 바 있다.
2. 서로 어울려 살 줄 아는 사람들, 적극적이고 유쾌한 사람들이 사는 영 월드(Young World)
먼지를 뒤집어쓴 방송국 기자재를 말끔히 청소하고 짜장면을 먹는 시간, 서로를 알아 가던 제작진은 각자 자신들이 이 일을 얼마나 해 왔는지 묻고 답한다. 엔지니어 박 기사는 10년, 강피디는 3년,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배달원 장 씨는 5년. 공개방송을 하는 날, 최곤은 어디 커피 시키신 분이나 짜장면 시키신 분이 있는지 물으며 객석에 있는 다방 종업원 김 양과 배달원 장 씨를 소개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영월 사람들을 보면, 어떠한 위계도 없고 서로 어울려 살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거침없이 솔직하게 자신들의 일상을 소개한 영월 사람들과 투박하게 직설을 내뱉는 록커 DJ가 만들어 낸 유쾌한 소통에 있다. 특히 멍석이 깔리면 주저함 없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적극성이라는 특징은 영월 유일의 록밴드 ‘이스트리버’를 통하여 명확하게 드러난다. ‘영 월드(Young World)’라는 영월의 슬로건처럼 ‘이스트리버’는 매사에 거침없고 유쾌하게 덤벼들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창조적인 생산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영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준다.
[「라디오 스타」와 영월 관광]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착하고 잘 만든 영화 「라디오 스타」는 영월을 널리 알리는 마케팅 효과를 냈다. 남은 과제는 영화의 영월 홍보 효과를 지역 관광과 연결할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라디오 스타 박물관’은 영화의 홍보 효과를 활용하여 영월 관광 상품을 만든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구 KBS 영월방송국은 영화 촬영 종료 후엔 다시 방치되었지만, 영화 팬들의 방문이 이어지자 영월군청에서 전폭적인 지원사업을 펼쳐 ‘라디오’와 ‘영화 「라디오 스타」’를 테마로 한 박물관으로 새 단장하였다. 특히, 영화 라디오 스타 박물관은 영화 속 장소와 건물을 그대로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영화에 재현된 감성을 관람객들이 그대로 체험할 수 있게 하여 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영화에서 ‘이스트리버’가 최곤 일행을 따라다니는 장면의 경우, 비틀즈의 『Abbey Road』[1969] 앨범 이미지를 패러디하는 방식으로 연출되는데, 이 장면을 통하여 영월 시내 횡단보도는 순간적으로 세련된 장소로 감각에 들어오게 된다. 낯익은 장소로부터 낯설면서도 신선한 경험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장면을 찍은 지점을 포토존으로 관광상품화하거나, 「라디오 스타」의 연출법을 활용하여 영월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적으로 발굴하는 이벤트 등을 기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라디오 스타」는 방송의 성공이 청취율의 규모가 아니라 해당 지역민의 참여와 소통의 밀도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데, 이는 지역문화 개발이 지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동되어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