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20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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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서울특별시 동작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혜숙 |
[정의]
서울특별시 동작구에 1960~1970년대 루핑으로 지붕을 덮어 지은 주택.
[개설]
루핑집은 ‘루핑’ 또는 ‘루핑 유지(油紙)’라고 하는 검은 색의 두꺼운 기름종이로 지붕을 덮은 가옥을 말한다. 루핑은 1950년대에도 판잣집 지붕을 덮는 데 합판, 레이션 상자, 깡통 생철, 판대기, 천막천, 가마니 등과 함께 쓰였던 재료이다. 하지만 루핑이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시기는 1960년대였다. 1960년대 국내에 정유공장이 들어서면서 기존에 외국에서 수입하여 쓰던 루핑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진 결과였다. 1967년 당시 전국적으로 200여 개에 달했던 루핑 제조 회사는 대부분 가내수공업 수준의 영세기업이었지만, 여러 종류의 루핑지를 만들어 시장에 냈다.
루핑은 루핑지붕 뿐만 아니라 마룻바닥이나 벽면, 지하실에 깔아 습기 차는 것을 막는 데 유용하여 널리 이용되었다. 또한 기와지붕이나 슬레이트 지붕이라 해도 일단 밑에 루핑을 깔아 방수 효과를 높이고는 했다. 이와 같이 방수 효과가 있는 루핑은 사용하기 편리한 데다 저렴한 비용으로 지붕을 덮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태풍이나 강한 바람이 불면 루핑집의 지붕은 쉽게 날아갔고, 아스팔트와 석분(石粉), 루핑종이를 이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재질의 특성상 열에 약하고 화재의 위험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수명이 5년 정도에 불과하여, 루핑이 오래되면 방수기능이 떨어져서 비가 새는 일도 흔하였다.
시장에서 루핑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흑석동, 노량진동, 사당동 등을 포함해 동작구의 전 지역에서 주로 판자나 흙벽돌로 된 불량주택의 지붕에 루핑이 이용되었다. 특히 흑석동이나 노량진동 지역에서도 1960년대 들어 루핑 지붕을 한 가옥이 늘어났다. 주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1950년대와 1960년대를 거치며 노량진과 흑석동 등에는 대부분 단칸방에 부엌 하나 또는 ‘ㄱ’자 모양의 한옥 형태를 한 무허가 주택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노량진 지역에는 현재의 우성아파트, 삼익아파트, 신동아아파트 일대의 산기슭 곳곳에 들어섰고, 흑석동에도 판자촌이라 하여 목조 흙벽에 초가지붕이나 루핑지붕을 얹은 가옥이 다수 밀집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1960년대 루핑집은 흑석동이나 노량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지만, 1970년대 들어서면서 루핑 지붕의 설치는 감소하였다. 그렇다 해도 노량진과 흑석동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는 제대로 된 지붕을 얹지 못하였고, 여전히 루핑 지붕으로 버텨야 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새마을운동의 영향으로 루핑 지붕을 기와나 슬레이트로 바꾸는 집이 생겨났고, 1980년대 이후 불량 무허가주택 밀집지역의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더 이상 동작구 지역에서 루핑집을 찾아보기는 어렵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