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1E010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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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사정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연민 |
2월 6일 조사팀이 사정1리를 방문했을 때 마을회관에는 보건소에서 교육을 나와 있어서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 뵐 수 없었다. 대신 마을의 새마을 지도자를 맡고 있는 김두일(52년생, 56세) 어른과 함께 용대동 산제사를 올린다는 산제당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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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리 용대동 산신제
용대동에서 안쪽으로 좀 더 이동하다 보면 오른쪽으로 큰 산이 보이는데, 그 아래로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곳이 산제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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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 산신제 제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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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 산제당의 위치
제단으로 쓰이는 큰 너럭바위가 옆으로 자리 잡고 있고, 크진 않지만 제관들이 제수를 준비하고 목욕재계하는 폭포수가 있으며 그 아래 작은 샘이 있다. 제단 아래 부분에는 제기들을 보존해 놓는 당집이 있다. 용대동 산신제에서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당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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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 산제당 움집 앞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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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 산제당 움집 내부
다른 마을의 당집은 대부분 일반 집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용대동의 당집은 짚을 이어 만든 원추형 움집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움집 형태의 당집은 매년 산신제를 지낼 때 짚을 교체하여 새로 만든다고 한다. 제단은 가로 100㎝, 세로 30㎝ 가량의 평평한 자연석으로 되어 있고 제단 옆으로 작은 폭포수가 흐르는데 이 폭포수 밑에서 제관들이 목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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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 산신제 제사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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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 산신제 목욕터
산신제는 현재 거의 이상혁 반장(56년생, 52세) 주관 하에 이루어진다. 이상혁 반장 집에서 음력 정월 6일 저녁 6시쯤 모여서 일지를 보며 생기복덕과 나이에 맞춰 제관 3명을 선출한다. 생기복덕이 좋은 순으로 3명을 뽑고, 그 중에서 제일 좋은 사람을 제사의 대표인 고양주로 뽑는다.
제수를 준비하기 위한 장은 음력 정월 7일 새벽에 보러 갔다 온다. 부정을 타면 안 되기 때문에 새벽 일찍 장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 장을 보는 곳은 정해져 있으며 싱싱한 것으로 미리 주문한다. 요즘은 많이 간소화되어서 직접 하지 않고 사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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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 산신제 금줄
산제 준비는 새벽에 마을 입구에 금줄을 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을 입구와 집집마다 황토를 놔둔다. 금줄이 쳐지는 것과 동시에 그 누구도 마을에 들어 올 수도 나갈 수도 없다. 마을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깨끗이 목욕을 하며, 욕도 하지 않고, 신성하게 지낸다. 제수 준비는 산제당 앞에서 돼지 한 마리를 잡는데, 요즘은 소머리나 돼지 앞다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음식도 산제당에서 제관 3명이 직접 준비한다. 그리고 저녁 11시 횃불에 불을 밝히는 것으로 산신제 시작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마을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집에다 떡시루를 해놓고 함께 산신께 제를 올린다.
조사팀은 산신제를 촬영하기 위해 이상혁 반장과 이상옥 이장(39년생, 69세)에게 허락을 얻었으나, 이후에 촬영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절대 외부 사람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마을 어르신들의 반대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외부 사람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산신제에 부정을 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르신들의 믿음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심지어는 산신제 당시 제관으로 올라간 마을사람이 찍은 사진도 외부인이 보면 부정을 탄다는 이유로 볼 수 없었다. 안타까우면서도 지금까지도 산신제의 신령스러움을 완고하게 지켜나가는 마을 사람들의 믿음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할 수 없이 사후에 산신제의 주관자라 할 수 있는 이상옥 이장과 이상혁 반장, 마을의 최고 어른인 이방우 할아버지(27년, 81세)와의 인터뷰로 조사를 대신한다. 이상옥 이장은 용대동 산신제의 절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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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리 용대동 산신제 인터뷰(이상옥)
“정월 초이렛날 날짜를 받아가지고 했는데 뭐 비가 오던 눈이 얼마가 오던지 그날이야. 초 6일 날 저녁 때 다 모여 모여서 책자가지고 생년월일을 따져서 생기복덕을 보고 일진 좋은 사람 3명을 뽑는 거야. 그렇게 그날 헤어지고 다음날 아침에 한 사람은 새벽에 껌껌한데 가서 돗(통돼지) 사 가지고 오고, 돼지나 소머리나 그걸 사가지고 오고, 북어도 눈 다 있는 것 그리고 대추, 밤, 곶감 삼사실과만이야. 다른 것은 필요 없고 그리고 초. 집집마다 다 줄 것, 또 산에 킬 것 이렇게 사 오지. 동네 분들이 다 나와서 나무 준비하고 이엉 가지고 이엉 엮고 (산제당)지붕 해야지. 지붕 해 이고 아침에 새벽 일찍이 뒷산에 가서 빨간 흙 파다가 집집마다 세 군데. 부정한 것 아무것도 못 들어오게. 옛날부터 그렇게 했어 대문간에. 그리고 마을 들어오는 곳에도 세 군데 뿌려 놓고 그러고선 새끼로다가 금줄을 매어 놓는 거야. 들어오지 못하게. 그거 하고나면 오후 1시쯤이면 끝나. 동네 아주머니들은 다 모여서 떡방아를 찧는 거야. 그날은 뭐 일제히 옷 다 갈아입고 새 옷을 입는 거야. 입던 것 말고. 오후에 다 하게 되면 제관 세 사람이 거기서 준비를 하는 거야. 주 책임자 있지? 고양주라는 사람 집에서 떡방아를 빻아. 산에 갈 것을 별도로 빻아. 그러면 쌀 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거 그것하고 소금. 소금하고 깨소금하고 해서 거기 가서 저녁을 짓는 거야. 거기서 그냥 셋이서 11시까지 엄숙하게 있는 거지. 그러고선 11시부터 시작을 하잖아 그러면 한 사람은 거기 가서 짚에다 불을 올려. 그러면 여기서 시작이 되었다는 것을 표시하는 거지. 그러면 거기서 지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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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음식을 만들던 장소
이렇게 밤 11시경에 홰를 올리고 산제사를 시작한다. 제단에는 대추, 밤, 곶감, 북어포가 놓이고 그 위에 돼지머리와 돼지 왼쪽 앞다리, 떡시루가 놓인다. 돼지는 통돼지를 잡지만 제단에 올리는 것은 머리와 왼쪽 앞다리뿐이다. 가장 앞쪽에 잔이 3개가 놓이는데 이 빈 잔에 술을 채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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홰를 올렸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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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 산신제 제물상차림
이때 사용하는 술을 제주라고 하며 제주를 산신제 당일에 제관들이 직접 만든다. 이상옥 이장으로부터 제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옛날에는 거기에다 술을 해 놓았었어. 저녁에 추우니까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해서 거기에 불을 놔 준다고 그러면 거기에다가 구덩이를 파서 묻고 누룩하고 다 준비해서 그 위에다 불을 놓으면 그 온기 때문에 술이 돼요. 우리가 11시가 넘어서(산신제를) 지내는데 그 것을 헤집고선 보면 거기서 짜가지고 제술을 만들었었어.”
이렇게 만든 제주를 올리고 축관이 축문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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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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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대동 산신제 축문
축문은 예전에 쓰던 것은 남아있지 않고, 요즘 것은 해동·조선 등의 옛 말을 다 새로 고쳐서 현대적인 말로 쓴다고 한다. 축관이 축문을 다 읽으면 제관들이 절을 하고 소지를 올리게 된다. 소지를 다 올린 후 제물을 음복하는 것으로 산제사는 마무리 된다. 산제사 때 사용한 돼지는 다음날 아침에 분육을 하는데 마을 잔치에 쓸 고기 조금을 빼고 각 가정별로 똑같이 배분해서 가져간다.
용대동 산신제는 200년 정도 전해져 오고 있으며 되도록 옛 방식을 그대로 지키려고 노력한다. 산신제를 올리는 마을 사람들의 정성이나 산신에 대한 믿음도 대단하다. 마을 사람들은 산제당 당집이 아무리 큰물이 져도 떠내려가지 않는 것도 산신이 보호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 년 전 큰 홍수가 져서 다른 것들이 다 물에 떠내려갔는데 물이 당집을 비켜 가서 당집은 온전했다고 한다. 또한 이상옥 이장의 말에 의하면 용대동 주민들이 6·25 때 산제당이 있는 계곡으로 피난을 했는데,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던 사촌뻘 되는 여동생이 일주일 정도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인민군이 떠나고 마을이 조용해지자 여동생이 산에서 내려왔는데, 여동생은 산할아버지가 솔밭 아래서 밥을 가져다주고 보살펴 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가 계시지 않았던 아이를 산신이 불쌍히 여겨서 도와준 것이라 믿고 있다. 이 믿음은 「산신이 보호한 아이」에 잘 나타나 있다.
한편 산신제를 지내는 동안 마을 사람들 모두 개고기를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산제당에서는 아예 개고기를 먹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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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 경고문
여름에 폭포수와 소나무 숲 등 경치가 좋아서 유원객이 많이 찾아오는데 몰래 먹었을 경우에는 차사고가 나는 등의 벌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용대동 마을 사람들이 하나 되어 지켜온 산신제 때문에 용대동에는 여러 차례 전란 때도 큰 피해가 없었으며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도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왜 산신제를 지내느냐는 질문에 이방우 할아버지는 한마디로 짧게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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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리 용대동 산신제 인터뷰(이방우)
“산을 끼고 사니까 산신제를 지내는 거지”
그리고 산으로부터 받았으니 산을 위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인다. 산의 혜택 속에서 산을 의지해 사는 용대동 사람들에게 산은 단순한 산이 아닌, 자신들을 지켜주고 자신들에게 삶의 혜택을 선사하는 신령스런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