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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오기 전 가르침 : 박색 소박은 없어도 미색 소박은 있다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11E020408
지역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사정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서영숙,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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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색소박은 없어도 미색 소박은 있다

부모님께서는 시집오기 전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인물이 좋다고 잘 사는 게 아니고, 박색 소박은 없어도 미색 소박은 있단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장일 할아버지가 “못났으니깐 소박 안 받고 잘 살았지”라고 참견을 해서 한바탕 웃었다.

“너는 죽거나 살거나, 죽어도 그 집 가 살고, 살아도 그 집 가 살아라. 사람이 바늘방석에서 3년을 산다는데, 이건 못 살면 차라리 그 집에서 죽는 게 낫지 돌아서지는 말아라. 그러시더라. 시집살이가 세도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귀먹어 3년, 석삼년을 살다 보면 이쁜 청춘 다 간단다. 그러셨어요. 시집오기 전에 고향에서. 그러고 하는 소리가 내가 인제 자식을 키워보니깐 생각이 나는데, 친정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무개야, 이렇게 이쁘게 키워가지고 그 엣댄 말로 어느 놈을 주느냐’ 이 내 딸이 아까운거야 ”

김장일 할아버지는 “이쁘게 낳았으면 아깝지만, 이쁘지도 않으면서”라며 또 끼어들었다.

“딸 겸 아들 겸 키워서, 그렇게 말씀하시던 아버지 말씀이 항상 귀에 쟁쟁했다. 자식이 얼마나 귀엽고 아까워서. 내 딸이 이쁘고 안 이쁘고를 떠나서, 항상 머리에 그러시는 말씀이 늘 머리에 떠올랐다.

“여자라는 게 할 수 있냐. 참고 꼭 참고 살아라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아무쪼록 가서 잘살고 다신 돌아설 생각일랑 말아라. 우리 엄니가 ‘아들 겸 딸 겸 키워서 너를 어떻게 보내냐. 저렇게 착하기는 저렇게 착한데 착한 사람은 악한 사람 만나고, 악한 사람은 착한 사람 만나고. 착한 니가 어떻게 가 시집살이 하며 사느냐’고 우리 어머니가 그리 키움의 얘기를 하시더라고. 그게 그렇게 걱정을 하시더라고.”

김장일 할아버지는 또 웃으며 “착하기는 개 코가 착해”라며 핀잔을 주었다.

자식을 키우고 딸을 셋을 보내면서 서러움의 눈물을 흘렸는데, 어머니는 언니 먼저 키워놓고 막내로 박재순 할머니를 키우셔서 조카딸들은 많지만 손자 다르고 아들 딸 다르듯이, 많이 예뻐해 주셨다. 특히 아버지가 많이 예뻐하셨다.

“당신 식사할 때 며느리가 맛있는 거해서 주면 딸을 옆에 두고 한번 떠먹이고 나서 당신이 드셨어.”

부모님 돌아가시고 제사 한번 못 지내러 갔다. 김장일 할아버지는 저번에 한번 가지 않았냐고 하니깐, 그건 옛날이라고 대답한다.

“시집가면 우선 그 집을 섬기고, 그 집 하라는 대로 순종하면서 살으라 그러지. 다. 시집가서 첫 번의 밥을, 인제 그 집 식구들 시키는 대로 할뿐더러, 새벽문안하고 일찌감치 세수하고 아침 진지상 해드리고 그렇게 하라고 하고 옛날 시킨 거야 많지요. 아침 잡수고 시아버지 들에 갔다 오시면 시장하실까보니까 다만 찬밥이라도 차려서 찬물에 찬밥이라도 한 숟가락 남은 거 있거든 새참 드리고 배 시장치 않게 해라. 그런 얘기 왜 안 해 다 하지. 물도 한 그릇 철렁철렁 이렇게 떠먹지 말고 반 대접씩 떠가라. 뭐 옛날에 키우는 게, 맨날 하는 소리가 그 소리잖아.”

지금도 후회되는 것은 둘째딸 시집 갈 때 문안인사 하는 것 안 가르쳐줘서 둘째딸이 새벽문안을 못한 것이다. 시댁에 가면 치마저고리 단정하게 입고 시부모가 하지 말라고 할 때까지 다 하는 건데, 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맨날 그 이야기를 들어서 딸도 당연히 알고 있을 줄 알고 이야기를 안했다. 맨날 공부하느라 바빠서 같이 있을 시간도 없었고, 할머니는 아는 거니깐 당연히 딸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는 부모님하고만 같이 살고 계속 붙어 있어서 이런 저런 가정사를 많이 배웠는데 딸은 늘 떨어져 있어서 배우지 못했다. 둘째딸이 학교 선생님인데 동서가 시집와서 문안인사를 잘 하는 것을 보곤 본인이 하지 못한 것이 무안하고 속상했다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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