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015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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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婚禮 |
영어음역 | Hollye |
영어의미역 | Marriage Ceremony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
집필자 | 황금희 |
[정의]
전라북도 고창 지역에서 혼인과 관련하여 행해지는 일련의 의례.
[개설]
혼례란 두 남녀가 결합하여 가족을 구성하는 의식이다. 가족을 구성하는 최초의 절차인 혼례는 남녀 두 사람의 사회적·경제적인 결합을 기본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혼례를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하여 중요시했는데, 이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가족을 이룬다는 지위의 변화를 의미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두 가문(家門)의 결합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혼례의 가장 큰 특징은 전국적으로 비교적 통일된 방식에 따라 행해진다는 데 있으며, 거의 지역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전통 혼례는 주로 신부 집에서 행하였으나 형편에 따라 신랑 집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연원 및 변천]
고창 지역에서는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 혼례 예법에 따라 납채(納采), 문명(問名), 납길(納吉), 납징(納徵), 청기(請期), 친영(親迎)의 육례(六禮)로 행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의혼(議婚), 납채, 납폐(納幣), 친영의 사례(四禮)로 축약되어 행해지다가 서양 문명의 영향을 받은 신식 결혼식이 등장하면서 전통 혼례는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현재는 대부분이 결혼식장에서 서양식 결혼을 하고, 예식 후 전통 혼례 복식으로 갈아입고 폐백을 드린다. 이는 전통 혼례에서 대례 후에 행하던 의례로, 서양식 결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신부의 집으로 먼저 가서 휴식을 취한 다음, 신랑 집으로 가서 인사를 올리고 친척들을 찾아 인사를 드린다. 이 역시 전통 혼례의 절차를 그대로 따르는 경우이다.
[절차]
전통 혼례는 집안마다 약간의 차이를 보이나 대체로 다른 지역에서 행해지는 유교식 혼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 혼례의 절차는 『주자가례(朱子家禮)』와 『사례편람(四禮便覽)』에서 규정한 대로 의혼·납채·납폐·친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혼담을 거쳐 신랑 집에서 사주단자(四柱單子)를 신부 집에 보내면 신부 집에서 허혼서와 함께 날을 받아 신랑 집에 보낸다. 대례 의식을 신부 집에서 하며, 신부의 신행과 폐백 등이 의례의 기본적인 틀이다.
1. 의혼
부모가 자식의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상대방의 가문이나 인품 등을 알아보고 혼인을 의논하는 데서 본격적인 혼례는 시작된다. 예전에는 중매 혼인을 주종으로 하여 결혼 당사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의 의사로 혼인이 결정되었다. 부모는 중매인을 통하여 남자 측에서 청혼서를 보내고, 여자 측에서 혼인을 허락하는 허혼서를 보내는 것으로 혼담을 주고받았다. 선을 볼 때는 시어머니나 시고모가 될 사람이 그 집에 찾아가서 신붓감을 만나 보기도 하고 ‘간선’이라고 해서 지나가는 사람인 체 하면서 신붓감의 생김새와 동태를 엿보기도 했다고 한다.
2. 납채
납채는 혼약이 이루어져 신랑의 사주단자와 편지를 신부 집에 보내는 절차이다. 신랑의 생년월일을 적은 종이를 봉투에 넣고 겉봉지에 사성(四星)이라고 쓴다. 연길(涓吉)은 신부 집에서 신랑과 신부의 궁합에 따라 혼인날을 정하여 택일단자를 신랑 집에 보내는 절차이다. 이때 신부 집에서 ‘날받이 떡’을 해서 보냈다. 날은 부모가 혼인한 달을 피하여 택하거나 양가의 가정에 제삿날, 썩은 달[삼복이 낀 달, 농번기, 짝수 달]은 피해서 정했다고 한다.
3. 납폐
납폐는 신랑 집에서 신부를 맞이하는 예로 ‘함진아비’를 통해 예물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함 밑에 종이를 깔고 혼서지(婚書紙)를 맨 아래에 놓는다. 그리고 청홍 채단을 넣고 상답 물목을 적어 같이 넣는다. 이때 받은 혼서지는 신부가 잘 간직한다.
신부 집에서 신랑 집에 보내는 예단은 보통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옷 한 벌, 동서와 시누이 등 신랑 측 친척을 위한 옷과 인절미, 약주 등의 음식을 넣어 보낸다. 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보내는 이바지는 인절미, 돼지다리, 소갈비, 홍어, 상어, 동태, 곶감 등으로 집안 형편에 따라 달라진다.
4. 친영
친영은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가서 예식을 올리고 신부를 직접 맞이하는 예를 말한다.
1) 초행(初行): 친영은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혼례를 치르고 신부를 맞아오는 의례이다. 신랑의 초행에 상객이 따라가는데, 주로 신랑의 조부, 백부, 아버지 중에서 가는 것이 통례였다. 신랑은 혼례 날 출발 직전에 사당에 가서 조상에게 절하며 아뢰는 고유(告由)를 하거나 단골무당을 청해 문 앞에서 비는 ‘손 비비기’를 한다. 신랑 일행이 신부 집에 도착하면 신부 측에서 이들을 맞이한다. 신랑 일행이 머물러 휴식을 취하고, 신부 집에서 준비한 간단한 음식을 대접받으며 신부 집의 대례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곳으로 안내한다.
2) 전안례(奠雁禮): 대례청 또는 초례청으로 들어선 신랑이 기러기를 전안상 위에 올리고 재배한다, 신부의 어머니가 기러기를 받는다.
3) 대례(大禮): 신부 집에서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대례청을 만든다. 대례 상에는 무를 깎아 잉어를 만든 다음 숫잉어 입에는 대추를 물리고, 암잉어 입에는 밤을 물려 놓는다. 청홍 보에 싼 수탉과 암탉 한 쌍, 쌀, 대나무[혹은 소나무나 동백나무]를 꽂아 오색실을 두른 꽃병, 촛대, 조화(造花) 등을 갖춘다. 대례 상 앞에는 두 개의 간단한 술상을 차려 놓고 물대야와 수건을 준비한다. 작은 바가지를 청실홍실로 연결해 대나무나 소나무에 걸어 두었다가 신랑 신부가 합배주 의식을 올릴 때 사용한다. 신부가 대례청에 나오면, 주례의 지시에 따라 교배례와 근배례를 행한다. 신부는 신랑에게 사배를 하고, 신랑은 재배를 한다. 대례가 끝나면 신랑 신부가 같은 방에 들어가 신부의 족두리를 벗기고 상견례를 한다. 신랑은 사모관대를 벗고 옷을 갈아입은 후 상객과 함께 큰상을 받으며, 상객이 돌아갈 때에는 큰 절을 올리며 인사를 한다.
4) 신행: 혼례 후 날을 받아 신부가 신랑 집으로 가는 것을 우귀 또는 신행이라고 한다. 혼례 당일 날 가는 것을 당일우귀라 하는데 보통은 사흘 정도 친정에 머물다 가며, 해를 넘겨 가는 해묵이를 하기도 한다. 신부가 신랑 집에 도착하여 예단 음식으로 폐백 상을 차린다. 이때 시부모가 먼저 받고, 그 다음 집안의 어른 순서에 따라 차례로 폐백을 받는다. 폐백이 끝나면 집안 어른들을 찾아가 인사를 올린다.
5) 근친: 시집 온 신부가 친정에 가는 절차이다. 1개월 또는 1년 후에 가는데 보통은 결혼 후 첫 농사지은 곡식으로 떡과 술을 해가지고 간다. 이때 신부 집에서 ‘신랑 다루기’를 하면서 신랑의 재주와 됨됨이를 살피고 동년배들이 빨리 친해지는 계기로 삼았다. 신랑에게 글짓기나 한자 맞추기 문제를 맞히게 하는 등 실력을 테스트하며, 대답을 못하면 발을 묶어 놓고 때리기도 한다.
[생활민속적 관련사항]
고창 지역의 전통 혼례에서 독특한 점은 대례 상에 대나무와 소나무를 놓기도 하지만 동백나무 가지를 꽂아 두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겨울철에도 색이 변하거나 잎이 떨어지지 않고 늘 푸르러 변함이 없기 때문에 부부의 애정도 그러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혼례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워야 잘 산다고 여긴다. 고창군 심원면 연화리 금산마을의 한 제보자에 따르면 시집으로 가는 날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 가마꾼들이 너무 힘이 들자 신부에게 땅에 내려 걸어가라고 했다. 신부가 이를 거부하자 화가 난 가마꾼이 가마를 발로 걷어차서 가마의 문짝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한평생을 힘겹게 살아온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현황]
혼례 역시 개인이나 집안의 성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지만 오늘날의 혼례에서 중매, 맞선 과정, 혼례, 혼인 후 의례 등의 절차에서 전통 방식을 따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체로 1950년대 후반부터 결혼식 복장, 장소, 절차, 신행 방법 등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현재 고창 지역에서는 당사자끼리 교제를 한 후 양가의 허락을 얻어 혼인하는 연애결혼이 많지만 주위 사람들의 중매를 통한 혼인도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외국인을 배우자로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의 혼인은 대부분 웨딩드레스와 양복을 입고 예식장에서 치르며, 공공기관의 강당이나 교회, 성당, 사찰, 공원 등에서 하는 경우도 있다. 절차는 서양식 혼례식과 한국식 폐백이 절충된 형태가 가장 보편적이다. 대부분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에 친정부터 갔다가 시댁으로 가면서 이바지를 준비하는데, 음식이나 물품 대신 현금을 주고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