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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601884
한자 巫具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남도 화순군
집필자 최진아

[정의]

전라남도 화순 지역의 무속 의례에 사용되는 의례 도구.

[개설]

호남 무속 권역인 화순굿은 정통 세습무가 활동하던 지역이다. 그러한 영향으로 인해 무당이 소지하는 무구(巫具)는 소수에 불과하며, 그 보다는 의례를 위해 제작하는 무구의 숫자가 많다. 또한 일상 용구가 무구로 전용되어 일시적으로 종교적인 성격을 띠기도 한다.

[종류와 의미]

무구에는 신칼과 정주가 있다. 신칼은 칼과 손잡이가 쇠로 이루어진 일체형이다. 손잡이의 고리 부분에는 흰 종이를 일정하게 잘라 만든 술을 매달아 놓은 형태로, 여러 거리에 사용된다. 정주는 불교의 의식구인 요령과 그 형태가 유사하다. 그 몸체는 밥그릇 형태이며 채는 녹각(鹿角)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제석굿에 주로 사용된다. 정주는 지물임과 동시에 무악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의례 때 제작하는 무구로는 지전·넋·혼백상자·오구 시루·오구 가루·곳대·고·영돈·길베·허수아비·손대가 있다. 지전은 엽전 모양을 연결해 놓은 듯한 형태로 만든 것으로, 망자가 저승에 가져갈 노잣돈으로 상징된다. 무녀에 의해 가장 자주 들려지는 무구이다. 넋은 망자의 모습을 종이로 오린 것으로, 망자의 영혼을 상징한다. 혼백상자는 혼백을 담은 상자를 뜻하며 소쿠리 위에 엽전 문양이 오려진 종이를 덮어씌워 만든다. 망자의 넋을 담는 상자로 상징되어 넋 상자, 넋 당석, 돈집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구굿에 사용되는 오구 시루는 시루와 오구실로, 오구 가루는 밀가루로 만든다. 오구 시루는 망자의 명복을 상징하는 오구실을 담아놓는 함으로 상징되며, 오구 가루는 그 위에 표시된 표식을 통해 망자의 환생 여부를 파악하는 매개물로 인식된다. 곳대는 장간(長竿)[장대]으로 만들며, 거기에 고를 묶어 고풀이 의식을 행할 때 무녀가 그 앞에서 의례를 진행한다. 고는 망자의 한을 상징하며, 소창으로 매듭을 지어 만든다. 영돈은 돗자리·망자옷·누룩·솥뚜껑[혹은 쟁반]으로 만들며, 망자의 육신을 상징한다. 길베는 망자의 저승길 혹은 저승 다리를 상징하며, 굿청에 소창을 길게 펼쳐 망자의 가족들에게 그 양끝을 잡게 한다. 허수아비는 허새비라 불리기도 하며, 짚으로 만든다. 망자나 가족의 액운을 대신하는 대상물로 상징된다. 손대는 대나무를 잘라 만든 것으로 신이 내리는 신목(神木) 혹은 신간(神竿)으로 상징된다. 강신무는 이것을 본인이 직접 들고 망자의 혼을 부를 때 사용하기도 하는데, 세습무 의례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양상이다. 이 무구들은 모두 일회적인 성격을 띠며, 원래의 용도로 환원되는 일상 용구를 제외하고는 의례가 끝나면 모두 소각된다.

일상 용구 중에 무구로 전용되는 것에는 숟가락·젓가락·밥그릇·시루·밀가루·돗자리·누룩·솥뚜껑 등이 있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신칼 대용으로 사용되며, 밥그릇은 넋 그릇으로 사용되어 망자의 넋과 쌀을 담아 망자의 넋을 담는 용기 혹은 망자가 저승 가는 길에 타고 가는 운반구로 인식된다. 시루는 오구 시루로, 밀가루는 오구 가루로, 돗자리·누룩·솥뚜껑은 영돈의 구성물로 사용된다. 일상 용구는 의례가 끝나면 원래의 용도로 환원된다.

[무속 의례와 무구]

화순 지역에서 가장 널리 행해지고 있는 무속 의례는 망자를 저승으로 천도해주는 씻김굿이다. 씻김굿 의례 중 능주 씻김굿 절차를 살펴보면, 대체로 ‘혼맞이 → 안당 → 선부리 → 제석굿 → 오구굿 → 넋 올리기 → 고풀이 → 씻김 → 길닦음 → 대신치기 → 사신 거리[혹은 중천]’ 순서로 진행된다.

1. 혼맞이

혼베·신칼·넋·지전·혼백상자·망자 옷이 사용된다. 망자가 타고 내려오는 길 혹은 다리로 상징되는 혼베를 굿청 밖 길 쪽으로 펼쳐 놓고, 무녀는 그 혼베 위에 서서 신칼과 지전에 넋을 끌어올리는 의식을 행한다. 그리고 혼백상자에 망자 옷과 넋을 함께 담아 굿청으로 가져온다. 상황에 따라, 혼맞이는 생략되기도 한다.

2. 안당

징이 사용된다. 무녀는 징을 치며 본격적인 의례의 시작을 신에게 고한다.

3. 선부리

지전이 주로 사용된다. 무녀는 지전(紙錢)을 들고 서서 의례를 진행한다.

3. 제석굿

칠성불·지전·정주·지왕 할머니 옷·쌀이 사용된다. 무녀는 의례를 시작하기 전에, 심지 7개를 만들어 기름을 붓고 그곳에 불을 붙여 만든 칠성불을 굿청의 한 가운데에 놓아둔다. 무녀는 정주를 치며 의례를 진행하다가 지왕 할머니 옷을 들고 의례를 행한다.

4. 오구굿

혼베·오구 시루[오구실·액그릇]·오구 가루[밀가루·신칼·넋]·징·혼백상자·지전·돗자리·망자 옷이 사용된다. 무녀는 이 무구들 앞에 앉아 징을 치며 의례를 행하다가, 오구 시루 안의 오구실을 다 감는 의식을 행한 후 혼백상자를 들고 의례를 진행한다.

5. 넋 올리기

돗자리·망자 옷·신칼·지전·넋이 사용된다. 무녀는 망자 가족의 머리 위에 넋을 올려놓고 신칼과 지전으로 끌어 올리는 의식을 행한다. 넋이 끌어 올려져야 망자가 저승으로 천도될 수 있다고 믿는다.

6. 고풀이

곳대와 고풀이 베가 사용된다. 무녀는 곳대에 고를 묶어 미리 매듭을 지어 놓은 고를 푸는 의례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망자의 한이 풀리는 것으로 이해된다.

7. 씻김

영돈·넋 그릇[넋·쌀·지폐]·쟁반·신칼·쑥물·향물·맑은 물이 사용된다. 무녀는 이 세 종류의 물로 영돈과 넋 그릇을 씻어 정화 의례를 행한 뒤에, 신칼로 솥뚜껑을 두드리며 망자의 저승길의 액을 막아준다. 또한 무녀는 물이 담긴 양푼 위에 넋 그릇을 놓고 황천강을 건너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배 띄우기’ 의식을 행한다.

8. 길닦음

길베·지전·혼백상자·넋이 사용된다. 무녀는 이승과 저승을 연결시켜주는 길인 길베 위에 지전과 혼백상자를 올려놓고 망자의 저승길을 닦아준다.

9. 대신치기

무녀는 손대를 들고, 굿청 곳곳에 남아있을지 모를 액을 쫒아주는 의식을 행한다.

10. 사신 거리

징이 사용되며, 의례에 사용되었던 무구 중 혼백상자·넋·지전·혼베·고·길베·손대 등은 소각된다.

[무구의 특징과 의의]

화순 지역은 다른 호남 지역과 마찬가지로 강신무의 세력이 확산되고 있으며, 세습무는 현재 전라남도 화순군 능주면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 일부에서 소수만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강신무들 또한 세습무들이 사용하던 무구를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세습무가 사용하던 무구는 그 고형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순굿 무구 중에서는 혼베, 칠성불, 지왕 할머니 옷, 배 띄우기 의식에 사용되는 넋그릇, 혼백상자 등을 주목해 볼 만하다. 호남 지역에서는 대체로 혼베나 길베를 밟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화순 지역에서는 무녀가 혼베를 직접 밟고 의례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오구굿에서는 제장에 펼쳐 놓은 무구 주위로 혼베를 둘러 쳐 놓는데, 이 점도 호남 지역에서는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다. 호남 지역에서 칠성을 상징하는 불인 칠성불은 제석굿에서만 나타난다. 칠성 신앙은 죽음을 관장하는 신에게 정성스럽게 기원함으로써,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현세인의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화순 지역에서는 칠성을 상징하는 심지를 7개 만들어 불을 붙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7개의 초를 시루떡 위에 꽂아 제물상에 올리기도 한다. 지왕 할머니 옷은 산신(産神)을 위한 옷으로, 신격과 관련된 무구의 존재가 많지 않은 호남 지역에서 그와 같은 신격을 상징하는 구체적인 옷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넋 그릇은 망자의 넋을 담는 용기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화순 지역에서는 ‘배 띄우기’라는 의식에서 황천강을 건너게 해주는 배로도 상징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혼백상자는 일반적으로 호남굿에서는 넋 당석이라 불리며, 망자를 저승으로 천도해주는 인솔자에 해당하는 팔보살이 장식된다. 그러나 화순 지역에서는 동그란 엽전 모양이 연결되어 있는 형태의 지전 문양이 오려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와 같이 화순 지역 무속 의례에 사용되는 무구 중에는 호남 지역 내에서도 조사된 바가 없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형태나 의미 면에서 주목할 만한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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