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

1986년 5월 3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동 인천 시민 회관 앞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신한 민주당의 개헌 추진 위원회 경기·인천지부 결성 대회를 앞두고 재야, 노동자, 학생, 시민 등이 민주 헌법 쟁취와 독재 타도, 노동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1986년 상반기 신한민주당의 개헌 1000만 명 서명 운동이 전국적인 지지를 넓혀 나가고 있었다. 전두환 정권은 신한민주당에 대해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서 1986년 4월 30일 신한민주당 이민우 총재와의 영수 회담을 마련했다. 당시 양자 간의 협상이 결렬되기는 했지만, 전두환 대통령은 개헌 논의 허용을 발표하고 이에 이민우 총재는 과격 좌익 학생 운동과의 결별 의사로 응대했다. 이에 반해 학생 운동 세력, 노동 운동 세력, 민주 통일 민중 운동 연합 등 재야 단체 등을 포함한 민주화 운동 진영에서는 신한민주당의 타협성과 보수성을 비판하며 정치적 분리선을 그으려는 분위기를 형성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한 민주당 개헌 추진 위원회의 경기·인천 지부 결성 대회가 1986년 5월 3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신한 민주당은 개헌 현판식을 개최하기 위해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동 인천 시민 회관에서 신한 민주당 인천직할시 지부까지 행진한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여기에 사회단체와 학생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하여 “노동자가 주인 되는 사회 건설”과 “삼민[민족·민주·민중] 헌법 쟁취” 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73개 중대, 1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진압에 나섰고, 이에 대항하여 시위는 고조되어 결국 현판식은 무산되었다.

이날 대회장에 뿌려진 유인물은 총 50여 종으로 유인물의 내용은 신한 민주당의 정권과의 야합을 비판하는 보수 대연합 규탄, 반미·반파쇼가 주종을 이루었다. 특히 신한 민주당을 기회주의 세력을 규정하고 개헌 투쟁의 주체에서 신한 민주당은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5·3 항쟁을 기점으로 정부는 공안 기관을 총동원하여 민주화 운동 진영 전체에 대한 총체적 탄압을 가하기 시작했다. 공안 당국은 5·3 항쟁을 좌경 용공 세력의 반정부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사회 운동 진영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수배 및 검거에 돌입했다. 1986년 5월 5일, 5·3 항쟁 배후 주동 혐의로 민주 통일 민중 운동 연합 전 사무차장인 장기표와 민주 통일 민중 운동 연합 산하 인천 지역 사회 운동 연합, 한국 노동자 복지 협의회 인천 지역 협의회 등 4개 단체의 간부 10명이 수배를 당하였다. 5·3 항쟁과 관련하여 총 319명이 연행되어 129명이 구속되었으며, 37명이 수배를 당하였다.

[인천 5·3 항쟁의 역사적 의미]

지금은 사라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동의 인천 시민 회관, 공원으로 변화된 이 사거리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현장이다. 1986년 5월 3일 오전, 인천 시민 회관 앞에서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전국의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만 명의 노동자, 학생, 시민들이 군부 독재로 상징되는 제5공화국의 정치권력과 대격돌을 벌였다. 5·3 항쟁은 1980년 광주 항쟁 이후 탄압 일변도로 강공을 펼쳐왔던 독재 세력과 그동안 억눌려왔던 노동·학생·재야 세력으로 대변되는 민주화 운동 세력 간에 벌어진 가장 큰 시위이자 정치 투쟁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천 5·3 항쟁은 1987년 6월 항쟁을 앞두고 권력의 집중적 탄압과 야당, 재야, 학생, 노동 운동 세력이 각각 혼재된 상황에서 밀고 밀리는 가운데 벌어진 사건이었다. 1980년 5월 광주 항쟁 이후 1986년 인천 5·3 항쟁은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의 여정이라는 계기의 연속성상에서 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5·3 항쟁은 독재 권력과의 투쟁에서 좌경 폭력이라는 이데올로기적 공세와 탄압을 이겨낸 점,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법에 대하여 부르주아 정치 세력과 민주화 운동 세력 간의 갈등의 증폭과 노선에 대한 차이와 민주화 운동 세력 내에서의 분열 등이 드러난 사건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3 항쟁은 이후 독재 세력의 탄압과 억압 국면을 넘어서 민중의 힘으로 성취한 1987년 6월 항쟁의 역사를 만드는 데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이러한 대중 투쟁의 경험은 이후 민주화의 새로운 체제를 탄생시킨 ‘87년 체제’의 서막을 여는 데 기여하였다.

인천 5·3 항쟁 이후, 경기도 부천시에서 발생한 경찰의 권인숙 성고문 사건,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 사망 사건, 이어지는 6월 항쟁은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면서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되돌아보면 1980년 5월 광주 항쟁, 1986년 인천 5·3 항쟁,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지는 민주화의 여정은 매 계기마다 죽음과 맞바꾼 저항과 좌절에서 벗어나 탄압을 뚫고 일어서는 민주화의 험난한 과정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이 있었기에 이후 한국 사회는 선거에 의한 민간 정부의 등장과 민주 정부 10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는 정치적·경제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으며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 변동의 과정에서 인천 5·3 항쟁은 학생·노동·재야 운동이 정치 권력과 갈등하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의 커다란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3 항쟁을 둘러싼 야당과 민주화 세력의 요구]

1986년, 야당은 1985년 2월 총선 이후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면서 이후 독재 정권에 맞서 전국적인 대통령 직선제 개헌 추진 결성 대회를 강행하면서 정국은 말 그대로 폭풍 전야였다. 전두환 정권에 대항하는 재야를 비롯한 민주화 운동 진영과 신한 민주당, 김영삼과 김대중이 주도하는 민주화 추진 협의회는 직선제 개헌 1000만 서명 운동을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전국적으로 전개하였다.

독재 정치에 분노하던 대중들은 광주 대회에서 30만 명이 운집하였으며 10만 명의 모인 대구 대회에 이어 대전, 청주를 거쳐 5월 3일 인천 대회가 준비되고 있었다. 야당인 신한 민주당은 재야 세력과 노동자, 학생 등 민주화 운동 세력이 각 지역의 개헌 추진 결성 대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였다. 권력 획득을 중심으로 하는 정당 구조에서 신한 민주당 안에서도 다양한 세력들이 온존하는 가운데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방법은 각 세력에 따라 달랐다. 특히 정치권은 학생 운동 세력의 과격성을 부각하면서 개헌 추진 결성 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견제하였다. 당시 민주화 운동 세력은 ‘군부 독재 타도’라는 분명한 목표를 두고 신한 민주당의 개헌 추진 결성 대회에 참가하였으며 야당은 직선제 개헌이라고 하는 슬로건에 방점을 두었다. 이후 민주화 운동 세력은 야당과 한편으로는 견제와 연대, 독자적인 투쟁을 전개하면서 광범위한 국민적 참여를 만들었다.

[5·3 항쟁과 가톨릭교회의 연대]

주안 1동 성당은 인천 시민 회관 4거리에 위치해 있고 지역 민주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공간적 역할이 높은 성당이었다. 유신 이후 가톨릭교회는 독재 정권에 대한 반대와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목적 앞에서 권력과 늘 갈등과 대립상태에 있었다. 인천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천주교 인천 교구와 평신도 운동 단체는 독재 반대와 노동 운동, 지역의 사회 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지역 운동과의 연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주안1동 성당은 인천 시민 회관 바로 옆에 있다. 5·3 항쟁 이전 주안1동 성당에서는 천주교 인천 교구 정의 평화 위원회 주최로 4·19 혁명 26주년을 기념하는 강연회가 열렸다. 강사는 천주교 서울 대교구 홍보국장 함세웅 신부였으며 주제는 “필리핀 민주화와 한국 교회”였다. 이날 강연회에서 함세웅 신부는 필리핀 방문 체험과 민주화 투쟁의 과정을 상세히 보고했으며 “4·19 영령에 부끄럽지 않게 민주화 실천에 나서자.”라고 했다.

미사와 강연 전후로 주안 1동 성당 앞마당에서는 민주 헌법 쟁취 개헌 서명을 하였다. 서명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 경찰은 성당 내로 들어오지 못했지만 성당 바깥에 정·사복 경찰을 대기시켜 놓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날 개헌 서명에는 356명이 참가하였다.

독재 정권은 개헌 분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교회의 개헌 서명 운동을 방해하고 나섰으나 개헌 서명 운동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었다. 신자들 역시 5월 3일 인천 시민 회관에서 열릴 개헌 추진 결성 대회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가톨릭교회의 청년, 민주화를 바라는 신자, 사제들은 5월 3일을 앞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민주화 운동 진영과의 연대와 협조를 꾀하고 있었다.

[5·3 항쟁의 전개 과정]

인천이 전국적 주목을 받아가면서 일촉즉발, 폭풍 전야의 긴장된 분위기에서 마침내 5월 3일의 아침이 밝았다.

인천은 인천 노동 운동 연합과 가깝게 서울 노동 운동 연합이 근접해 있는 노동 운동의 메카였고 소위 학생 출신의 운동가들이 노동 현장으로 투신하는 노동 운동 역량이 집결된 곳이었다. 또한 다른 지역과 달리 수도권이라는 특수성에 의해 학생 운동 진영의 집결이 손쉬웠으며 재야 운동의 대표체인 민주 통일 민중 운동 연합과 지역 조직인 인천 지역 사회 운동 연합 등 민주화 운동의 역량이 집결된 곳이었다.

그러나 당시 민주화 운동 진영은 인천 대회에 앞서 학생·노동 운동의 다양한 정파적 입장으로 인해 단일한 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민주 통일 민중 운동 연합은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신한 민주당 등 야권과 연대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며, 학생·노동 운동 세력은 야당을 기회주의적 부르주아 정치 세력이라고 보면서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연대 투쟁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5월 3일 인천 지역 사회 운동 연합은 신한 민주당 행사가 끝난 후 인천 시민 회관 앞 사거리를 점거하고 민주 헌법 제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철야 연좌 농성에 들어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인천 지역의 다양한 운동 세력은 민주화 운동에 협조적이었던 주안1동 성당의 지하에서 전날부터 집회에 필요한 준비를 하였다.

인천 지역 사회 운동 연합, 민주 통일 민중 운동 연합 및 지역 운동 단체들은 대체로 신한 민주당과의 차별성은 부차적이며 군사 독재 타도 투쟁이라는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노동 운동권이나 일부 학생 운동권은 신한 민주당과의 차별성에 중점을 둬 운동을 전개했다. 신한 민주당의 개헌 추진 결성 대회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대회장인 인천 시민 회관 앞 사거리는 시민, 학생, 노동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노동자·학생·재야 단체는 각각의 집회를 진행하였다. 정오가 조금 지나 주안1동 성당에서 인천 지역 사회 운동 연합이 중심이 된 한 무리의 시위대가 나오면서 시위는 시작됐다.

3만여 명이 집결한 시위대는 인천 시민 회관 주변을 중심으로 주안역 방향과 신기 시장, 제물포, 석바위 방향을 장악하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이날 경찰은 73개 중대, 1만여 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진압에 나섰고, 이에 대항하여 시위는 시간이 갈수록 격화되었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오가면서 시위대와 경찰은 긴 시간의 공방을 벌였고 시민회관 앞 4거리는 혼돈에 빠졌다. 결국 개헌 추진 결성 대회는 시위대와 경찰의 공방 끝에 무산되었다. 인천 시민 회관 건너편 귀빈 예식장 건너편에 있던 민주 정의당 당사가 불에 타고 신한 민주당 승용차와 경찰 차량들도 불에 탔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오후 6시경 경찰은 무력 진압에 돌입했고 양측의 밀고 밀리는 공방 끝에 인천 시민 회관 사거리의 시위대는 해산되었다. 그러나 흩어진 시위대는 밤 10시 이후 늦게까지 제물포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동 일대에서 파출소를 습격하는 등, 동인천 지역까지 밀려나면서 밤늦게까지 산발적인 시위를 계속하였다. 경찰의 연행 작전이 시작되면서 각 전철역에서는 밤늦게까지 시위대에 대한 수색과 검거가 이루어졌다.

[5·3 항쟁의 결말과 교회의 대응]

전두환 정권은 5·3 항쟁을 민주화 운동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시작하는 계기로 활용했다. 경찰은 이날 4백여 명을 연행, 133명을 소요죄와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하고 50여 명을 수배했으며 왜곡된 여론을 조장하면서 민주화 운동 세력을 좌경 폭력 세력으로 몰며 대대적인 공안 국면을 조성해 정국을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다음날 아침,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전두환 정권의 반격이 시작됐다. TV는 불타는 민주 정의당 당사와 경찰차, 난장판이 된 시민회관 앞 시위의 모습을 연이어 방영하며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했으며 5·3 항쟁을 좌경 폭력 세력에 의한 난동이라고 몰아갔다. 민주 통일 민중 운동 연합과 인천 지역 사회 운동 연합, 그리고 노동 운동의 지도부 검거 선풍이 전국적으로 벌어졌으며 이들에 대한 수배 전단지가 전국의 역, 관공서 등의 각종 게시판에 나붙었다. 인천의 각 운동 단체는 경찰의 사찰과 도청, 미행 등 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한 광범위한 수색과 검거 작전이 이루어지면서 활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경찰은 시위 계획이 주안1동 성당에서 이루어졌고 상당수의 화염병이 성당에서 제작, 유출되었다며 주임 신부와 사무실 직원을 검찰에 소환, 참고인 조사를 하였다.

5·3 항쟁 이후 수배와 검거 분위기로 인천 지역 사회 운동은 급격히 위축되었다. 그러나 천주교 인천 교구는 이에 대해 교회의 입장과 태도를 밝혔다.

1986년 5월 15일, 광주 항쟁 6주기 추모 미사가 정의 평화 위원회 주최로 열렸으며 천주교 인천 교구 사제단은 시국 선언을 발표하였다. 시국 선언에서 사제단은 “우리는 숱한 갈등과 신음의 와중에서 5·3 인천사태를 지켜보았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의 일이었기에 여기 있는 우리 사제들에게는 더욱 쓰라린 아픔이요, 슬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교회는 그동안 적어도 고통 받는 이웃들, 민중들의 삶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무죄한 양으로서 정의의 십자가를 지는 데에 인색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역 교회가 결코 지역 사회와 괴리된 공동체일 수 없기에 5·3 집회와 시위의 과정은 앞으로도 교회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희생자들을 돌보아주고 그들의 주장들을 수렴하여 여과하는 일들이 우리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우발적 불행한 사태의 기억을 잊기보다는 그것이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진단, 치료하는 것이 교회가 취해야 할 자세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라며 5·3 항쟁에 관계된 민주 인사와 이들이 요구하는 민주적 과제에 대해 연대하고 해결해 나갈 것을 약속하였다.

정리해 보자면 5·3 항쟁은 1980년 5월의 광주 이후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항한 가장 큰 민중 투쟁이었으며 그동안 숨죽여 왔던 각 진영의 운동 세력은 독재 정권과 타협적 자세를 취하던 야당과 차별화를 선언하고 각기 실체를 갖춰 민주 변혁 운동에 주도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5·3 항쟁 이후 탄압 국면이 지속되었지만 민중 운동 세력은 다시 반전의 기회를 준비하였으며 군부 독재 타도, 민주 헌법 쟁취라는 슬로건을 통해 1987년 6월 항쟁으로 도약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였다.

[5·3 항쟁의 계승과 현재적 의미]

아남네시스(Anamnesis)는 “기억하다.”, “과거의 사건을 지금 이 자리에서 현존시킨다.”라는 뜻이다. 역사의 기억은 중요하다. 기억하지 않으면 우리가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지 길을 잃어버린다. 한편 아남네시스는 재현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즉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가 지금 여기에서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설계한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가 걸어온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진정한 인간화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과제이며 목적이다.

더구나 인간의 모습을 지닌 민주주의가 성장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라는 더 복잡해진 모순된 현실의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인천 5·3 항쟁을 기억하는 것은 여전히 미완의 민주주의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지나온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함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인천 5·3 항쟁’은 인천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하나의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5·3 항쟁에 대한 평가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의 의미와 지역 정체성에 기반한 민주화 운동 세력의 참여에 대한 기록, 평가 작업은 지금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한 역사적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