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원시장은 위쪽일수록 장사가 잘 된다는 사실을 염씨는 얼마 가지 않아 알아차렸다. 그러던 차에, 82년 무렵이었을 것이다, 근처에 새 건물이 지어지면서 가게 자리가 하나 났다. 염씨는 서둘러 계약을 했다. 처음 가게에서 네 가게 정도 떨어진 곳에 새로 얻은 가게는 염씨의 아내가 맡아보았다.

“저는 밑에서 보고 제 집사람은 위에 쪼그만 가게 거기서 보고. 그렇게 장사를 하다보니까. 이게 애 꼴도 안 되고, 저희 집사람이 너무 고생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처갓집에서 보기에 딸내미가 너무너무 고생을 하잖아요. 애 둘 키우는 것만 하더라도 너무너무 힘든데. 이건 가게 하나를 맡아서 장사를 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장모님하고 장인하고 의논을 하셨던가 봐요.”

염씨의 처가는 아들 없이 딸만 많았다. 사는 형편은 팍팍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골 동네에서는 제일 잘 사는 편에 속했다. 딸들 중 처형들은 이미 결혼한 상태였고, 처제들은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염씨의 장인은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생활하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육아에 장사까지 힘들게 하루하루 생활하는 셋째 딸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딸네집 근처로 옮겨 딸을 도와주고 싶었다.

1882년 추석이 막 지났을 때 처가가 상대원으로 이사했다. 장인은 농사짓던 땅을 팔고 그 돈으로 집을 구입했고, 염씨 일가는 그곳에 방 하나를 얻어 들었다. 그 후로 애들은 장모님이 맡아서 길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