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02207 |
---|---|
한자 | 名節飮食 |
영어의미역 | Festival Food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
집필자 | 장재옥 |
[정의]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즐겨먹던 음식.
[개설]
우리나라의 명절은 세시풍속에 포함되는 말이다. 세시라는 말은 해[年]와 때[時]의 합성어로서 사시절, 시절, 절후, 명절 등의 뜻을 지니기도 하지만 한자문화권에서 ‘세(歲)’는 ‘년(年)’ 또는 수확을 의미하고, ‘시(時)’는 지속적인 기간을 말한다. 세시풍속은 일정한 시기에 이루어지는 주기성을 가지고 있으며, 평상시와 구별된다.
우리나라의 명절은 대부분 농사의 월령과 관련지어 지키는 세시풍속이 대부분이다. 조선시대의 세시풍속은 『경도잡지(京都雜誌)』,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잘 나타나 있다. 안동 지역의 세시풍속으로는 설, 정월대보름, 영등, 머슴날, 삼짇날, 한식, 단오, 유두, 복날, 백중, 추석, 중구, 상달고사, 시사, 동지 등이 있으며, 때마다 다양한 음식이 마련된다.
[계절별 명절음식]
1. 봄
안동 지방의 봄철 명절은 설, 정월 대보름, 머슴날, 삼짇날 등을 들 수 있다.
1) 설
안동에서는 설에 아침 일찍 음식을 마련하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 설의 대표 음식으로는 떡국이 있으며, 그 외에 탕, 식혜, 산적, 전 등이 있다. 조상에게 제사를 올린 후 가신(家神)을 모시는 집에서는 성주와 용단지에 제를 올린다. 먼저 새벽에 길러온 정화수를 용단지 앞에 올리고, 성주 앞에는 제일 먼저 뜬 밥을 올린다. 안동에서는 일반적으로 성주에게는 집의 대주가 제를 올리며, 용단지에는 주부가 빈다.
2) 정월 대보름
안동의 정월 대보름은 설 못지않게 성행하는데, 지신밝기, 달맞이 등을 즐겼으며, 대보름 음식으로는 국수와 오곡밥, 부럼, 귀밝이술, 묵나물 등을 즐겼다. 보름 전날 저녁에 국수를 해 먹는데, 삼(삼베)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대보름 절식의 으뜸으로는 약식(藥食)이 있다.
약식의 유래를 살펴보면 “신라 소지왕(炤智王)이 정월 15일 까마귀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였다.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찹쌀밥을 지어 까마귀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씌어 있다. 신라시대에는 약밥이 아니고 찹쌀밥이었는데, 고려시대 『목은집(牧隱集)』에는 기름, 꿀, 잣, 밤, 대추 등을 넣어 만든 호화로운 음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서민들은 약밥을 해 먹기 어려워 대신 오곡밥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생긴 듯하다.
3) 머슴날
안동에서는 이월 초하루를 머슴날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농사가 시작되므로 일꾼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한다. 다음 날부터는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머슴이 썩은 새끼에 목매는 날”이라고도 한다. 당나라의 이필(李泌)이 임금에게 “이월 초하루를 중화절로 삼아 백관으로 하여금 농서(農書)를 올리게 하고 힘써야 할 근본을 나타내게 하십시오.”라고 한 기록에서 따 온 것이다.
4) 삼짇날
안동에서는 삼월 초사흘,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로, 진달래꽃을 꺾어 조왕단지 앞에 꽂아두고 농사의 풍년과 해충의 예방을 기원하였다. 대표 음식으로는 화면과 수면이 있다. 한식은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이며 이 날 성묘를 한다. 한식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중국 춘추시대에 개자추(介子推)란 신하가 진나라 문공(文公)이 공자(公子)로서 망명할 때 19년간 모셨다. 그는 문공이 귀국한 후 간신의 모함을 받아 벼슬을 하지 못하고 면산(緜山)에 숨어 살았는데 문공이 잘못을 뉘우치고 나올 것을 간청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문공이 산에 불을 질렀으나 나오지 않고 늙은 어머니를 껴안고 버드나무 아래에서 타 죽었다. 그래서 이 날은 문에 버드나무를 꽂기도 하고 개자추를 생각하며 불을 쓰지 않고 찬밥을 먹어 냉절(冷節)이라 하기도 한다.
2. 여름
안동 지방의 여름철 명절은 단오, 유두, 복날 등을 들 수 있다. 단오는 수리[戍衣], 천중절(天中節), 중오절(重五節), 수릿날이라고도 하며 농경사회에서 풍작을 기원하는 제삿날로 조선 말기까지만 해도 4대 명절로서 단오차례를 지냈다. 단오의 풍속으로는 여성들은 그네뛰기, 남성들은 씨름을 즐겼으며, 머릿결이 좋아진다고 궁궁이로 머리를 감고 귀에 꽂고 다녔다.
지금도 안동 지방에서는 단옷날 이러한 풍속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날은 수리취떡을 마련하여 단오차례를 지내며, 쑥떡, 나물떡을 해 먹는다. 또한 단오 전날 약쑥을 베어다 음지에 말려 두었다가 사용하였다. 약쑥은 오전에 베어야 약효가 있다고 한다.
3. 가을
안동 지방의 가을철 명절은 추석과 중구를 들 수 있다. 안동에서는 추석에 햇곡식으로 지은 햇살과 송편, 과일, 나물, 전 등을 준비하여 제사를 지내며 성묘를 한다. 햇곡식이 나지 않았을 때는 9월 초아흐레, 즉 중구 때에 제사를 지내고 성묘를 한다. 중구(중앙절)에는 국화전을 해 먹었다. 안동에서는 추석보다 중구를 더 큰 명절로 생각하였다.
추석은 가배 또는 한가위라고도 하며, 설과 함께 가장 큰 명절이다. 가배의 기원은 삼국시대 신라의 유리왕이 그 당시의 국부 6부의 여인을 2부로 나누어 왕녀 2인에게 각각 한 부씩을 맡겨 7월 16일부터 8월 14일까지 길쌈을 경쟁시켰다. 끝난 후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주연을 베풀었다. 이때 노래와 춤이 베풀어졌으며 이것이 중추절 놀이의 시초가 되었다.
4. 겨울
안동 지방의 겨울철 명절은 동지를 들 수 있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쑨다. 동지 팥죽은 드는 시(時)에 맞춰서 쑨다. 동지가 중순과 하순에 든 중동지와 노동지에만 팥죽을 쑨다. 초순에 든 애기동지에는 쑤지 않는다. 동지를 작은설이라고 해서 동지 팥죽에 들어 있는 새알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한다.
동지는 밤이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하지 때부터 점점 짧아지던 해가 동지를 지나면서 조금씩 길어지는 현상을 고대인은 태양이 죽었다가 부활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생명과 광명의 주인인 태양신에 대한 축제를 열었다. 동지를 다음해가 되는 날이라는 뜻으로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부르기도 한다.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나와 있다. “공공씨(共工氏)가 재주 없는 한 아들을 두었다가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역질 귀신이 되었다.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으므로 이 날 팥죽을 쑤어 물리치는 것이다”고 전한다.
[명절음식 만드는 법]
1. 생떡국
생떡국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멥쌀은 깨끗이 씻어 불린 다음 소금 간을 하여 빻는다. 쇠고기, 닭, 멸치를 넣고 끓여 육수를 준비한다.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가래떡처럼 만든다. 가래떡을 떡국처럼 썬다. 준비한 육수에 떡을 넣고 끓인 후 고명을 얹는다.
2. 안동식혜
안동식혜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찹쌀은 깨끗이 씻어 8~12시간 정도 물에 불린다. 엿기름은 10~12ℓ 정도의 물에 주물러 체에 밭쳐 건지는 꼭 짜서 버리고 국물은 가라앉혀 윗물을 따라 놓는다. 무는 채 썰거나 나박 썰기를 하여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낸다. 생강은 껍질을 벗겨 곱게 간다. 불린 찹쌀은 건져 고두밥을 지은 다음 한 김을 내보낸다.
준비한 엿기름물은 30℃ 정도로 따뜻하게 데워 고운 천에 고춧가루를 넣어 엿기름물에 붉게 물들인 다음 준비한 생강즙을 넣는다. 항아리에 무를 넣고 고두밥을 얹은 다음 엿기름물을 부어 한번 젓는다. 6시간 정도 따뜻한 곳에서 삭힌 후 밥알이 떠오르면 환기를 시키고 설탕을 넣어 저장한다. 기호에 따라 밤채, 잣, 볶은 땅콩 등을 띄워 먹는다. 예전에는 안동식혜를 겨울철에 주로 만들어 먹었지만 요즘은 사시사철 해 먹는다.
3. 배추전
배추전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배추는 줄기 부분을 자근자근 두드려서 펴둔다. 밀가루에 물과 소금을 넣고 주르륵 흐를 정도로 반죽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구어지면 배추에 반죽한 밀가루 옷을 입혀 지져낸다. 양념장을 곁들여 낸다.
[생활민속적 관련사항]
안동의 설은 한 해의 시작으로 정초차례라 하여 먼저 조상에게 음식을 마련하여 제사를 지내며, 설 음식 또한 정초차례와 무관하지 않다. 설 음식으로 떡국, 산적, 배추적(전), 안동식혜(차례 상에는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식혜) 등을 마련하였다. 안동시 서후면 저전리에서는 생떡국을 해 먹는데, 생쌀을 빻아 반죽한 것을 끓는 물에 떼어놓고 어느 정도 익으면 국수를 넣어 삶는다. 떡은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국수는 삼(안동포)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넣는 것이다.
산적은 꼬치에 꿰어 적틀[炙臺]에 고임 형태로 높이 쌓는다. 이것을 도적이라 하며, 도적을 쌓을 때는 우모린(羽毛鱗)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가장 하단에는 바다의 생선, 중간에는 육지의 짐승, 상단에는 하늘의 새를 배치함으로써 하늘·땅·바다로 구성된 우주의 질서를 묘사한다. 또한 안동 지방에서는 타지방에서 잘 볼 수 없는 배추·무전을 해 먹는다.
안동에서는 정월 열 나흗날 저녁에 국수를 먹으면 삼(안동포)이 잘된다고 하여 삼농사의 풍작을 기원하면서 국수를 먹었다. 안동의 대보름날의 음식으로는 오곡밥(찰밥)과 부럼, 귀밝이술 등을 들 수 있다. 정월대보름 아침에 밤, 호두, 잣, 은행 등을 깨물면 일 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견과류 음식을 먹는 것을 ‘부럼 깨문다’고 한다. 또한 이른 아침에 술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1년 동안 좋은 소식을 듣는다 하여 귀밝이술을 한잔씩 하기도 했다.
오곡밥은 멥쌀, 팥, 보리, 수수, 조, 대추, 밤 등이 재료로 쓰인다. 그 해의 찰밥의 모양을 보고 그 해의 가후를 점치기도 한다. 찰밥이 되면 가뭄이 들고, 찰밥이 질면 홍수가 진다고 한다. 오곡밥과 함께 나물반찬을 해 먹는다. 안동에서는 대보름에 콩나물, 무, 냉이 세 가지를 넣어 국을 끓여 먹으면 좋다고 한다. 아침에 냉잇국을 먹으면 그 해 여름 내내 더위를 먹지 않는다. 또 이날 산나물을 먹으면 들에 가도 풀쐐기에 쏘이지 않는다.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서는 대보름 절식으로 수꾸노치라고 불리우는 수수가루 부침개를 해 먹는다. 그리고 수수를 고아 엿이 되기 전의 산태로 만들어 먹으면 기침에 좋다고 하여 뜨끈뜨끈하게 해서 범벅처럼 해 먹는다. 콩 베테기라 하여 콩가루를 이용하여 국수처럼 넓게 펴서 썰어 무와 함께 끓여 먹기도 한다.
단옷날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서는 일하지 않는 날이라 하여 산에서 수리취 나물을 뜯어 쌀이나 찹쌀을 넣고 쪄서 수리취떡을 해먹고, 찰떡이나 쑥떡을 해먹기도 한다. 또한 불을 지피고 돌을 달궈 감자를 묻어 놓은 뒤 물 뿌리면서 그 열로 감자를 익혀 먹는 풍습도 있다.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에서는 “오월 단오가 되어야 고등어를 얻어먹을 수 있다”고 할 만큼 고등어가 시절음식으로 으뜸 대우를 받았다. 단오에는 쑥떡을 해 먹고 그날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 먹는다. 이 무렵에 햇보리가 나오는데 이것만 먹으면 배가 아프기 때문에 미역국을 함께 먹었다.
“입기는 장개갈 때처럼 잘 입고, 먹기는 추석날 같이 잘 먹으라”는 말이 있듯이 안동 지방에서는 추석날 햇곡식으로 차례음식을 장만하여 조상의 묘에 가서 차례를 지내는 집이 많다. 안동 지방에서는 동지에 임산부가 빚은 새알의 모양을 보고 태어날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를 점친다. 새알심이 동그라면 딸이고 길쭉하면 아들이라는 말이 있다. 또한 동지에 참새를 세 마리 잡아먹거나 조청을 세 번 고아 먹으면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