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02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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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口碑傳承 |
영어의미역 | Folklore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
집필자 | 임재해 |
[정의]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 말로 전승되는 민간 지식의 총체.
[개설]
문화의 전승에는 전승 매체와 방식에 따라 구비전승·행위전승·물질전승 등이 있다. 구비전승은 행위나 물질이 아니라 말로 전승되는 문화를 뜻한다. 말로 전승되는 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구비문학이다. 그러나 구비전승 이전에 말로 소통되는 경험담·목격담·풍문 등의 구술 정보가 있는가 하면, 구비전승은 되지만 문학적 형상성을 갖추지 못하고 역사적 사실이나 유래를 설명하는 구비 역사가 있다. 구비 역사를 구술사라고도 하는데, 신화나 전설은 구술사 구실을 하면서도 문학적 형상성을 갖추어서 구비문학의 범주에도 들어간다. 구비문학의 갈래로는 설화·민요·판소리·탈춤·속담·수수께끼 등이 있으나, 안동 지역에서 판소리는 전승되지 않고 있다.
[설화]
안동 지역은 역사적 뿌리가 깊고 전통문화의 중심지여서 설화의 전승도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설화가 풍부한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설화의 소재가 풍부하며, 둘째, 설화가 전승될 만한 문화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설화의 소재도 지역 사회의 문화적 역량에 따라 확보되는 것이지만, 설화가 전승될 수 있는 문화는 설화를 널리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적 상황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설화를 잘 아는 사람들의 교류가 빈번해야 한다.
안동은 반촌의 종가와 인물이 많아서 서로 오고 가는 나그네들이 많았다. 종가의 사랑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고 할 만큼 선비들의 교류가 잦았다. 나그네가 묵어가는 사랑방에는 으레 이야기판이 마련되었다. 이야기판이야말로 설화 전승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설화는 신화와 전설, 민담으로 다시 분별되는데, 지역적 특성을 잘 반영하는 것은 전설이다. 신화는 원초적이고 민담은 보편적인 반면에 전설은 지역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신화는 마을의 서낭신에 관한 ‘당신화’가 주를 이룬다. 청량산 일대에 공민왕(恭愍王, 1330~1374) 몽진과 관련하여 공민왕의 가족들이 서낭신으로 좌정한 이야기들이 집중되어 있다. 안동시 풍산읍 수리에도 공민왕을 모신 국신당이 있고 공민왕의 당신화가 전승된다.
공민왕과 그 가족들이 서낭신으로 좌정한 당신화 외에는 하회마을 서낭신처럼 처녀신을 모신 당신화가 두드러진다. 무속신화로 성주풀이가 전승되고 성주의 본향이 안동 제비원이라는 사실이 중요하게 노래된다. 민담은 어느 고장에나 널리 있는 것이어서 지역성을 잘 드러내기 어렵다. 그러므로 전설을 중심으로 설화의 지역적 전승 상황을 포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1. 인물전설
지역 설화의 소재는 전설적 증거물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의 인물 반이 영남에서 나고 영남의 인물 반이 안동에서 났다’고 할 만큼, 안동은 인물의 고장답게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유명 인물은 으레 이야깃거리가 되는 까닭에 인물전설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삼태사(三太師)·퇴계 이황(李滉, 1501~1570)·월천 조목(趙穆, 1524~1606)·겸암 류운룡(柳雲龍, 1539~1601)·서애 류성룡(柳成龍, 1542~1607), 학봉 김성일(金誠一, 1538~1593) 등 안동 출신 인물에 얽힌 전설과 더불어, 공민왕·맹사성(孟思誠, 1360~1438)·이여송 등 외지에서 들어온 유명 인물에 얽힌 전설, 그리고 유교문화의 고장답게 효자·효부·충신·열녀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풍부하다.
인물전설에서는 공민왕 전설이 두드러진다. 홍건적의 난을 피해서 안동으로 몽진해 온 공민왕은 안동에서 수많은 신화와 전설을 남겼다. 삼태사 전설은 왕건의 고창 전투와 관련된 이야기로서 역사전설을 겸하며, 퇴계 전설은 조목을 함께 등장시켜 사제 간의 문제를 다루는 가운데 스승의 탁월함을 드러냈다. 류운룡과 류성룡은 형제전설로서 함께 이야기되기 일쑤이며, 류성룡의 높은 지위와 류운룡의 낮은 지위를 대비하면서 오히려 그 슬기와 역량은 류운룡이 더 뛰어난 것으로 이야기된다.
예사 인물 가운데도 우남촌과 같은 머슴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용동영감과 같은 가난한 농사꾼 이야기도 있다. 우남촌은 머슴이지만 양반들에게 비굴하지 않고 머슴의 권익을 쟁취해 나가며, 용동영감은 가난하고 미천한 처지에서도 유식하고 부자이며 지체 높은 사람들과 당당하게 맞선다. 평양의 김선달이나 한양의 정수동, 경주의 정만서와 같은 건달형 인물의 전형을 이루면서도 지역적 특성을 가진 인물전설이다. 힘센 장수보다 선비들이나 예사 인물에 관한 전설이 많은 것은 인문주의적 특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2. 유적전설
안동시에는 지정문화재가 경주시 다음으로 많을 뿐 아니라 하회별신굿과 금소동채싸움, 안동놋다리밟기, 성주풀이 등 무형문화재에 해당되는 독특한 민속도 풍부하다. 인물이 많아서 인물전설이 많은 것처럼, 도산서원이나 안동 임청각, 봉정사, 개목사 등 문화유적들에 얽힌 유적전설도 많으며, 하회탈과 탈춤, 놋다리밟기, 동채싸움 등 민속놀이에 얽힌 풍속전설도 다양하다.
유적전설은 유교와 불교로 나눌 수 있는데, 유교유적 전설은 주로 현판 글씨에 관한 이야기들이며, 불교유적 전설은 절 이름이나 절이 지어진 유래를 설명하는 것이 많다. 도산서원 현판을 한석봉(韓石峯)이 썼다든가, 영호루 현판을 공민왕이 썼다고 하여 현판을 쓴 인물과 글씨의 가치를 입증하는 전설이 주를 이룬다. 또한 개목사 이름의 내력이나 봉정사 또는 제비원 연미사의 창건 유래를 밝힌 사찰연기 설화들이 많다. 특히 제비원 관련 전설은 20가지 가까이 될 정도로 아주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3. 지명전설
지명전설로는 소(沼)에 깃들어 있는 용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두드러진다. 임하댐에 수몰된 용계동이나 도연폭포, 와룡산(臥龍山), 선어대(仙魚臺), 용상동에 얽힌 지명전설 등이 모두 용과 관련된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선어대는 깊은 소를 이루고 있는데, 선어대 소에 용이 살고 있어서 도연폭포에 있는 소의 용과 하늘에 먼저 올라가기를 다툰 이야기가 복합성을 띠고 있다.
선어대 용이 마씨 총각의 도움으로 싸움에 이기고 하늘로 올라가면서 큰 비를 내려 홍수를 일으키고 갯벌로 들을 만들어 마씨 총각에게 주었다. 따라서 이 들을 ‘마들’이라 하고 마을 이름을 용이 올라간 동네라 하여 ‘용상(龍上)’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어대와 마들, 용상동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 지명이다. 지금 선어대는 소가 묻히고 길을 확장하느라 교량을 세워서 전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전설적 증거물은 선어대처럼 훼손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여근곡 형상을 하고 다양한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영남산 성진골도 크게 훼손되어 여근곡다운 모습을 잃어버려서 아쉽다. 성진골은 여성 성기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동 여성들이 바람이 난다고 믿었다. 따라서 바람기를 잠재우기 위해 거대한 남근석을 3개나 깎아 세웠는데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다.
성진골 가운데 자리한 작은 산을 일러 공알산이라고 하는가 하면, 서쪽 봉우리는 옥정당(玉井堂)이라 하였다. 공알산 아래쪽에는 ‘천지우물’이라고 하는 샘이 있어서 사철 마르지 않았으며, 옥정당은 하늘에서 팔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며 노닐었던 곳이다. 그러므로 성진골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지명전설과 신앙전설이 아주 풍부했으나, 가톨릭상지대학교 건물이 들어섬에 따라 본디 모습을 잃어버렸다.
[민요]
안동 지역 민요를 갈래별로 보면 일노래가 놀이노래나 의식노래보다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노래의 기능상 의식이나 놀이보다 일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민요 전승의 전체적인 특징은 안동문화의 전통을 잘 반영하고 있다. 안동은 길쌈의 고장답게 길쌈노래가 흔하고, 성주신앙의 본향답게 성주풀이 민요가 지속되고 있다. 여성들의 집단놀이인 놋다리밟기의 전승과 더불어 여성들의 놀이노래가 풍부하게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부르던 놀이노래들이 많이 수집되어 안동 지역 민요의 전승 상황을 한층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1. 일노래
일노래로는 논농사와 관련된 일노래와 지역 특산물인 안동포와 관련된 길쌈 노래가 두드러진다. 남성 민요인 「논매기 노래」에 「길쌈 노래의 사설」이 끼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저전동 「논매기 소리」 앞소리는 길쌈 노래의 하나인 「베짜기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길쌈고장 다운 「논매기 소리」라 할 수 있다.
일노래 가운데 전승력이 높은 것은 한결같이 공동노동을 하는 경우이다. 논매기도 두레 노동으로 이루어지고 삼삼기도 두레로 하는 까닭에 일과 더불어 노래도 전승되는 것이다.
1) 논농사노래
일노래는 논농사와 관련된 것이 대표적이다. 일의 과정에 따라 「볍씨 담그기 노래」, 「못자리 노래」, 「모찌는 소리」, 「모내기 소리」, 「아이 논매기 노래」, 「두벌 논매기 노래」, 「세벌 논매기 노래」 등이 있다.
안동은 산간 지역에 속하여 논이 적고 벼농사의 비중이 낮아서 이러한 노래들이 고루 전승되지 않고 있다. 「모찌는 소리」가 아주 드물게 전승되고 「모내기 소리」와 「논매는 소리」는 최근까지 다양하게 전승되었다. 특히 「논매는 소리」는 「긴소리」와 「상사 소리」, 「에히용 소리」 등 논매기 작업과정에 따라 노래가 분화되어 있다.
논매기를 마치고 마을에 와서 여흥으로 부르는 「칭칭 소리」도 일노래와 연관된다. 「물 푸는 소리」가 아직 남아 있지만, 「새 쫓는 소리」나 「벼베기 소리」, 낟가리를 쌓으면서 부르는 소리는 듣지 못하게 되었다. 논매기 이후의 이러한 작업들은 두레 노동이 아니라 개별 노동이기 때문에 일노래의 전승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2) 밭농사노래
밭농사 노래로는 여름에 조밭을 매면서 부르는 소리가 있는데, 여성 노래로 시집살이의 고난이 잘 드러난다. 「보리타작 소리」는 흥겹고 노랫말도 재미있다. 보리를 의인화하여 양반에 견주어 ‘아무리 때려도 팔팔 뛴다’고 하는가 하면, 머슴에 견주어 ‘아무리 때려도 왜 이리 기노’ 한다. 총각의 보리는 ‘뱅글뱅글 감싸고 돌고’, 처자의 보리는 ‘겨드랑 밑으로 살살 긴다’고 한다. 1980년대 이후 보리농사가 중단되면서 보리타작 소리의 전승도 끊어졌다.
잡역노동요로는 「목도 소리」와 「망깨 소리」, 「지점 소리」가 있다. 「목도 소리」는 묘지에 비석을 운반하거나 큰 목재를 운반하는 목도꾼들이 서로 손발을 맞추고 힘을 고르기 위해 부르는데, 목도 일을 한 사람들에게 제한적으로 전승되는 까닭에 만나기 어렵다. 「망깨 소리」는 일종의 토목공사 노래이다. 강에 다릿발을 세우는 기둥을 땅에 박을 때 망깨를 높이 끌어올렸다가 내리쳐서 박는데, 앞소리꾼이 메기고 뒷소리꾼이 받는다. 앞소리꾼 경험자가 아직 생존해서 「망깨 소리」 일부가 전승되지만, 앞으로는 듣기 어려운 노래이다.
3) 길쌈노래
여성들의 길쌈 노래로 「삼삼기 노래」와 「베틀 노래」, 「물레 노래」가 전승된다. 「삼삼기 노래」는 일의 고통과 시집살이의 고난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는 반면에, 「베틀 노래」는 월궁 선녀가 하강하여 베를 짜는 상황을 설정하여 베틀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교술적 성격을 지녔다. 「물레 노래」도 「베틀 노래」처럼 물레라고 하는 실 뽑는 연장의 상황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교술적이지만 낭만적 내용의 「베틀 노래」에 비하면 상당히 처량하다. 물레가 병이 난 상황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베틀 노래」가 길쌈의 완성 단계인 까닭에 긍정적이고 낭만적이라면, 「물레 노래」는 실을 뽑는 단계여서 부정적이고 힘든 상황을 노래한 것이 아닌가 한다.
2. 놀이노래
놀이노래는 「놋다리밟기 노래」가 대표적이다. 놀이노래는 주로 여성들의 놀이에 나타나는데, 놋다리밟기도 그러한 전형을 이룬다. 놋다리밟기 놀이에는 꼬리따기, 실감기, 달넘세, 청어장사, 동애따기 등 여흥놀이가 함께 전승되는데, 놀이마다 제각기 그에 맞는 노래가 있었다. 따라서 놋다리밟기에는 「놋다리밟기 노래」 외에 「꼬리따기 노래」, 「실감기 노래」, 「실풀기 노래」, 「달넘세 노래」, 「청어장사 노래」, 「콩심기 노래」, 「동애따기 노래」 등이 함께 전승된다.
영덕 지역의 「월월이 청청」과 호남 지역의 「강강술래」 놀이노래와 대비되는데, 지역의 문화적 상황에 따라 특성이 다르다. 비슷한 놀이 동작이지만 벼농사 지역인 호남에서는 ‘덕석말기’와 ‘덕석풀기’라고 하는데, 길쌈 고장인 안동에서는 ‘실감기’와 ‘실풀기’라고 한다. 놋다리밟기와 상관없이 전승되는 놀이노래도 있다. 여성들의 「그네 노래」와 「널뛰기 노래」가 단편적으로 전승되는 반면에, 아이들의 놀이노래는 종류가 많다.
아이들의 놀이노래로는 「고추 먹고 맴맴」, 「앞니 빠진 갈가지」, 「뚜껍아 뚜껍아」, 「동무동무 씨동무」 등이 있다. 유형으로는 ‘숨바꼭질’이나 ‘꼬리따기’와 같이 동무들과 어울려 놀며 부르는 노래, 풍뎅이·방아개비·개똥벌레 등 곤충을 놀리며 부르는 노래, 「꼬부랑 할머니」나 「가자가자 감나무」 등 말놀이로 부르는 노래, 「앞니 빠진 갈가지」, 「오줌싸개 똥싸개」, 「엿장사 궁둥이」 등 사람을 놀리며 부르는 노래 등이 있다. 아이들의 노래라고는 하지만 이제는 노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노래들이 대부분이고 실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드물다.
3. 의식노래
의식노래는 장례 의식과 관련된 「상여 소리」와 「덜구 소리」가 두드러지고, 세시의식요인 「지신밟기 소리」가 최근까지 전승되었다. 성주풀이 민요도 성주굿의 의식요라 할 수 있다. 「상여 소리」는 현대에 변화된 장례 풍속에 따라 상여가 영구차로 대치됨으로써 노래될 기회가 거의 없으나, 무덤의 봉분을 다지는 「덜구 소리」는 기계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도 노래된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상두꾼이 아닌 직업적인 일꾼들이 무덤을 다지는 까닭에 「덜구 소리」 내용은 상투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상여 소리」 후렴구는 ‘너화 너화 에이넘차 너화’로 4음보로 늘어지는 데 비하여, 「덜구 소리」 후렴구는 ‘워어 덜구요’와 같이 2음보로 역동적이다. 「상여 소리」는 망자의 처지에서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충격과 이별의 절박함을 노래하는데 비하여, 「덜구 소리」는 죽음을 받아들이며 주로 가족들을 불러들여서 만나고 저승에 가는 준비를 노래한다. 신앙과 관련된 의식노래로는 「지신밟기 소리」와 「성주풀이」가 있다. 마을굿이 사라지고 풍물이 잦아들면서 지신밟기가 단절되었으나, 성주를 모시는 굿은 아직도 드물게 전승되고 있다.
[탈춤]
구비문학의 갈래 가운데 탈춤을 전승하는 지역은 아주 드물다. 그런데 안동 하회마을에는 별신굿과 함께 탈놀이가 전승된다. 정월 초하루에서 보름까지 별신굿을 하면서 탈놀이를 하는데 흔히 하회탈춤이라 일컫는다. 서낭당에서 신내림을 받은 다음 서낭신을 태우고 오는 무동마당에 이어, 부정씻기를 하는 ①주지마당, ②백정마당, ③할미마당, ④중마당, ⑤양반·선비마당 ⑥혼례마당, ⑦신방마당, ⑧허천거리굿으로 마무리를 한다.
고려 중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가장 오래된 탈춤이어서 국가무형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었으며, 원형을 지니고 있는 하회탈 9점이 국보 121호로 지정되어 있다. 마을굿의 일환으로 노는 농촌탈춤의 전형을 이루고 있어 연극사 이해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극적 내용의 특징으로는 주지마당과 백정마당을 들 수 있다. 주지와 같은 상상의 동물을 끌어들여 굿판을 정화시키는가 하면, 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던 별신굿의 제의적 전통을 극적으로 형상화하여 지배층을 풍자하는 놀이로 변화시켰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마당이다. 혼례마당과 신방마당도 하회탈춤의 특징을 이루는데, 처녀서낭신을 위로하는 굿이므로 처녀신을 시집보내고 초야를 치르도록 하는 주술적인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마당이다.
할미마당과 중마당, 양반·선비마당은 다른 지역 탈춤의 거리에서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내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할미는 다른 탈춤에서 첩 때문에 고난을 겪다가 죽음에 이르는데, 하회에서는 시집살이의 고난을 신세타령으로 털어놓다가 영감과 반찬 다툼이 벌어지면서 일방적으로 영감을 궁지에 몰아넣고 반찬을 다 차지한다. 음식을 두고 가부장의 횡포를 풍자하는 셈이다.
양반·선비마당은 하인의 공격을 받아 직접적으로 풍자되는 다른 탈춤과 달리, 양반과 선비가 서로 다투면서 모두 하인의 웃음거리가 되는 간접적인 풍자 방식을 이룬다. 양반과 하인 사이의 신분적 갈등을 직접적인 대립으로 나타내지 않고 양반과 선비의 다툼으로 간접화한 것이 특징이다.
[속담·수수께끼]
속담과 수수께끼에는 안동다운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더러 안동의 지명이 등장하는 것으로는 ‘안동 양반’처럼 아주 짧은 관용구가 있는가 하면, ‘들을 하회지 볼 하회는 아니다’와 같은 제법 꼴을 갖춘 속담이 눈에 띈다. ‘안동 양반 의성 사람 군위 것들’이라 하여 양반으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자부심과 더불어 다른 사람이나 지역을 깎아내리는 경향도 보인다. ‘니 소가 아니면 내 담이 자빠질 일이 없다’와 같이 남의 탓을 하거나, ‘자기는 잘난 백정이고 남은 못된 정승이다’와 같은 당치 않게 자기를 내세우며 남을 헐뜯는 것을 나무라는 속담 등이 있다.
속담은 대화 속에서 어느 정도 소통되고 있지만, 수수께끼는 아이들의 현대 수수께끼 외에는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어른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따름이다. “거꾸로 서서 검은 똥을 싸며 가는 건 뭐? 답은 붓”과 같이 선비문화를 반영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산간 지역 밭농사의 고장답게 옥수수나 콩나물, 고추와 관련된 수수께끼가 두드러진다.
[특징]
구비문학의 전승은 지역 문화의 특성과 인물 배출, 전통문화 유산, 역사적 사건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안동 지역은 전통문화의 고장답게 구비문학 자료가 상당히 풍부하다. 특히 설화 자료가 풍부한데 인물과 유적, 풍속 등을 중심으로 한 전설이 신화나 민담보다 다양하게 전승되면서 지역적 특성을 잘 드러낸다. 그중 유교문화를 반영하는 인물전설이 풍부하다.
민속신앙이나 민속놀이와 관련된 구비문학도 독창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봉정사와 제비원 미륵불, 동채싸움, 놋다리밟기 등 문화유산과 관련된 전설이 두드러진다. 특히, 하회별신굿이나 병산별신굿과 관련된 탈춤 자료는 안동 지역 구비문학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성주신앙의 본향으로서 안동 제비원은 관련 전설과 민요, 무가들이 함께 두드러진다.
[관련기록]
안동의 구비문학은 일찍부터 조사되어 여러 보고서에 수록되었다.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경북편을 비롯해서, 『안동문화권학술조사보고서』 1, 2차, 그리고 『영남의 전설』, 『경북민요』, 『안동민속자료지』, 『한국구비문학대계』-안동시군편 등이 대표적이다. 안동 지역 지명 유래를 광범위하게 집중 조사하여 보고한 『안동의 지명유래』와 안동시 영남산 성진골의 전설과 신앙을 보고한 『안동의 비보풍수 이야기』가 돋보인다. 이 밖에 소수의 자료가 수록되어 있는 보고서로는 『안동향토지』, 『안동 봉화지방 학술답사보고서』 등이 있다.
학계에 알려진 자료를 중심으로 보면, 설화 자료가 전국적으로 경상북도에서 가장 많이 수집되었고, 그 가운데 안동 지역이 영덕군 다음으로 많이 수집되었다. 설화의 양적 분포로 보면, 안동을 설화의 고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무속신화 또는 서사무가라 할 수 있는 성주풀이가 풍부하게 전승되며, 성주신앙의 본향이 안동 제비원으로 노래되고 있어 주목된다.
성주풀이는 『제비원 성주풀이』, 『안동문화와 성주신앙』에서 자세하게 다루었다. 민속극으로는 하회탈춤이 가장 오랜 탈춤 양식이자 농촌탈춤으로서 특징을 잘 지니고 있어서 한국 연극사 이해의 자료로 주목을 받을 뿐 아니라,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민요로는 안동포의 고장답게 길쌈 노래가 두드러진다. 논매기 앞소리로 「길쌈 노래 사설」을 부르기도 한다. 「모내기 소리」보다 「논매는 소리」가 더 드세다. 놀이노래로는 「놋다리밟기 노래」가 다양하게 전승된다. 놋다리밟기 놀이의 양식에 따라 여러 가지 노래가 놀이와 함께 전승되는 까닭이다. 아이들이 부른 민요도 수집되고 연구되었다. 단편의 노래이지만 480여 편의 노래가 수집되어 『옛 아이들의 노래와 놀이 읽기』 자료편에 수록되었다.
[의의와 평가]
구비문학 자료의 수집과 해석은 연구자들의 개인적인 조사 활동과 연구 성과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그중 1982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구비문학대계』 안동시군편이 간행된 것과 학계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하회탈춤의 조사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은 안동 지역의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