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1589년 진안 지역에서 정여립을 비롯한 동인들이 모반을 일으켰다는 혐의를 받아 희생당한 역모 사건.

[개설]

정여립 옥사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3년 전인 1589년에 일어났다. 조선 전기에 일어난 4대 사화[무오사화·갑자사화·기묘사화·을사사화]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 조선 역사상 최대의 역모 사건이다.

[역사적 배경]

정여립 옥사는 기축년에 발생하여 기축옥사로도 일컫는다. 당시 조정은 심의겸(沈義謙)과 김효원(金孝元)의 대립으로 동서 붕당이 발생하면서 국론이 분열되었고 국내외 상황은 어지러웠다. 당시 전주에서 출생한 정여립(鄭汝立)은 1567년(명종 22)에 소과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었고 3년 후인 1570년(선조 3)에 대과에 급제하여 중앙에 진출하였다. 이이(李珥)와 성혼(成渾)의 천거로 벼슬에 올라 홍문관 수찬으로 재직했던 정여립은 이이가 죽은 뒤 그를 비판했다. 이에 서인들이 정여립을 비방하는 상소문을 올리자 정여립은 이이를 신임했던 선조로부터 질책을 받게 되었다.

정여립은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전주와 진안을 근거지로 대동계(大同契)를 조직했다. 대동계를 조직하면서 정여립은 천하는 공공한 물건이라면서 누구를 섬기든 임금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 시기 왜구들이 남해안을 침범하자 정여립은 전주 부윤 남언경(南彦經)의 요청에 의하여 그들을 무찌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여립을 주시하던 서인들은 동인에 밀리는 상황을 만회하기 위하여 1589년 10월 2일 정여립이 황해도와 전라도의 불평분자들을 모아서 역성혁명을 꾀했다는 역모 사건을 일으켰다.

[경과]

정여립 옥사는 황해도 일대의 관리들에게 고변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되었다. 1589년 10월 7일 선발대인 선전관 이용준(李用濬)과 내관 김양보(金良輔)·금부 도사 유담(柳湛)이 금구와 전주에 도착했을 때 정여립은 이미 전날 밤 도망간 상태였다. 정여립은 곧바로 진안현 죽도의 산골에 들어가서 숨었지만, 며칠 후 진안 현감 민인백(閔仁伯)이 관군을 풀어 찾던 중 인근 마을 사람의 고발에 의하여 발견되었다. 산골짜기에 들어가 마른 풀을 쌓고 그 속에 숨어 있던 정여립은 관군이 사면으로 포위하여 들어오자 최후의 수단으로 관군에 달려들었다가 자살하였다. 정여립의 자결 이후 기축옥사는 더욱 번져서 천여 명의 희생자를 냈고, 1591년 옥사를 주도하던 서인 정철이 파직되며 마무리되었다.

[결과]

정여립 옥사는 현실 모순을 해결할 수 없는 주자학적 통치 이념에 대한 반발과 백성들을 도외시한 위정자들의 권력 투쟁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지배 계급에 의해 수탈당한 일반 백성들의 불만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의해 발발한 사건이자 당쟁에서 비롯된 사건이도 하였다. 정여립 옥사는 당쟁의 형세를 돌이킬 수 없는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간 첫 번째 사건으로 논쟁의 불씨는 계속 이어졌다. 정여립 옥사 이후 호남 지역은 서북 지역처럼 차별을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이후 수많은 민란이 발생하여 최종적으로는 1894년의 동학 농민 전쟁으로 이어졌다.

[의의와 평가]

정여립이 제창했던 선구적 사상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허균(許筠)의 변혁 사상인 ‘호민론(豪民論)’으로 이어졌고 다시 정조 때의 실학자인 정약용(丁若鏞)의 ‘탕무혁명론(湯武革命論)’으로 이어졌다. 근대 이후 정여립 옥사를 제일 먼저 부각시킨 사람은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였다. 그는 정여립을 “군신강상론(君臣綱常論)을 타파하려 한 동양의 위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정여립이 과연 역모를 일으키고자 하였는지, 아니면 동인을 제거하려는 서인 측의 무고였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정여립은 역모를 준비했으나 미리 발각되어 그 꿈을 펼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