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801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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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충청남도 보령시 천북면 신죽리|오천면 원산도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효경 |
[정의]
충청남도 보령시 천북면 신죽리 죽현마을과 오천면 원산도리에서 음력 정월 대보름날 저녁에 부잣집 마당에 벼나 수수 등을 매단 장대를 세우고, 2월 초하룻날에 쓰러뜨리며 풍년을 소망하는 의례.
[연원 및 변천]
충청남도 서산, 당진, 홍성, 연기, 예산, 아산, 천안 지역에서는 볏가릿대 세우기 풍속이 있었다. 1921년에 간행한 『조선의 연중행사』, 1924년에 간행한 『조선의 향토오락』에 해당 지역에서 볏가릿대 세우기 풍속이 전승되고 있음이 기록되어 있다. 해당 기록에 충청남도 보령 지역의 사례가 누락되어 있으나, 2002년에 간행한 『한국의 세시풍속』에 보령 지역에서도 볏가릿대 세우기를 행하였음이 보고되었다. 서산, 태안, 예산 등 충청남도 내포 지역의 볏가릿대 세우기 전통은 부와 풍농의 상징이었다.
[절차]
긴 장대의 끝에 꿩털이나 나락이 붙은 짚단을 위로 가게 하여 묶은 것을 부잣집 마당에 세운다. 장대에 동아줄을 세 방향으로 늘여 바닥에 고정시키는데, 이때 동아줄에는 열매를 털어 낸 수수 이삭을 매달기도 한다. 벼와 수수 이삭은 풍년을 희망하는 상징물이다.
음력 정월 보름날은 풍년을 바라는 다양한 의례를 베푸는 날인 동시에 농군이 모처럼 명절을 맞이하여 한바탕 놀이판을 벌이고 노는 시간이다.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므로, 보름날에는 풍년을 바라는 여러 의례를 베푼다.
볏가릿대 세우기는 농군의 놀이판이 시작되는 대보름날에 세우고, 놀이판을 멈추고 본격적인 농사철로 들어가는 2월 초하룻날에 쓰러뜨린다. 정월 보름부터 2월 초하루라는 농군의 축제 기간을 맞이하여 넉넉한 놀이판을 만들기 위해 부잣집 마당에 풍년과 부의 상징인 볏가릿대를 세우고 한바탕 풍장을 울리면, 부잣집에서는 알아서 음식과 술을 내다가 농군들의 수고를 위무한다. 풍년을 상징하는 벼와 수수 이삭을 볏가릿대에 매달아 의례적 의미를 극대화시켰다.
천북면 신죽리에서는 긴 장대에 볏단을 묶어 줄을 늘여뜨려 세우는 일반적인 볏가릿대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반면에 오천면 원산도리에서는 긴 장대를 세우지 않고, 벼를 탈곡하여 가마니째 마당에 쌓아 둔 볏가리 앞에서 의례를 베푼다.
2월 초하룻날 볏가리 앞에 뱃기처럼 빨간색, 파란색의 기폭을 단 기를 대나무에 묶어 세우고 고사를 지낸다. 통돼지 한 마리, 고사떡, 술, 과일, 나물 등을 놓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볏가리를 쓰러뜨린다. 볏가리를 쓰러뜨린 후 벼가마니는 집 안으로 옮긴다. 긴 장대의 볏가릿대는 아니고, 정월 대보름날에 세우는 것은 아니지만, 2월 초하루가 지닌 의례적 시간성을 활용해 베푼 유사한 풍속이다. 2월 초하루에 나이떡을 빚어 먹고, 어업 준비를 시작하고자 했던 의도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