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8801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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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충청남도 보령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효경 |
[정의]
충청남도 보령시에서 음력 정월부터 12월까지 1년 단위로 자연의 변화에 따라 일상생활과 농업에서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행하는 생활풍습.
[개설]
전통 역법은 태양태음력(太陽太陰曆)을 기준으로 하는데, 태양력은 농사의 기준으로 삼고, 태음력은 일상생활의 단위로 정하였다. 15일 간격으로 변화하는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 태양력의 절기(節氣)는 농사를 짓는 기준이고, 달의 모양 변화를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의 초하루, 보름, 그믐 등은 생활문화의 기준이다. 두 역법 체계로 인해 형성된 절기, 삭망일(朔望日), 오랜 전통의 민족적·지역적 정서에서 중시되어 온 속절(俗節) 등이 1년을 단위로 반복적으로 순환하며 보령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농업, 어업 등의 생업활동에 주기를 형성하고, 특정 주기마다 각기 다른 생활풍습을 만들었다.
이러한 세시풍속은 보령시 주민들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살아가는 한해살이 과정으로, 세시풍속 안에서 삶에 생기를 북돋우고 활력을 주는 생활의 지혜를 살필 수 있다. 세시풍속에는 특정 시기에 특별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시식(時食)을 비롯해, 특정 시기에 행하는 의례와 신앙, 놀이, 속언(俗言) 등이 포함된다.
[보령시의 세시풍속]
보령시의 세시풍속은 설, 정초, 정월 대보름, 칠석, 백중, 추석, 동지 등에 집중되어 있다. 한반도 중부에 자리한 보령시의 지리적 조건이 투영된 칠석과 백중을 중시하는 관행도 확인된다. 설, 추석에 지내는 차례를 제외하고 대부분 중단되었다. 1970년대 이후 사회적 변화 속에서 전통이 많이 사라졌다.
[설, 정초]
설은 한 해의 첫 순간으로 새해를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차례를 지낸다. 새해를 맞아 조상과 집안 어른에게 인사를 올리는 차원에서 성묘와 세배를 행한다. 과거에는 성주상과 조상상을 마련하였으나, 근래에는 조상상만 올린다. 전통에 대한 인식이 줄어들면서 가신을 위하는 의례는 모두 중단되었다.
과거에는 정초 중 쥐날에는 논두렁 곳곳에 쥐불을 놓기도 하고, 냇가에서 이웃과 만나면 불을 서로에게 던지며 싸웠으며, 뱀날에는 뱀을 죽이지 않았고, 말날에는 장을 담았다. 마을 단위마다 각 가정의 안녕을 위해 풍장[농촌에서 농부들이 두레를 짜서 일을 할 때 연행하는 음악]을 치면서 지신을 밟기도 하였다. 지신을 밟을 때는 시암제[샘제]를 먼저 지내고, 집 안 곳곳을 돌며 안녕을 빌어 주었다. 정월 열나흗날에는 거리제, 제웅치기, 서낭제 지내기 등을 통해 집안 식구들에게 미칠 한 해의 액운을 막았다.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은 농군들에게 중요한 명절이다. 대보름 풍속은 예나 지금이나 지속되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와 달리 의미와 상징은 축소되었지만, 대보름을 중시 여기는 관행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보름날 아침 식사 이전에 먼저 조상께 보름차례를 지내는데, 설과 달리 성주상은 마련하지 않는다.
대보름날은 농군의 잔칫날로 여기므로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데, 오곡밥과 묵은 나물이다. 열나흗날에 오곡밥을 만들어 두는데, 보름날 아침에 오곡밥을 먹을 때는 반드시 김에 싸서 먹는다. 밥을 김에 싸면 마치 볏섬처럼 보이므로, 이를 ‘볏섬 싸먹는다’라고 표현하며, 풍년을 바라는 마음에서 행한다.
보름날 아침에 농군들의 최대 관심사인 풍흉을 점치기도 하는데, 소가 있는 가정에서는 오곡밥을 소에게 주어 소가 무엇을 먼저 먹는지를 본다. 소가 밥을 먼저 먹으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다고 예견한다.
대보름날 밤에 뜨는 달은 새해에 처음으로 뜨는 만월이므로, 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 달맞이와 대보름차례, 오곡밥 먹기 등은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
천북면 신죽리 죽현마을과 오천면 원산도에서는 보령시에서 유일하게 대보름날 볏가릿대를 세우고, 이월 초하룻날에 쓰러뜨린다. 볏가릿대는 마을 사람에게 술이라도 대접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집 마당에만 세운다. 이월 초하룻날에 볏가릿대를 쓰러뜨린 후 풍장을 치면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풍농을 기원하고 농작물의 풍흉도 점친다.
[칠석, 백중]
보령시 주민들이 가장 중시했던 명절은 칠석과 백중이다. 칠석날에는 각 가정마다 쌀밥과 미역국을 마련해 올리고 칠석제를 지낸다. 농사를 짓는 마을 중 농사채[농사 지을 논이나 밭]가 많은 부잣집에서는 여름 동안 농사를 짓느라 수고한 농군을 술과 음식으로 대접한다. 지금도 칠석날이 되면 마을마다 인근 공원에서 풍장을 치거나 노래를 하며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주민이 고령화되면서 풍장을 치는 문화도 점차 줄고 있지만, 칠석의 놀이문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1970년대 이전에는 백중날이면 인근 장터에서 씨름을 하며 하루 종일 놀았다. 보령시의 웅천장과 대천장을 비롯해 인근의 홍성 광천장 등지에서 씨름판이 벌어졌었다. 원산도 주민들은 배를 타고 나와 대천장에서 백중장을 보며 씨름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칠석과 백중에는 추수를 앞둔 농군들이 모처럼 명절을 맞아 한바탕 놀이판을 벌이며 놀았다.
[추석, 동지, 섣달 그믐날]
추석에는 추수를 앞둔 벌판을 바라보며 추수 감사제로 추석차례를 지낸다.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을 만들어 차례를 지낸다. 쌀농사를 짓지 않는 도서지역에서는 보리로 송편을 빚었다.
동지는 낮과 밤이 바뀌는 시기로, 절기상으로는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동짓날에는 집안을 보호하기 위해 팥죽을 쑤고 집 안 곳곳에 뿌려 액운을 막는다.
해안과 도서지역의 어부들은 새해의 첫 시간인 섣달 그믐날 자정을 기해 뱃고사를 지낸다. 농군의 명절이 대보름이라면, 어업인의 중요한 시기는 새해 첫 시간인 섣달 그믐날 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