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충청남도 보령시 일대에서 혼인할 때 중매에서부터 혼인식 후 근친 때까지 행하는 의례와 절차.

[개설]

보령시의 혼인의례는 혼인 당사자가 혼인의 주체가 되기보다 집안과 집안이 인연을 맺는 중매혼으로 치러졌다. 혼인의례는 한반도 내의 어느 지역이나 대동소이하나, 보령시는 도서를 끼고 있으므로 조금은 특별한 의례를 행하였다.

혼인의례는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가정을 이루는 과정이 담긴 의례로, 혼인 상대자를 구하는 절차부터 시작해서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는 혼례식, 신랑집에서 신혼살이를 시작한 후 행하는 각종 의례, 신부집에 인사하러 간 후 행하는 근친의례까지를 포함한다.

[의례 형태]

내륙지역에서 혼인 상대자는 친분을 통해 구하는데, 마을보다는 마을 이외의 지역에서 구하는 것이 흔하였다. 그러나 도서지역에서는 풍선(風船)을 이용해 3~4일 동안 육지로 나가야 하는 등 어려움이 컸기에 외지보다는 섬 내에서 상대방을 구하였다.

혼인 상대자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궁합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혼인하기로 하면 당사자들은 예식을 마칠 때까지 의례 행위자로서 두 사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였다. 혼인하러 가는 신랑은 조상께 혼인하러 감을 고하고, 남보다 서둘러 초행에 나선다. 초행에 뒤처지면 평생 처진다고 관념하기 때문이다. 혼례식은 신부집이나 신랑집에서 형편을 고려해 행하였다.

혼례식은 유교식으로 전안례(奠雁禮)-교배례(交拜禮)-합근례(合巹禮)로 행하지만, 의례 곳곳에 신랑과 신부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이 추가되었다. 초례상 위에는 차일을 치고, 아래에는 멍석을 깔아 의례 행위자를 보호한다. 만약 혼례식을 행하는 장소에 아이를 낳은 집이 있다면 미역국을 끓여 신랑과 신부에게 먹임으로써, 신혼부부에게 끼일 부정을 예방한다. 신랑은 신부집 대문을 들어갈 때 바가지를 밟아 깨고 들어가고, 신부가 신랑집에 처음 들어갈 때는 바가지나 호박을 깨거나, 부정풀이굿을 한다. 신랑과 신부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받아들여야 하므로 부정을 소멸하고자 하였다.

신랑과 달리 신부 가마가 도착하면 경쟁이[재앙을 없게 하기 위하여 경을 읽어 주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를 불러 북·꽹꽈리 등을 치며 경을 읽는 ‘생채물림’을 행하였다. 인절미, 수수떡, 흰떡 중 한 가지를 장만해 무당이나 법사가 부정경을 외운 후, 화살에 떡을 꽂아 사방으로 쏘아 부정을 물린 후 짚불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였다.

신부 가마가 들어올 때에는 처마 밖으로 모두 나와야 하며, 시어머니는 굴뚝을 끌어안고 있다가, 쌀그릇에 식구 수대로 숟가락을 꽂아 신부에게 건넸다. 이들 관행은 여성을 부정하게 간주하는 전근대사회의 통념 탓이다. 다양한 의례를 통해 부정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한 후 새로운 지위를 얻은 신랑과 신부를 새식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신방은 혼례식을 행한 곳에서 만든다. 첫날밤을 보낸 후, 신랑집으로 갈 때에 신부는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친정에서 미리 만들어 온 팥주머니를 시집에 들어갈 때 직접 대문 밖으로 내던진다.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신랑집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긍정적인 미래를 보장받고자 한 의례이다.

시집 온 신부는 2일 동안 집안일을 살피고, 3일째 되는 날부터 밥을 짓고 일상생활을 한다. 이 날에는 친정에서 가져온 곡식과 신랑집 곡식을 섞어 밥을 지어 시댁식구에게 대접함으로써 두 집안이 하나가 되고, 혼인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와는 별개로 도서지역에서는 신부집의 형편이 좋지 않으면 10세 미만의 신부를 신랑집에서 데려다가 양육한 후 혼례를 치르는 민며느리제가 늦은 시기까지 행해지기도 하였다. 제한된 거주공간에서 혼인 상대자를 구해야 했기에 사돈집과 겹사돈, 심지어는 세 번, 네 번 사돈을 맺는 ‘누이바꿈’ 관행을 행하기도 하였다. 민며느리제와 누이바꿈 의례는 1940년대 이전에 중단되었지만, 도서지역이 지닌 폐쇄적인 공간과 열악했던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