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5019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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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海亭里嚴亭-告祀 |
분야 | 생활·민속/민속,문화유산/무형 유산 |
유형 | 의례/제 |
지역 |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해정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강성복 |
[정의]
충청남도 천안시 수신면 해정리 엄정말에서 매년 정월과 칠월에 풍년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며 지내는 마을 제사.
[개설]
해정리 엄정말 느티나무 고사는 음력 정월 열나흘날과 칠월 초엿샛날에 거행된다. 예전에는 저녁 무렵에 고사를 지냈으나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시간을 오전으로 앞당겨서 치른다.
해정리 엄정말 느티나무 고사를 위해 일주일 전쯤에 나이가 지긋하고 부정이 없는 부부를 제관으로 선정하여 고사를 주관하도록 하였다. 제관으로 선정되면 대문 앞에 황토를 펴고 왼새끼로 금줄을 쳐서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금하였다. 또한 사흘 동안 대문 밖 출입을 삼간 채 정성을 드린다. 마을에서도 고사가 임박하면 살생을 하지 않고 궂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제관을 따로 뽑지 않고 노인회장, 이장 등 마을 임원들이 헌관과 축관을 맡고 음식은 부녀회에서 준비한다.
고사에 소요되는 비용은 마을의 대동 기금으로 충당을 하는데, 제물은 팥 시루떡, 삼색과실, 돼지머리, 통북어, 맑은 물, 실타래, 술, 불밝이쌀[밥그릇에 쌀을 담아 촛불을 켜 둔 것] 등이다.
[연원 및 변천]
해정리 엄정말 느티나무 고사의 유래나 연원은 알려져 있지 않다. 엄정말 주민들에 따르면 이 느티나무는 마을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지금의 자리에 서 있었다고 한다. 수령이 600년을 헤아리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늦어도 조선 후기에는 느티나무 고사가 베풀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주민들은 느티나무 고사가 6·25 전쟁 이전까지도 정월 열이틀에서 열나흘까지 베풀어지는 ‘도구지지미’와 함께 병행되었다고 한다. 도구지지미란 엄정말 특유의 지신밟기 전통을 일컫는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풍물패가 사흘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웃말~뒷말~아랫말 순으로 집집을 돌며 축원하고 나서 집터를 다지는 ‘지경 다지기’와 동일한 절차로 마당을 다지는 의식이다. 마지막 날인 정월 열나흘날은 저녁에 느티나무에 고사를 지냈으며, 도구지지미를 마친 뒤에는 외딴집이 있는 삼거리로 나아가 법사 또는 경쟁이[경을 읽어 주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가 제물을 차려 놓고 거리제를 지내는 것으로 모든 행사를 마쳤다.
[신당/신체의 형태]
고사를 지내는 느티나무는 엄정말 앞에 있다. 이 느티나무는 수령 약 600년, 높이 22m, 둘레 6m의 큰 나무이다. 1982년 1월 1일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며, 나무의 품격은 충청남도 도나무이다. 나무의 정면에는 2012년 8월 천안시의 지원을 받아 돌제단을 새롭게 설치하였다.
엄정말의 느티나무는 예로부터 마을에서 매우 신성시하여 설령 삭정이가 있어도 그것을 땔감으로 삼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또한 해마다 봄철이 되면 느티나무의 잎이 피는 것을 보고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도 한다. 곧, 잎이 위에서부터 피면 모를 천수답에 먼저 심고, 밑에서부터 피는 해에는 들판에 먼저 심는다고 한다. 또한 잎이 한꺼번에 고르게 피어나면 물 사정이 좋아 풍년이 든다는 속설도 전한다.
[절차]
고사 당일에는 아침 일찍 마을 주민들이 나와서 청소를 한다. 특히 칠월 고사는 칠석을 맞이하여 마을의 좁은 골목길까지 말끔히 청소하고 사방으로 통하는 길목과 농로를 닦는다. 그러고 나서 마을 곳곳에 있는 6개의 공동 우물을 모두 품는다. 오전 11시 무렵이 되면 느티나무 앞에 제물을 차려 놓고 고사를 지낸다. 이때 부정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나와 고사를 참관한다.
느티나무 고사의 절차는 향을 피우는 분향(焚香), 신을 내리게 하는 강신(降神), 신주 앞에 절을 올리는 참신(參神), 축문을 읽는 독축(讀祝)의 순으로 진행된다. 독축을 마치면 제관과 축관이 잔을 올리고 두 번 절하고 마을의 안녕을 축원하는 소지를 올린다. 이렇게 해서 공식적인 행사를 마치면 고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각자 돼지머리에 돈을 꽂고 잔을 올리고 두 번 절한다.
[부대 행사]
느티나무 고사를 마치면 고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음복을 하고 마을 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점심을 먹으며 우의를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