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801500 |
---|---|
한자 | 民間信仰 |
영어음역 | Mingan Sinang |
영어의미역 | Folk Belief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북도 고창군 |
집필자 | 송화섭 |
[정의]
전라북도 고창 지역의 민간에서 오래 전부터 믿어져 내려온 신앙.
[개설]
민간 신앙은 대체로 민간 계층에서 전승되어 온 자연 현상을 믿고 신앙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일반 종교처럼 교리나 교단이 체계화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일반 민중들의 생활 속에서 전승되고 있다. 따라서 민간 신앙은 교단 종교에 대한 상대적인 신앙 형태를 일컫기도 한다. 교단 종교는 불교, 도교, 천주교, 기독교 등 교조와 교리, 경전과 교의, 조직 등을 갖춘 종교 집단의 신앙 형태를 의미하고, 민간 신앙은 하늘, 대지, 하천, 산악, 바람 등 자연 현상에 대하여 영적·신적인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믿는 신앙 형태를 지칭한다.
원시 종교는 자연 숭배에서 비롯되었으며, 종교가 태동하기 이전에 자연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경험하고 체험하는 믿음의 행위가 민간 신앙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천체 우주의 자연 질서에 절대적인 영적인 존재에 강한 믿음을 가지고 주술적 의례 행위를 행하여 왔다.
특히 자연 환경 속에서 생업 활동을 하는 농촌, 산촌, 어촌의 주민은 민간 신앙에 대한 믿음이 강렬할 수밖에 없다. 자연 환경의 변화에 익숙한 주민은 주기적인 우주의 자연 질서에 순응하면서 영적인 존재를 진리의 힘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가물었을 때에 하늘을 향해 기우제를 지내고 기우제를 지낸 직후에 비가 내려 준다면 하늘의 영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신림면 가평리의 무제(霧祭)[기우제]는 돼지를 몰고 용추골로 가서 돼지 멱을 딴 다음에 통째로 용추에 던져 비오기를 빌었다.
[범주]
민간 신앙에는 무속 신앙, 마을 신앙, 가정 신앙[개인 신앙] 등이 범주에 속한다. 무속 신앙은 무당이 조상과 후손을 연결시켜 소통시켜 주는 중간적 중개자라 할 수 있다. 무당은 신통력을 가지고 신과 교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제사장으로서 굿을 전담한다. 굿은 치병과 천도가 주류를 이루지만 수호의 별신굿도 행해진다. 무당집에는 대체로 굿당 또는 신방이 갖추어져 있다.
마을 신앙은 마을공동체 사회를 운영하면서 마을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주도적으로 마을 수호신에게 집단적인 공동 제사를 주관하는 신앙 형태를 말한다. 마을에 위치한 신체, 신당에서 행해지는 동제와 별신굿 등이 대표적이다. 가정 신앙은 집안 자체적으로 가족의 안전과 가정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신앙 형태가 주류를 이룬다. 집안의 가정신에 대한 경배와 지신밟기, 조상 숭배와 조상령을 경배하는 신앙 형태, 개인의 소망을 성취하고자 개별적으로 자연신을 찾아가 기원하는 신앙 형태 등이 있다.
[가정 신앙]
고창 지역에서는 세시 풍속과 관련하는 가정 신앙 의례가 행해진다. 정월 보름날 고사를 지내거나 화재맥이 방지 의식을 거행하기도 한다. 처마에 흰 지등을 걸어 놓는데, 지등에 ‘소원 성취’라는 글귀와 소원을 비는 사람의 이름을 써 넣는다. 집집마다 대보름날에는 대불튀기라 하여 대나무를 마당에 쌓아 놓고 불을 피워 축귀(逐鬼)를 기원하는 의식도 고창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풍속이다.
이월 초하루에는 집안에 노래기 출현을 방지하기 위하여 쑥불을 피우거나 뱀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삼만(李三晩) 이름을 기둥에 거꾸로 써 붙이기도 한다. 잡귀를 물리치기 위하여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단오 쑥으로 쑥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벼농사의 수확을 마치면 세존단지의 곡식을 갈아 넣기도 한다. 10월 상달에는 고사를 지내고, 동짓날에는 집안 곳곳에 동지팥죽을 뿌리며, 섣달 그믐날에는 집안 곳곳에 불을 밝혀 놓는 제야 풍속도 있다.
또한 출산 의례로서 대문에 금줄을 거는 풍속과 간장을 담은 뒤에 간장독에 고추와 숯을 넣어 잡귀가 들지 않도록 하는 정성도 깃들어 있는 것이 가정 신앙이다. 가정신앙의 제사장은 주부가 맡는다. 가족 공동체를 이루는 부부와 자식들의 무병장수와 집안의 풍요를 기원하는 신앙 의례가 보편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마을 신앙]
고창 지역에서 가장 발달한 마을신앙은 천룡제와 줄다리기, 당산제 등이다.
1. 철륭제[천룡제]
철륭제는 마을 주산에 위치한 천룡당에 올라가서 제사를 드리는 것이며, 제의 대상은 천룡이다. 그리고 당산제는 마을에 당산나무, 당산 입석을 세워 놓고 신체를 삼는 방식이다.
2. 줄다리기
줄다리기는 천룡이 마을에 출현하는 방식이다. 농사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거행할 때 보편적으로 천룡신에게 우순풍조를 기원하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고창 지역에는 마을 신앙이 독특하게 발달해 있어서 줄다리기를 행하는 마을이 많다. 줄다리기를 한 마을에서는 일반적으로 용줄을 당산에 감아 놓는다. 고창에서 당산에 줄을 감아 놓는 대표적인 곳이 고창 오거리 당산 가운데 중거리 당산[지정 명칭 중거리 할아버지당]이다.
3. 당산제
고창읍 오거리 당산제는 건립 연대의 명문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조선 후기에 풍수지리와 불교와 농경의례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생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산제의 성립을 1803년경으로 못 박을 수는 없지만 자연 마을의 취락 조성 시점과 불교의 민간 신앙화와 비보 풍수의 성행, 유교식 가묘제의 정착 등 복합적인 요인이 당산제에 용해되어 있는 만큼 조선 후기 사회 변동과 관련이 있다. 오거리 당산제의 특징은 민간 신앙과 불교 신앙이 조합된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1803년경 오거리 당산이 세워지던 시점에 민간 신앙에 불교적인 요소가 강하게 깃들어 있었음을 보여 준다.
[불교 신앙과의 습합]
조선 시대 불교 신앙이 민간 계층에 파급·정착되면서 오거리 당산의 풍수 비보의 석조물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조물에 시주와 화주의 명단이 밝혀져 지방 향리들과 용화향도(龍華香徒)들이 유착하여 세웠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앙 당산[지정 명칭 중앙동 할아버지당]을 미륵 당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미륵 신앙 계통의 매향(埋香) 집단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당산 입석을 세웠음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중앙 당산, 중거리 당산[지정 명칭 중거리 할아버지당], 진서화표 석주[지정 명칭 하거리 할아버지당]의 당산 입석은 정교하지는 않으나 불교의 석탑, 당간, 석당(石幢)의 조형 양식을 그대로 본뜬 화표 석간이라는 점에서 고창 오거리 당산은 불교 신앙이 풍수지리와 어떠한 형식으로 결합하였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고창 지역의 줄다리기도 결국 불교 신앙이 민간 신앙으로 정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마을 신앙 가운데 걸립굿[지신밟기], 당산제와 철륭제, 줄다리기도 불교의 민간 신앙화 과정을 밟으며 고창 지역의 마을 신앙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