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남 영암 지역에서 사람이 갑자기 아프거나 병이 들었을 때 행하는 의례.

[개설]

지벌은 신(神)이나 부처에게 거슬리는 일을 저질러 당하는 벌을 말하는데, 지벌을 맞아 사람이 아프거나 병이 들 때 점을 보고 굿을 한다. 영암 지역에서는 지벌을 지골이라 하며, 지골을 맞았을 때 하는 굿을 ‘부정풀이’라 한다.

지벌은 일반적으로 마을 신앙과 관련한 각종 금기를 어기거나 부정을 저질렀을 때 흔히 나타난다. 지벌은 개인이나 가정 또는 마을 단위로 당할 수 있으며, 급하고 엄하게 즉각 내려져 죽음·부상·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다. 지벌을 받은 개인은 아프거나 병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마을사람 여러 명이 다치거나 가축들이 죽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금기를 어긴 정도와 지벌의 강도가 비례하여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어김이라 하더라도 곧 죽음에 이를 수 있고, 중대한 어김이라 하더라도 비교적 가벼운 벌을 받을 수 있다. 응징의 강약은 사람이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신의 뜻에 달려 있는 것이다.

[절차]

영암 지역에서는 병이 들었을 때 행하는 치병 의례가 여러 가지 있다. 집에 물건을 잘못 들이거나 했을 때 몸이 아프면 동정이 난 것이라 하여 ‘동정 잽이’를 행하고, 상가(喪家)에 다녀왔는데 몸이 아프거나 하면 주작에 맞았다고 하여 ‘주작 맥이’ 또는 ‘상문 물리기’를 행했다. 운수가 사나우면 밖에 외출하였다가 객귀가 들릴 수 있는데, 이때 행하는 것이 ‘객귀 물리기’이다. 또한 몸이 아플 때 쌀을 보자기에 싸서 아픈 곳에 대었다 떼었다 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잔밥 먹이기’라 한다. 이러한 치병 의례는 대부분 그 원인을 알 수 있는 것인데, 때로는 원인 모르게 갑자기 아픈 경우가 있다. 이때는 ‘부정풀이’를 행해 주어야 한다.

부정 타는 것은 지벌의 일종으로, 어떠한 이유로 신의 노여움을 받아 생기는 병이다. 시종면 월롱리 원월롱 마을이나 옥야리에서는 사람이 갑자기 아프거나 병이 들어 죽게 되면 이를 “쥐골 맞았다.”라고 한다. 이렇게 쥐골을 맞으면 사람들은 그 원인을 찾고자 점을 보고, 아픈 경우에는 굿을 베풀어 고쳤다.

보통 굿을 할 때는 무당이 행하는데, 굿하는 사람이 집으로 와서 징을 두드리면서 경을 읽었다. 이렇게 굿을 벌이는 것을 “부정풀이 한다.”라고 일컫는다. 이렇게 하면 부정이 씻기어 병이 낫는다고 여긴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사람이 갑자기 아프거나 병이 들었을 때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잘못을 빌어 부정을 씻고자 하는 것이 부정풀이이다. 이것은 급작스러운 아픔이나 병듦을 신의 노여움으로 여기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로 행하는 의례이다. 이러한 것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평소 행동을 조심하는 계기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