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4016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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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出産儀禮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남도 영암군 |
집필자 | 박종오 |
[정의]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아이의 출산을 전후하여 행하는 의례.
[개설]
출산 의례(出産儀禮) 에는 넓은 의미에서 아이를 갖고자 행하는 기자(祈子) 의례부터 해산·작명 등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행해지는 여러 가지 의례가 포함된다. 영암 지역 곳곳에서 행해졌던 출산 의례를 보면 영암 지역 전체가 내용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거의 같다.
[연원 및 변천]
출산 의례 의 연원을 따지기는 어렵다. 인류가 출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와 관련된 풍속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한다. 전통 사회에서 임신과 출산은 임산부뿐만 주위 사람들에게도 중대사였을 것이다. 열악한 위생 환경이나 의술의 미발달에 따라 임산부나 신생아의 사망률이 높아 그에 따른 다양한 금기나 풍속이 만들어지게 되었을 것이고, 이러한 것들이 오랜 세월 전하여 왔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의학의 발달과 생활환경의 변화 등으로 말미암아 출산과 관련된 의례들이 많이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아이를 갖고자 하는 바람, 건강한 아이의 출산과 태어난 아이의 장래를 위하는 마음을 담은 의례들은 형식의 변화를 통하여 전하여 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절차]
1. 해산 준비
영암 지역에서 아이를 낳을 때가 되면 해산과 육아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산달[産月]이 가까워지면 본격적으로 해산 준비를 하는데, 기저귀·옷·보자기·베개·포대기 등을 만든다. 아이의 옷은 새로 천을 사거나 가족이 입던 옷을 재활용하여 만든다. 한편, 해산에 사용될 물건과 용품도 미리 준비하여 두는데, 산실 바닥에 깔 짚과 미역 등을 사 놓는다. 아울러 지앙을 모시는 지앙동우도 미리 준비하여 둔다. 여기서 지앙이란 출산을 관장하는 신인 삼신을 영암 등의 전라도 지역에서 일컫는 말이다. 또한 지앙동우는 삼신을 모시는 동이, 지앙상은 지앙을 모시고자 제물을 차려 둔 상을 일컫는다.
2. 산파(産婆)
출산 시에 임신부를 도와 아이를 받고 탯줄을 자르는 등의 일을 맡는 사람을 산파라 한다. 보통 시어머니가 산파의 역할을 담당하지만 분가를 하였거나 가족이 없다면 이웃집 부녀자가 산파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웃에서 산파를 할 때에는 출산의 경험이 많고 아들을 낳은 부녀자가 맡으며 해산 후 임신부나 임신부의 가족은 산파에게 답례를 한다.
3. 산실(産室)
출산이 임박하면 산실을 정하여 해산하는데, 보통 임신부가 평소에 기거하는 방을 산실로 한다. 산실이 정해지면 바닥에 깨끗한 짚을 까는데, 바닥에 피가 묻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임신부가 짚 위에서 해산하면 순산을 하고 태어난 아이도 건강하다고 여기는데, 이는 임신부와 아이가 복을 받는다는 관념을 반영한 것으로 이를 “짚에서 복 탄다.”라고 말한다.
한편, 임신부가 출산을 위하여 자세를 잡고 나면 산파는 순산을 기원하려고 삼신에게 올리는 지앙상을 차린다.
4. 해산 시 금기
한 집에서 출산이 서로 겹칠 때도 하는데, 이럴 때에는 서로 떨어져서 해산한다. 그러나 미리 대비하지 못하였다면 앞서 해산한 산모는 산실을 마련하여 출산하지만 나중에 해산한 산모는 안채에 산실을 차리지 못하고 행랑채나 아래채에서 아이를 낳거나 이웃집에서 출산한다. 아울러 나중에 출산한 사람에게는 지앙상을 차리거나 지앙을 모시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는 지앙이 서로 충돌하게 된다고 여기는 관념 때문인데, 이를 “지앙이 치인다.”라고 한다.
5. 태(胎)의 처리
태아가 자궁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면 산파가 탯줄을 자른다. 탯줄에 칼을 대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 가위를 사용한다. 탯줄의 자를 부분 양쪽에 실을 감고 그 가운데를 자르는데, 탯줄을 짧게 자르면 오줌줄이 짧아져 아이가 소변을 자주 본다는 말이 있어 되도록 길게 자른다.
출산 후 태가 자궁 밖으로 나오는데, 태는 산실에 깔았던 짚과 함께 요강 안에 넣어 두거나 산실 한쪽에 두었다가 출산한 지 사흘째 되는 날에 시아버지나 남편이 처리한다. 영암 지역에서는 태를 처리할 때 태우거나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암 지역에서는 태가 썩은 물을 먹으면 폐병이 완쾌되거나 아이를 낳지 못한 사람이 임신하게 된다는 말이 있어 태를 묻을 때 바닥이 깨진 단지에 묻는다.
6. 지앙상
산모가 출산을 마치면 산파는 산실 윗목에 깨끗한 짚을 깔고 그 위에 쌀·미역·정화수를 놓는데, 이를 ‘지앙상’이라 한다. 지앙상은 출산 직후에 차리기도 하지만 해산 전에 순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먼저 차려 두기도 한다. 지앙상 위에 모셨던 쌀·미역·정화수로 미역국과 밥을 하여 산모에게 주는데, 이를 ‘첫국밥’이라 한다. 첫국밥을 산모가 먹기 전에 잠시 지앙상에 놓아 두어 삼신에게 순산을 감사드리고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빈다. 지앙상은 출산 당일과 해산 직후에 차리고, 그 뒤로는 이레를 주기로 세 번[세이레, 21일] 또는 일곱 번[일곱이레, 49일]을 차린다.
7. 금줄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는 왼새끼로 금줄을 만들어 대문에 건다. 남자아이가 태어났다면 금줄에 붉은 고추와 종이, 솔가지를 꽂고 여자아이가 태어났을 때에는 숯, 종이, 솔가지를 꽂는다. 금줄을 다는 기간은 지앙을 모시는 기간과 동일한데, 본래는 일곱이레 동안 걸었으나 1960년대 이후에는 세이레 동안 걸어 두는 것으로 간소화되었다고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문에서 금줄을 내려 집 안 한쪽 구석에서 태우는 것이 보통이다.
8. 몸조리
산모는 보통 지앙을 모시는 동안 몸조리를 하며 쉰다. 집안 형편이 부유하거나 농한기에 출산했다면 산모가 몸조리를 더 오랫동안 할 수 있지만, 집안에 일손이 부족하고 농번기에 출산했다면 사나흘만 쉬고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9. 젖먹이기
출산 후 사흘이 되어야 비로소 초유(初乳)가 나오기 시작한다. 출산 후 여러 날이 지나도 젖이 나오지 않거나 젖의 양이 적다면 쌀가루를 끓여 분유처럼 만들어 먹인다. 젖이 부족하면 산모나 시어머니가 인적이 드문 새벽에 마을 인근의 샘에서 물을 떠 와서 지앙상에 놓고 젖이 잘 나오기를 비는데, 이를 “젖 타 온다.”라고 한다.
10. 작명
보통 집안에 글을 잘 아는 사람이 아이의 이름을 지어 주는데, 명이 짧은 사주이거나 아이가 약하게 태어났을 때에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이름을 짓는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해산·작명 등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행해지는 여러 가지 의례는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즈음은 출산 과정이 주로 병원이나 산후 조리원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의학의 발달과 생활환경의 변화 등으로 말미암아 삼신상 등의 출산 관련 의례도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함에도 산모와 태어난 아이의 장래를 위하는 마음을 담은 의례들은 가정에 따라 얼마간 형식의 변화를 거쳐 이어져 오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