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4016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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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新行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남도 영암군 |
집필자 | 박종오 |
[정의]
전라남도 영암 지역에서 혼례식을 마치고 신부가 처음으로 신랑 집으로 가는 의례.
[개설]
초행(醮行)이 혼인을 위하여 신랑이 신부 집에 오는 것이라면, 신행(新行)은 혼인하고 나서 신부가 처음으로 시집에 들어가는 일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결혼 후에 신랑이 신부 집에 머무는 것이 보편적이었는데, 이에 따라 신행 풍속이 등장하였다.
[연원 및 변천]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고구려(高句麗) 조에는 “그 혼인하는 풍속은 말로써 처음 정해지면 여자의 큰 집 뒤에 작은 집을 짓는데, 이를 서옥(壻屋)이라 한다. 사위 될 사람이 저녁 무렵에 여자의 집 대문 밖에 이르러, 자기 신분을 밝힌 후 꿇어 엎드려 절한 후에 여자와 하룻밤 자기를 청하는데, 보통 두세 번 한다. 여자의 부모가 받아들여 작은 집에서 잠잘 수 있게 하면 남자는 돈과 비단을 내놓는다. 아들은 낳아 장성하게 되면, 이에 마땅히 부인과 집으로 돌아온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를 보면, 예로부터 신부가 해를 넘겨 우귀(于歸)[혼례식을 마치고 신부가 처음으로 시집에 들어가는 것]하는 풍속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암 지역에서는 혼례식을 치르고 그 이튿날에 신행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1년 이상 ‘묵혀서’ 신행을 가기도 하였다.
[절차]
영암 지역에서 행했던 신행 풍속은 어느 마을이건 비슷한데,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신행
초야를 치르고 이튿날 신부는 신랑과 함께 시집으로 가는데, 이를 신행 또는 “시집간다.”라고 한다. 보통 혼례식을 치르고 하루 만에 신행을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신부의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운이 닿지 않는 경우에는 1년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이 지나고 나서 신행을 가기도 하며, 이렇게 신행을 늦게 가는 것을 “묵혀서 간다.”라고 말한다.
신행 을 갈 때에는 신부가 가마를 타고 가는데, 가마 안에는 짚을 방석처럼 깔고 가마뚜껑 위에는 호랑이 가죽이나 담요를 덮는다. 짚은 신부가 짚을 통하여 복을 받으라는 뜻에서 넣는 것이고, 호랑이 가죽이나 담요는 부정을 막아 준다고 여긴다. 가마가 움직이는 순간 ‘명씨’[목화씨]와 팥, 소금을 사방에 뿌리고 마지막에 가마 위에도 뿌리는데, 부정을 막고 신부가 시집가서 잘 살라는 뜻이다.
신부의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를 신랑의 상각처럼 신부 집을 대표하는 사람인 후배(後陪), ‘요각’[요객(繞客)]으로 정한다. 신부 일행이 신랑과 함께 마을에 당도하면 사람들이 나와 구경하는데, 이때 상중인 사람이나 살이 낀 사람은 부정하다 하여 이들이 구경하면 신부가 잘 살지 못한다고 여긴다. 신랑 집에서는 신부를 맞이하고자 신랑 집안에서 복이 있고 부부 금슬이 좋은 사람을 안내자인 인접으로 정하여 신부를 돕도록 하고 안방이나 사랑방에 신부의 방을 별도로 마련해 둔다. 신랑과 신부 일행이 신랑 집에 당도하면 대문 앞에 불을 피워 그 위를 넘어오도록 하는데, 이는 신행을 오는 동안 부정이나 잡귀의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어서 이를 없애고자 함이다. 신부는 가마에 탄 채로 불을 넘어 신랑 집 마당으로 들어간다. 인접이 직접 가마 문을 열고, 가마 안에 앉는 신부를 부축하여 신부 방으로 인도하며, 신부는 바닥에 있는 바가지를 발로 밟아 깬 후 방 안으로 들어간다. 신부가 바가지를 깨는 것도 부정을 막으려는 풍습이다.
2. 혼수
신부 집에서는 신행을 갈 때 살림살이를 마련해 가며, 이를 혼수라 한다. 혼수의 품목과 양은 집안의 가세에 따라 다른데 기본적으로는 이불과 옷, 이바지 음식을 준비한다. 이불과 옷은 신랑과 신부가 사용할 것을 기본으로 하여 시부모를 위한 것도 함께 마련하기도 한다. 또한 시집의 친지들에게 선물하고자 버선을 여러 켤레 만들어 가지고 오는 일도 흔하다. 그릇과 수저를 포함한 식기는 부부의 것을 한 세트로 마련하며, 이바지 음식으로는 떡·육류·생선·닭·과일 등을 준비하고 종류별로 바구니에 담아 보낸다.
3. 신부의 큰상 받기
신부 집을 대표하여 신행길을 온 후배[요각 또는 요객]에게는 사랑방이나 별도의 방을 마련해 준다. 신부와 후배를 위한 상을 마련하는데, 떡·어물·육류 등을 다양하게 마련하여 큰상을 차린다. 큰상을 받은 신부와 후배는 음식은 거의 손대지 않고 큰상과 함께 들어온 요기상에 놓인 떡국만 간단히 먹고 상을 물린다. 그러면 큰상의 음식은 후배가 돌아갈 때 가지고 가서 신부 집 식구들이 나누어 먹는다. 영암 지역에서는 신부가 국수를 먹으면 결혼 생활이 좋지 않다고 여겨 큰상을 낼 때 반드시 떡국을 먹인다.
4. 현구고례(見舅姑禮)
신부가 예물을 가지고 처음으로 시부모를 뵙는 것을 현구고라고 한다. 영암 지역에서도 신부가 큰상을 물리면 시부모와 시가의 친척에게 인사를 드리는데, 이를 ‘피박’[폐백] 또는 ‘구고례’[현구고례]라 한다. 폐백은 신랑의 직계 가족인 시부모와 시조부모, 시동생 등과 그 밖의 친지들에게 드린다. 신부는 폐백을 드리고자 특별히 폐백 음식을 마련하여 신행에 가지고 오며, 폐백을 드릴 때 상에 차려 두고 식구들에게 인사한다. 영암 지역에서는 특히 폐백닭을 중요시하는데, 이를 준비하지 않으면 폐백 음식을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여길 정도라고 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신행 은 신부가 자신을 낳고 자란 집을 떠나 신랑 집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시집살이를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영암 지역에서는 신부는 시집온 지 사흘 만에 부엌 출입을 하는데, 밥을 지어 시집 식구들에게 올리면서 본격적인 시집살이를 하였다. 현재는 폐백을 예식장에서 마무리하고 신혼여행을 가는 게 일반적이고, 또 분가하여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행의 의미가 많이 변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