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8015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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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食生活 |
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라북도 진안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영숙 |
[정의]
전라북도 진안 지역에서 행해지는 식품과 음식에 관련된 모든 활동.
[개설]
진안군은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이 형성한 진안고원과 소백산맥 사이의 동부 산악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체 지형의 82.2%가 400m 이상의 산간 고원 지대로 일교차가 큰 지역이다. 기후는 대륙의 동부에 위치하여 계절풍의 영향을 받아 여름철에는 고온 다습하고 겨울철에는 한랭 건조하여 기온차가 심하다.
고원 지대의 지형적 환경으로 진안고원 인근 주민들의 음식은 산에 의지하여 채취한 나물 음식들이 많으며, 골짜기 물이 흘러 내려온 섬진강 물줄기 옆 하천 주변은 그 지역에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농산물과 임산물 및 축산물 등이 풍부한 진안 지역의 음식은 자연 환경과 경제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일상 음식, 의례, 세시 음식 등 식생활 문화에 따라서도 음식은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일상 음식]
현대에 이르러 풍부한 식자재와 영양 과잉으로 건강을 위해 잡곡을 섞어 밥을 짓지만 1970년대 이전의 대한민국 대부분이 그랬듯 진안 지역도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 비료가 없던 시기에 작물 소득을 높이기란 쉽지 않아 일주민들은 쌀밥 구경하기가 힘들었고 잡곡에 갖은 산채 나물을 이용한 음식으로 삶을 이어왔다.
1. 봄[2~4월]
봄은 일 년 중 가장 음식이 부족했던 시기로 쌀밥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부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봄날의 주식으로는 쌀밥, 앵두보리 밥, 서숙[잡곡]밥, 나물밥, 보리죽, 솔죽 등이 상에 올랐다. 국과 부식으로는 나물 된장국, 된장찌개, 무국, 김치, 깻잎 김치, 나물 반찬, 취나물, 고사리, 콩나물 무침, 쌈, 장류[간장·된장·고추장], 장아찌[마늘·고추·깻잎] 등을 주로 만들어 먹었다. 별식으로는 쑥 떡, 콩 볶아 먹기, 부침개를 해 먹었으며 양념으로 참기름, 들기름, 깨소금, 조청을 이용하였다.
2. 여름[5~7월]
가을 수확 철까지 먹을 것이 없었던 여름철에는 초여름 보리를 수확하고 밀과 감자 등을 수확하여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가을 수확까지는 바쁜 농사철이기 때문에 보리죽을 많이 먹고 간간히 양이 부족하면 삶은 감자로 배를 보충하였다. 이 같은 배고픔은 1970년대 통일벼가 나오면서 해결이 되었다. 여름철 백운면의 주식으로는 보리밥·감자밥·메밀죽·풀떼죽·물구죽 등이었고, 국과 부식으로는 된장국·고구마 순 국·생선 지짐·갈치 지짐·민물고기 지짐·쌈·부침개[부깨미] 등을 많이 해 먹었다. 농사철인 여름나기의 별식으로는 닭죽, 개장국, 과일, 민물고기 탕과 술을 곁들여 먹었다.
3. 가을[8~10월]
가을은 햇곡식과 과일 등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다른 철보다 먹을거리가 풍성했다. 가을철을 맞이해서 상달 시제나 잔치도 열리기 때문에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초가을이 되면 깨나 콩 등을 수확하고 고구마, 쌀, 잡곡 등의 곡식뿐만 아니라 감자와 무와 배추를 수확하여 김장을 담고 겨울 준비를 한다. 주식으로는 올기쌀과 쌀밥을 주로 지어 먹었으며, 국과 부식으로는 된장국·시래기 국·김장·배추김치·무김치·동치미·잎싹 싱건지·깻잎지·고들빼기·청국장 등을 상에 올렸다. 진안의 특산품을 이용한 떡과 과일 등이 가을날의 별식이었다.
4. 겨울[11~1월])
가을걷이가 끝난 산악 지대의 겨울은 길고 추워서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먹을거리 또한 넉넉하지 않아 비축한 산채 나물과 시래기·고구마·무를 이용한 다양한 방법으로 끼니를 해결하였다. 주식으로 무밥, 무죽, 콩나물죽, 시래기죽 등과 국과 부식으로 시래기 국, 무국, 고구마, 물김치, 깍두기, 무챙채, 무조각 볶음, 깻잎지, 김치전, 무적 등이 상 위에 올랐다. 산간 지대의 긴 겨울날의 별식은 곶감, 은행, 호두, 밤 등이 주로 이용되었다.
[의례 음식]
진안군의 의례 음식은 마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소박한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1. 제사상
제사상은 마을 동제나 시제, 집안 제사, 그리고 시기와 마을에 따라서도 다르다. 대체로 제사상에는 팥 시루떡과 식혜, 돼지머리, 과일[대추·밥·감·사과·배·포도], 포, 묵 등을 올려놓고 제를 지낸다. 진안군 백운면의 제사상에는 상 가장 앞쪽으로 곶감·대추·감·사과·배와 같은 과일과 시루떡·닭·조기·적반·김·삶은 닭·도라지·고사리 같은 나물 등을 올리며, 양반가에서는 유과·백산·김 등을 올린다. 지방 앞으로는 3~5가지 탕국과 쌀밥, 쇠고기 국을 올린다. 김치를 올리는 경우도 있으며 집안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2. 성주상, 조왕상
조왕상은 매일 새벽 부녀자들이 냇가에 깨끗한 물을 길어 부엌 조왕 앞에 중발을 올리고 비손을 한다. 2월 초하루 영등 할머니 오는 날에 부엌 살강에 소나무와 대나무 가지에 흰색 헝겊을 달아 세워놓고 밥 한 그릇과 물 한 중발, 식구 수대로 숟가락을 꼽아 놓는다.
3. 삼신상, 돌상
삼신상을 진안에서는 ‘삼시랑 상’으로 부른다. 아이를 낳고 나면 미역국과 밥, 무를 올린 상을 윗목 배석 자리[띠자리] 위에 차려놓고 빈다. 삼신상은 매주 7일째 되는 이렛날 올리는데 일곱이레를 올려놓는다. 또 태어난 지 백일이 되면 흰 시루떡을 하는데, ‘백일 떡’이라고 한다.
4. 초례상
초례상은 큰 그릇에 쌀을 담고 대나무를 신랑과 신부 양편에 꽂은 후 실을 대나무 사이에 걸쳐 놓는다. 닭은 양 편에 날개를 묶어 놓고 대추, 밥, 고기, 전, 과일 등과 술을 놓는다. 이바지는 신랑과 신부 집안에 서로 음식을 보내는 것으로 혼례 전날 신랑 측이 신부 집안에 먼저 음식을 보낸다. 음식은 대나무로 엮은 바구니에 대추, 사과, 배, 돼지다리 한 짝, 조기 굴비 등 생선을 성의껏 모양을 내서 보낸다. 신부 측에서 이바지를 받으면 마을 잔치 상을 벌여 사돈집의 형편을 자랑하였다.
5. 잔칫상
잔치 중에서 가장 큰 상은 회갑연과 고희연이다. 이 의례상은 집안에서 준비할 수 있는 만큼 정성을 다해 마련하여 어른에 대한 최대한의 예를 갖춘다. 보통의 가정집에서는 큰 상 준비하기가 넉넉지 않았다. 환갑인 어른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올리고 집안 형제들이 함께 절을 하고 술을 올렸다. 방문객은 고기와 술 등을 가지고 방문하고 잔칫집에서 준비한 돼지고기와 고깃국, 떡국, 국수 등을 대접받았다.
6. 사잣상·장지상
망자를 위한 의례로 음식상을 올리는데 이것을 ‘사잣밥’이라 부른다. 사잣밥의 상차림은 세 그릇에 가득하게 쌀밥을 담고 몇 가지의 나물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사자가 넉넉히 먹고 갈 수 있도록 차려 놓는다. 망자가 저승으로 갈 때 넉넉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잣상 옆에 짚신 세 켤레와 쌀 한 가마니를 같이 놓고 마당 가운데도 상을 차린다. 장지에서는 일꾼들과 문상객들에게 밥, 김치 나물, 술 등을 대접한다.
[술멕이]
‘술멕이’하는 날은 진안군에서 해마다 농군의 피로를 푸는 날이다. 농군들이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하여 나누어 먹으며 풍장[농악]을 치고 노는 날로 백중놀이, 술멕이, 호미걸이라고도 부른다. 술멕이는 논매기가 끝나는 음력 7월 칠석이나 백중 중에 날을 정해 즐기는 농가의 휴가이자 1년 중 가장 큰 마을 잔치이다.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준비한 음식과 집에서 빚은 술인 가양주를 먹고 풍물을 수반하여 놀았다. 집집마다 빚은 술을 한 동이씩 들고 나와 마시고, 장원례 주[농사를 잘 지은 사람이 한턱내던 것]로 농번기의 피로와 수고로움을 풀었다. 음식 준비는 마을 부녀회에서 음료와 과일을 준비하고, 돼지고기와 닭고기와 같은 고기류는 남자들이 준비하였다. 음식이 준비되면 마을 사람들이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면서 분위기가 오르면 풍물을 꺼내어 들고 한바탕의 굿판이 벌어진다.
[복 달음]
오래전부터 진안군 일대의 주민들은 중복(中伏)에 마을 노인회가 주도하여 마을 모정에서 복 달음 음식으로 마을 공동 행사를 갖는다. 복 달음 음식으로는 마늘을 듬뿍 넣은 삼계탕과 진안의 명물 꺼먹 돼지를 넉넉히 준비하고 여름철 과일인 수박, 참외 등과 술도 부족하지 않게 준비한다. 음식 준비가 끝나면 모정에 큰 상을 차려놓고 삼계탕과 닭죽, 돼지 수육, 콩나물 무침, 오이 냉채, 두부조림 등으로 상을 차리고 기운을 돋우기 위한 복 달음 음식을 먹으며 한여름 더위를 잊는다.